제1회 코리아 프로 주짓수 챔피언쉽
지난 1월 18일,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는 제1회 코리아 오픈 프로 주짓수 챔피언쉽이 개최되었다. 국내 최초로 각 부문별 상금을 걸고 개최된 이번 경기에서는 첫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200여명의 참가자가 참가해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번 대회는 각 체급별 우승자를 모아 다시 무제한급 토너먼트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최초로 시도되는 프로 대회인만큼 각 팀의 강자들이 출전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한진우, ‘서브미션 도사’ 전두광을 제치고 브라운벨트 우승
국내 대회 도복 부문은 2011년, 비도복 부문은 2012년이 마지막이었던 ’ADCC 컴패티터’ 전두광(동천백산)이 돌아왔다. 브로스짐의 한진우, 박강철 그리고 전두광의 3인 리그전으로 벌어질 브라운벨트 부문의 우승자로 전두광이 되리라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다. 브라운벨트에서는 봉인된 하체관절기가 해제되기에 전두광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부의 양상은 달랐다. 한진우를 맞이한 전두광은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하프 가드 혹은 엑스 가드 상황을 만들어 저돌적으로 상대의 발목을 노리던 이전과는 달리 상대의 수를 보며 하나 하나 대응해나가는 듯 했다. 한진우 역시 성급하게 전두광의 가드에 들어가지 않고 균형을 지키며 탑 포지션을 유지했다. 한진우는 순간적으로 전두광의 시팅 가드를 뚫고 남북 자세를 점유할 뻔 했으나 빠른 리커버리로 3점 포인트를 따내지 못하고 어드밴티지 점수를 챙겼다. 스탠딩 공방 이후 가드로 내려간 전두관이 시져스 스윕으로 2점을 따냈지만, 한진우가 바로 엑스 가드 스윕으로 역시 2점을 얻었다.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으나, 한진우의 압박은 상당히 유효했다. 경기 종료. 어드밴티지 한 개 차로 한진우가 승리했다. 전두광은 팔에 부상을 호소하며 남은 경기를 포기해 박강철이 결승에 진출했다. 박강철은 결승전을 기권했다. 이로써 한진우가 브라운벨트 프로 부문의 우승자가 되었다. 한진우는 매트위에서 눈물을 흘렸다.
한진우는 꼭 우승을 해보고 싶었다며 눈물의 의미를 밝혔다. 전두광과 대진이 결정됐을 때, 이미 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고 고백했다. ‘전두광 선수는 굉장히 유명하고, 나는 무명이기 때문에 한 수 배워야 겠다는 마음으로 승부에 임했다. 전두광 선수는 유명해서 스타일이 어느 정도 노출되어 미리 대처할 수 있는 반면. 나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번에 간신이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이어 ‘훌륭한 동료가 있었기에 강해질 수 있었고, 좋은 동료가 배려해주어 우승을 양보 받았다. 상금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보태고 싶다’며 소속팀 동료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황명세, 압도적인 기량으로 퍼플벨트 우승
본 대회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토너먼트’는 퍼플벨트 부문이었다. 원매치 대진인 블랙벨트와 사실상 원매치로 끝난 브라운벨트와 달리, 퍼플벨트 부문은 체급에서 경쟁후 우승자끼리 다시 무제한급 7강 토너먼트 대진이 열렸기 때문이다. 첫 시합은 남권우(MARC)와 황명세(브로스짐)의 대결이었다. 2013년 5회 코리아 오픈 주짓수 챔피언쉽 퍼플벨트 무제한급에서 이바름을 제압하고 우승했던 남권우였지만, ‘사기캐릭’이라 불리는 황명세에게 제대로 기량을 펼쳐보지 못하고 암바를 내준채 매트에서 내려와야 했다. 황명세는 부전으로 2라운드에서 대기중이었던 윤길상(브로스짐)이 승부를 양보해 그대로 결승에 안착했다. 이바름(루츠)은 상대인 유동현(존프랭클 김포)의 기권으로 2라운드에 진출해 배기성(MARC)를 이기고 올라온 배정민(브로스짐)과 승부해 접전을 벌였다. 점수 없이 끝나 승패의 향방은 주심이 쥐었다. 이바름의 승리. 중량급을 대표하는 황명세와 경량급을 대표하는 이바름이 결승을 치르게 되었다.
