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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17년 8월 26일 (토)
o 날씨: 맑음
o 산행경로: 추령 - 유군치 - 장군봉 - 신선봉 - 순창새재 - 상왕봉 - 곡두재 - 감상굴재 - 대각산 - 칠립고개 - 어은동고개
o 산행거리: 23.4km
o 소요시간: 10시간
o 지역: 전북 순창
o 일행: 좋은사람들 호남7기
▼ 등산지도
5주만에 나서는 정맥길이다. 한달을 쉰 후라 체력도 염려되고, 아직도 남아 있는 8월 무더위도 걱정이다. 무더위 속 장거리 산행은 그야말로 고역이고 고난이다. 지난 3구간은 90%가 중탈했고, 4구간도 엄청 힘들었다고 한다. 비록 이번 구간은 날머리를 밀재에서 어은동고개로 바꾸어 당초 계획보다 산행거리를 6km나 줄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23km에 육박하는 만만찮은 거리다.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도착한 추령에는 반갑게도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 기분좋은 출발이다...
▼ 추령
등산로는 좌측의 키높이 철조망을 넘거나 조금 더 전진한 후 낮은 철조망을 넘어서면서 시작된다. 추령의 새벽기온은 22℃, 바람까지 불어주니 그지없이 시원하다...
▼ 내장산 표지석
들머리에서 유균치로 향하는 등산로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은 발걸음도 거침이 없다. 들머리에서 약 1km를 조금 넘긴 지점에 유균치가 자리잡고 있다....
▼ 유군치
[유군치(留軍峙)] 이 고개는 내장산 지구로부터 순창군 복흥면을 거쳐 남쪽의 백양사 지구로 연결되는 길목이다. 임진왜란 때 진을 치고 공격해오는 왜군을 승병장 희목대사가 이곳에서 머무르며 유인하여 크게 물리친 사실이 있어 유군치라 유래되었다. (안내판)
유군치에서 장군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제법 고개를 치켜들고 덩달아 내 발걸음도 페이스를 줄인다. 그러는 사이 선두는 벌써 저만큼 멀어지고 있다. 언덕을 올라서면 장군봉이다. 장군봉은 뽀족한 암봉이지만 그 속에서 만나는 장군봉은 그저 평범한 작은 공간이다. 아직도 주변은 컴컴한데 하늘에 별들만 총총....
▼ 장군봉 (유군치에서 1km)
[장군봉] 이 봉우리는 추령에서 연자봉 중간에 솟아있는 급경사의 험준한 봉우리로 수목이 울창하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스영대장 희목대사가 이곳에서 승병을 이끌어 활약했다고 하여 장군봉이라고 불리운다. 산정에는 지휘대가 있고 이곳을 장군대 또는 용바위라고 한다. (안내판))
장군봉을 지나면 제법 까다로운 바윗길을 따라 하강하며 암릉을 지나 연자봉으로 향한다. 재작년 내장산 8봉 종주시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은 이곳의 등산로가 의외로 바윗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둠속이라서 더 그럴수도 있겠다. 그 암릉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연자봉에서는 건너편으로 서래봉에서 망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그 아래에 있는 내장사의 조망이 좋은데, 오늘은 연자봉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을 보면서 시커먼 도화지 위에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고....
▼ 연자봉
연자봉에서 조금 하강하면 내장사에서 금산폭포를 경유하여 신선봉으로 올라오는 갈림길을 만난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위길을 따라 신선봉으로 다시 가파르게 상승한다. 이전에는 일반적인 등산로 였는데 지금은 지그재그 형태의 바윗길이 새로 조성되어 있다....
▼ 금산폭포 갈림길과 신선봉 방향 바윗길
신선봉에 올라서니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선유했다'는 전설이 과언이 아닐만큼 멋진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여명이 동쪽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그 아래의 인간세상은 그 빛을 받아 영롱한 산그리메를 그리고 있다. 일출이 머지않아 보인다. 작년내내 대간길에서도 조망이 열려있는 곳에서 일출을 본 것은 몇번 되지않는 흔치 않은 기회라 오늘은 이곳에서 무작정 일출을 기다려 보기로 하고...
