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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18년 12월 23일 (일)
o 날씨: 맑음
o 산행경로: 응원리 - 옥자봉 - 고려산 - 에머슨CC입구 - 덕고개 - 원성리삼거리 - 양곡2리 - 국사봉 - 국수봉 - 차령고개
o 산행거리: 34.1km
o 소요시간: 9시간 30분
o 지역: 충남 천안, 공주
o 일행: 울산다물종주클럽
o 트랙: 금북정맥_응원리_차령고개_20181223_051557(jbha3309-20181223_151250).gpx
▼ 코스지도
춤다고 빼먹고, 귀찮다고 빼먹고, 바쁘다고 빼먹고... 오랜만에 나서는 정맥길이다. 고도표를 봐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고, 거리가 길긴 해도 중간에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구간이 있으니 까짓것ㅎㅎ... 들머리로 향하는 야간버스... 머리를 좌석에 기대기만 하면 잠속으로 빠져드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떻게든 선잠이라도 자기 위해 애를 써도 나는 좀처럼 잠을 이룰수가 없다...
▼ 응원리(들머리)
응원1리길과 충절로가 교차하는 사거리에 하차하여 단체사진을 찍고 출발... 경부고속도로 아래로 뚫린 굴다리를 통과한다. 지난번 구간의 날머리와 오늘구간의 들머리 사이에는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있기 때문에 부득히 ㄷ字모양으로 우회해야 한다.
다행히 날씨가 그렇게 춥지는 않다. 오늘 오후부터 찬공기가 몰려오면서 추워진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는 괜찮다. 산길로 접어든후 바로 옥자봉을 만난다. 트랭글에서는 왕자봉이라는 뱃지가 발급된다...
▼ 옥자봉
그리고 이어지는 작은 업다운... 어둠속으로 퍼지는 선두의 헤드렌턴 불빛이 저만치 멀어지고 있다. 오랜만의 산행과 심신의 컨디션을 볼때 오늘은 speed 보다 steady가 필요한 것 같아 자연스럽게 후미일행들과 걸음을 맞추게 되었다...
석곡배수지가 있는 곳이 돌고개인 모양이다. 이곳에서 상승 반전한 정맥길은 굴머리재과 애미기재를 거쳐 고려산으로 연결된다...
▼ 석곡배수지 (돌고개)
애미기재라... 갱상도 사투리의 발음에 충실해보자면 '애미긴다'는 뜻은 '애를 먹인다'는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애미기재(1)을 통과하면 가칠한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다. 가파른 경사길은 낙엽때문에 더욱 곤혹스럽다. 그렇게 애를 두번씩이나 먹었으니 ㅋ...
고려산을 0.9km 남기고 만나는 고개... 여기가 마야목고개일까?
고려산을 앞두고 어제와 다른 오늘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고려산까지도 제법 된비알 구간이다...
고려산에는 고구려가 남하 하였을때 쌓은 고구려산성(고려산성)이 있으며, 고려산이라는 명칭도 고려산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산성은 길이 약 250m의 테뫼식 산성으로 성내에서는 삼국 시대 토기 조각과 기와 조각이 출토되고 있다. 따라서 고려산 일대 지역은 고구려가 강성하였을 때 최남방의 국경을 구성하는 요충지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외에도 기우제단이 있었으며, 연기 8경 중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 고려산
고려산을 정점으로 등로는 황골도로까지 깊게 내려 않는다. 황골도로는 세종첨단일반산업단지 및 세종스마트그린일반산업단지와 1번국도를 연결하고 있다...
▼ 황골도로
황골도로를 지나 다시 숲속으로... 그렇게 고등고개를 지난다. 지도를 살펴보니 이 산속으로 대곡터널과 KTX 철길이 지나고 있다...
▼ 뒤돌아본 고려산
▼ 세종일반산업단지 방향
터덜터덜... 고려산에서 후미를 이탈하여 나홀로 걷는 길, 아무리 쫒아가도 선두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눈앞으로 커다란 건물이 보이더니 등로는 건물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펜스를 피해 좌측으로 우회한다. 이곳에서 나뭇가지에 눈을 찔리는 바람에 한동안 눈물 줄줄... 전의산 연수원은 어느교회의 연수원인 모양이다. 뭐든 품어줘야 할 종교시설이 왜 이렇게 철통같이(?) 경계를 하고 있을까. 연수원입구에는 홈그라운드라고 큰소리 치는 개도 한마리 있더라...ㅋ
▼ 전의산 연수원
우측으로는 골프장이 내려다 보이는데... 세종 에머슨골프장이다. 몇년전만해도 고향친구들과 저곳에서 피터지게(^^) 게임을 한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산위에서 골프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
등로는 골프장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한동안 내려간다. 미끄러운 숲속 낙엽길보다 아스팔트길이 편한 것 같으면서도 불편하다. 오래 걸으면 발바닥이 아풔...