공격의 첫 포문은 이바름이 열었다. 베림보로를 시도하며 황명세의 등을 노렸지만 아쉽게 무위로 돌아갔다. 재차 베림보로로 승부를 걸었지만 두 번은 없었다. 그 이후는 황명세의 ‘연습시간’이었다. 유연하기로 정평이난 이바람의 가드도 황명세의 압박에 오래 버티질 못하고 거북이 자세로 전환했고 그대로 백 포인트를 차지한 황명세는 차분하게 여러 포지션으로 누른후 포지션별 점수를 획득했다. 종료 직전 사이드에서 마운트 포지션으로 전환한 황명세가 암바로 연결, 승부를 결착했다. 시합에서 처음으로 서브미션 패배를 당한 이바름은 ‘최선을 다했지만, 내 실력이 부족했고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며 황명세의 기량을 칭찬했다.
‘테크니션’ 최병규, 서브미션 승리로 블랙벨트 우승
대회의 백미는 원매치로 치러진 블랙벨트 경기였다. 무제한급으로 치러진 검은띠 경기는 존프랭클 분당의 최병규 관장과 팀루츠의 수장인 조재섭 관장의 대결이었다. 갈띠 시절 대회에서 당한 부상 탓에 오랜만에 대회에 나선 최병규는 2분 남짓 걸린 경기 시간 동안 시종일관 상대를 압박하며 암바로 승리를 차지했다.
우승은 최병규 관장이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더욱 빛낸 것은 조재섭 관장의 투혼이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활발하게 주짓수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조재섭 관장은 이번 경기에서도 체급차이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를 보여줘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주최 측 또한 이러한 조재섭 관장의 열정을 높이 사, ‘존경상’ 수상자로는 조재섭 관장이 선정되었다.
파죽지세 블루벨트 조준용, 화이트벨트 전현규 우승
암바를 성공시키는 조준용
최근 팬암 선발전, 아부다비 한국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한 파란띠의 조준용(존 프랭클 주짓수)이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움직임과 뛰어난 테크닉으로 무장한 조준용은 파란띠 부문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흰띠의 전현규(브로스짐) 또한 지난 대회의 기세를 이어갔다. 아부다비 한국 예선 흰띠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현규는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추후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팀 성적으로는 전통의 강호 브로스짐(구 대구이종격투기)가 유독 강세를 보였다. 지난 아부다비 예선전에서도 최다 대표 선수를 배출해낸 브로스짐은 이번 대회에서도 흰띠, 보라띠, 갈띠 우승자까지 총 3명의 챔피언을 배출해내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성공적인 첫 대회 개최였지만, 아쉬운 점은 남았다. 국내 최초 프로 대회로 개최된 이번 대회에서 ‘원매치 경기’에는 토너먼트로 진행된 다른 대회보다 적은 상금이 지급되었던 것이다. 주최 측은 이미 대회 시작 전부터 각 부문 토너먼트가 원매치로 치러질 경우 상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공지했으며, 실제로 원매치로 치러진 검은띠 우승자에게는 최초 책정된 50만원이 아닌 20만원이 지금되었다. 상금을 지급하는 ‘프로 대회’라는 이점 때문에 이번 대회에 출전을 결심한 선수들도 있었기에 일부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 이러한 결정을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대회를 개최한 KPC의 김민규 대표는 “첫 대회임에도 뜨거운 반응을 보인 수련자 분들과 투지 넘치는 승부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선수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대회를 열 것이며, 주짓수 선수와 대회의 가치를 알고 더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추후 대회는 여름에 개최될 것이며 노기 대회가 될 수도 있다.”며 대회 개최 소감을 밝혔다.
KPC 프로 엡솔루트 입상자
블랙벨트 1위 최병규(존프랭클 분당) 2위 조재섭(루츠)
브라운벨트 1위 한진우(브로스짐) 2위 박강철(브로스짐/서울) 3위 전두광(동천백산)
퍼플벨트 1위 황명세(브로스짐) 2위 이바름(로츠) 3위 윤길상(브로스짐), 배정민(브로스짐)
블루벨트 1위 조준용(존프랭클 방배) 2위 오길환(퍼스트짐/전주) 3위 한상일(존프랭클 방배), 석창훈(브로스짐)
화이트벨트 1위 전현규(브로스짐) 2위 박홍기(루츠) 3위 정장훈(브로스짐/서울), 이영후(존프랭클 방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