▼ 신선봉 (내장산 정상, 연자봉에서 1.1km)
[신선봉] 내장산 최고봉으로 경관이 수려하고, 내장 9봉을 조망할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선유하였으나 봉우리가 높아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신선봉이라 불리운다. 봉우리 아래 계곡 산벽에 유서 깊은 용굴과 금선폭포, 기름바위, 신선문 등이 있고, 남쪽으로 구암사로 통하며 그 너머로 백양사에 이른다. (안내판)
▼ 신성봉에서 바라본 까치봉(좌)과 망해봉(중간)
▼ 신선봉에서 바라본 서래봉(앞)과 회문산(중간 우측 맨뒤) 방향 조망...
여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서래봉 능선과 시시각각으로 변화는 붉게 물든 추월산과 강천산의 마루금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일출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대부분의 일행들은 떠나고 없지만 몇몇만이 신선봉을 지키며(?)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붉은 기운이 하늘로 솟구친다... 오늘의 일출이다... 이 장관을 어떻게 말로 형언할 수 있으리오....
일출을 기다리느라 지체한 약 40분을 catch-up 하기 위해서는 발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가치봉 갈림길에서 좌틀해야 순창새재 방향이다. 갈림길에서 왕복 0.6km 밖에 되지않는 까치봉을 다녀올까 어쩔까... 웬만하면 다녀오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것 같아 아쉽지만 패스~~
▼ 까치봉 갈림길
순창새재로 이어지는 등로에는 산죽이 지천이고 의외로 바윗길도 많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오늘날씨는 그야말로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눈앞으로는 가야할 백암산이 다가오고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신선봉이 하늘처럼 솟아있다...
▼ 백암산 조망 (우측)
▼ 뒤돌아본 신선봉
등로를 따라 계속 직진하면 소등근재을 거쳐 순창새재에 이어지나, 호남정맥길은 우측으로 빠져 소죽엄재와 영산지맥 갈림길을 거쳐 순창새재로 연결된다. 이 구간은 비탐구간으로 진입금지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여차하면 지나치기 쉽다. 우리도 무심결에 지나쳤다가 약 200m를 되돌아 오는 수고(?)를 하였다...
▼ 호남정맥 갈림길 (우측)
이곳 정맥길은 키를 넘는 산죽이 무성하다. 중간쯤에 소죽엄재가 있다고 했는데 아무런 이정표도 보이지 않고 비탐구간이라 그런지 원시의 산속을 헤쳐나가는 기분이다. 성터나 집터 같은 돌무더기도 지나고 입암산도 조망하고 그리고 영산기맥 분기점도 지난다...
▼ 소죽엄재(?)
▼ 입암산(좌) 조망
▼ 영산기맥 분기점 (우측이 영산기맥 방향)
호남정맥길은 순창새재까지 약 1km 정도를 더 돌게된다. 일출을 기다리느라 40분을 지체한 것까지 감안하면 선두는 이미 백암산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상왕봉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서두른다. 순창새재에서 상왕봉까지는 약 2.3km, 위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심해진다. 이곳에서 무리한 것이 후반전에 쥐가 나면서 오늘 산행을 망친(?) 원인이 된 것 같다...
▼ 순창새재
상왕봉에 도착하니 후미의 일행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인증샷을 찍고 쉴틈도 없이 먼저 일어서는 일행들을 쫒아가게 된다. 혼자 뒤쳐져 쉴수도 있지만 독도에 주의가 필요한 구암사 갈림길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서는 일행들을 쫒아갈 수 밖에 없다. 트랙을 사용하면 좋은데 나는 아직....
▼ 상왕봉 (백암산 정상, 순창새재에서 2.3km)
우측 아래로 도집봉과 가인봉이 내려다 보인다. 상왕봉에서 이쪽과는 반대방향인 사자봉을 지나 가인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가을 단풍이 좋은 곳이다. 재작년 가을에 사람이 많지 않은 그곳에 들어갔다가 멋진 단풍을 구경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 도집봉(중간)과 가인봉(중간 우측)
그리고 등로 좌측으로 커다란 암봉인 기린봉이 자리잡고 있다. 이전에는 왕래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좌우에 '탐방로 아님' 안내판과 진입을 금지하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아쉽게 올려다보는 기린봉 위로 가을의 기운이 흐리고 있다...
▼ 기린봉
기린봉을 지나면 등로에 백암산의 세월을 품고있는 명품소나무가 있다. 소나무 뒤로는 멀리 정상에서 장불재로 이어지는 무등산 능선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병풍산과 불태산의 마루금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높고...
▼ 명품소나무
백학봉을 약 0.7~0.8km정도 남겨둔 지점에 있는 헬기장이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백학봉 방향, 호남정맥길은 좌측의 샛길로 들어가야 한다. 만약 직진하여 백학봉 방향으로 내려가더라도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틀하여 구암사 방향으로 들어오면 된다...
▼ 헬기장 (직진: 백학봉, 좌틀: 호남정맥)
호남정맥길은 구암사 갈림길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는 진입금지 안내판 뒷쪽으로 이어진다. 이런 곳에서는 항상 마음이 묘하다. 가지 말아야 하는 명분과 가야만 하는 목표 사이에서...
▼ 구암사 갈림길
멀리 올 11월이면 지나게 될 무등산이 반갑게 다가온다. 재작년 겨울의 무등산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그리고 발 아래로는 초록의 반월리가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얼마 있으면 저곳도 누런 물결로 뒤덮힐 것이다. 기운이 떨어진(?) 매미소리를 들으니 그렇게 무더웠던 여름도, 세월도 여지없이 흐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 백양사(하단) 그리고 무등산(좌측 뒤)과 병풍산-불태산 (중간 뒤)
▼ 반월리 전경
비탐구간인 만큼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등로는 야생의 그것이다. 밧줄구간의 밧줄도 빨래줄처럼 가늘고 젖은 급경사길에서는 저절로 미끄러진다.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나무에 메달려있는 시그널을 나침판 삼아 아래로 또 아래로...
내리막을 다 내려오고 나서야 우리도 정상적인 정맥길에서 조금 벗어난 등로를 이용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비탐길은 등로가 애매하고 헷갈리는 곳이 많다는 방증이리라... 이 내리막의 하단에 '곡두재'가 자리잡고 있다.
▼ 곡두재
곡두재에서는 우거진 소나무 숲의 수목장림을 지나게 된다. 이런 곳에 서면 生과 死의 구분이 종이 한장 차이임을 실감하게 된다. 삼라만상과 희노애락이 그저 자연의 한 부분일뿐... 수목장림에 자리잡고 있는 쉼터에서 휴식을 취한후 명지산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다리근육이 굳어온다. 정강이 위쪽과 장단지에 쥐가 나는 것이다. 서둘러 근육이완제를 복용했지만 한번 시작한 근육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오르막길에서는 그야말로 게걸음이 따로 없다....
▼ 수목장림 입구
▼ 명지산 (441.8봉)
근육통 때문에 작은 업다운도 큰 파도를 타는 기분이다. 그리고 명지산을 지나 감상굴재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수풀과의 싸움이 심해져 발걸음이 더욱 힘들어진다. 키를 넘는 가시덤불을 헤치면서 보이지 않는 등로를 찾아 찾아...
감상굴재로 내려가는 길목에 개 세마리가 사납게 으르렁 거리고 있다. 다행히(?) 목줄이 매여있는 것을 확인하고 오히려 내가 큰소리 치면서 지나치긴 했는데 많이 흔들린 사진을 보니 나도 속으로는 엄청 쫄았었나 보다...^^;;
▼ 감상굴재 마을에서 바라본 대각산
▼ 감상굴재의 降仙亭과 보호수( 느티나무, 수령 약273년)
감상굴재의 느티나무 앞에 설치되어 있는 수도에서 물을 보충하고 얼굴의 땀도 좀 씻어내고.... 휴식을 취했으나 다리의 근육통이 가시지 않아 근육이완제를 재차 복용하여 대각산을 넘을 준비(?)를 갖추었다. 앞서간 선두일행이 대각산 입구에서 말벌에 쏘였다는 소식을 접한터라 여차하면 삽십육계를 할수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지선교차로를 지나 대각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의 '벌집 제거'라는 안내판이 무섭게 다가온다...
▼ 뒤돌아본 백학봉(우)과 상왕봉(우측 뒤)
대각산 초입에서 다시 멈춰섰다. 다리 근육통이 재발한 것이다. 움직일 수가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스틱에 메달려 버티며 약을 털어넣고... 약 기운으로 잠시 회복된 다리를 이끌고 언덕을 올라가는데 앞서간 일행중 OOO님이 혼비백산하며 뛰어내려오고 있다. 말벌의 습격을 받아 몇방을 쏘이고 후퇴한 것이다. 쏘인 팔이 엄청 따끔거린다고 한다. 아무런 장비가 없으니 어떻게 도와드릴 방법이 없다. 따끔거리더라도 손대지 말고 그냥 참으라고 하는 수 밖에...
▼ 말벌집 (일행이 찍은 사진)
몇사람이 함께 말벌집이 있는 곳을 통과했는데 어떻게 혼자만 집중공격(?)을 받았는지... 마치 하나의 비행편대가 습격하듯이 공격하더라고 하는데... 등로가 막혔으니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할수없이 길이 없는 숲속으로 엄금엄금 우회하는 수 밖에...
문제는 다리근육통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평지에서는 덜 한데,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에서는 힘을 쓰는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쉴새없이 경련을 일으킨다. 걷는 것 보다 쉬는 시간이 훨씬 많아진다. 아직도 3~4km가 남았는데...
▼ 대각산
점점 수풀과 가시덤불이 뒤덮혀 있는 등로를 헤쳐나가야 하고, 시원하던 바람마저 잦아들면서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니 갈길은 더더욱 고달파진다...
수풀에 뒤덮혀 있는 곳에서는 등로를 찾아 헤매기 일쑤다. 칠립고개을 앞두고도 등로를 잃어버려 칠립고개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말벌에 쏘인 OOO님은 차를 타고 가겠다고 강두마을에서 중탈하고... 나도 이런 상태로 산행을 계속하기가 어렵지만 이제 2~3km 남았는데 여기서 멈출수가 없다...不怕慢,只怕站...
▼ 칠립고개(?)
칠립고개에서 다시 키를 넘는 수풀을 헤쳐나가니 강두고개가 나타나고 그 뒤로 보이는 작은 산을 또 넘어야 한다. 이곳도 이정표는 고사하고 시그널조차 보이지 않아 등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 강두고개와 넘어야 할 431봉(?)
위치와 방향에 유의하면서 간간이 보이는 시그널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니 이곳도 야생의 현장이다. 수풀과 가시덤불은 갈길바쁜 발걸음을 붙잡는데 보이지 않는 등로를 찾아가는 것이 요행이다 싶다. 정맥길은 대간길과 달리 이런 구간이 많다고 하니 여름철 무더위속 덤불구간의 정맥길은 어쩌면 최악의 산행일지도 모르겠다...
어은동고개를 앞두고도 등로가 헷갈린다. 분명 마을이 가까운데 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숲길을 지나고 대나무 숲도 지나고....잠깐 헤매다 보니 어은동고개로 내려오지 못하고 어은리 마을로 내려오고 말았다. 맨후미로 도착하니 이미 도착한 일행들은 점심식사까지 거의 마친 모습이다. 건네주는 소맥 한잔으로 갈증을 달래고 마을회관 옆 수돗가에서 맨몸으로 땀을 씻어내고 나니 어느정도 살 것 같다....
▼ 어은리 마을
▼ 어은재 보호수 느티나무 (일행이 찍은 사진, 수령 300년)
작년 대간길에서도 근육통 때문에 고생한 적이 많지만 오늘처럼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운동부족과 몸상태의 원인이 크겠지만 잘게 반복되는 업다운이 많은 정맥길의 컨디션도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오늘같은 사태를 생각하면 정맥산행을 계속해야 할지 회의가 생긴다. 당장 다음구간이 걱정이다. 거리를 줄인 이번구간의 6km까지 더하면 다음구간은 28km에 육박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