그래도 뭐... 길이 좋다고 아무 생각없이 도로를 무작정 따라 내려가다가 정맥길을 놓쳤다. 정맥길은 1번홀 그린 주변에서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별수없이 백(back)하여 뒤돌아오는 올라와야 하는 도로길은 더욱 불편하다...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산아래로 전의면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원성교가 있는 곳이 덕고개이며, 경부선 철길과 1번국도가 걸쳐있어 원성교방향으로 크게 우회해야 한다. 몇몇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는 철길 울타리를 넘어 무단횡단했다는 야그가 있던데... 그건 좀...
▼ 덕고개와 원성교
▼ 원성교삼거리
▼ 원성교
▼ 1번국도(좌)와 경부선 철길
전의면에는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식당들이 많다. 일행중 일부는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한 모양이다. 원성교를 지나면 운주산 아파트에서 우틀하여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동네 뒷산이다 보니 숲길 입구에 시그널이나 이정표가 없어 약간 헷갈리는 곳이다...
▼ 운주산 아파트에서 우틀...
숲을 빠져나오면 '요셉의 마을'을 지나게 된다. 원정맥길은 '요셉의 마을' 아래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산능선을 타야 하지만 이곳은 군부대지역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부득이 원성2리 삼거리까지 내려와 의당전의로를 따라 양곡교까지 걸어가야 한다 (상단 지도상의 점선 우회도로)
▼ 요셉의 마을
▼ 원성2리 버스정류장 앞 삼거리
원성2리에서 양곡2리(양곡교) 까지는 4km의 도로길... 갓길이 좁아 사람들이 통행하기에는 불편한 곳이다. 따라서 많은 정맥꾼들은 원성2리에서 양곡교까지는 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탄다. 심지어 덕고개 부근에서 택시를 타기도 한단다. 이러한 상황을 아는 택시기사들이 요지(?)에 친절하게 대기하고 계신다는ㅎㅎ... 나도 일행 두분과 함께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4km는 공짜로 먹었다...ㅋ
▼ 양곡2리 (양곡교)
양곡2리 마을 뒷편 달성초등학교 옛부지 정자에서 최선두 두분이 점심식사를 하고 계신다. 우리는 택시를 이용한 구간을 걸어오셨다고 한다. 그러고도 먼저 와서 여유를 부리고 계시니... 그저 부러운 능력자들이다...
▼ 달성초등학교 옛부지
양곡2리에서 등로는 국사봉으로 향한다. 좌측 아래로는 조성중인 세종미래일반산업단지가 내려다 보이고...
▼ 세종미래일반산업단지
이곳도 산 능선위에는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으며 긴 철책선을 따라 걸어야 한다...
택시를 탄 거리를 빼고도 걸어온 거리가 20km에 육박하면서 다리가 점점 풀리기 시작한다. '용불용설'을 인용하자면 한동안 산행을 다니지 않은 탓이다. 다행히(?) 고려산을 얼마 앞두고 나타나는 임도가 약간의 구원이다. 임도는 업다운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다리에 무리가 덜하다고 할까...
으잉... 분명 후미에 있을 일행들이 저쪽 앞 임도에서 쉬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솟았나?? 숏컷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임도를 벗어난 등로는 되재고개를 지난다. 왜 내눈에는 '돼지고개'로 보였을까. 이곳 되재고개에서 정맥길은 우틀해야 한다. 하지만 일행들 대부분은 직진방향으로 정맥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국사봉으로 향한다. 사실 나도 일행들을 쫒아가다 보니 국사봉이 정맥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는 것을 그 후에 알게 되었다.ㅎ
▼ 되재고개
우리나라에 국사봉이라는 이름이 붙은 산봉우리가 무척 많으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곳 국사봉도 마찬가지다. 국사봉에는 전염병을 치료한 승려와 관련한 일화가 전해온다. 과거 천안과 진천 일대에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이때 한 승려가 나타나 돌림병을 두려워하지 않고 환자들을 돌보았다고 한다. 승려가 봉우리에 올라 천제(天祭)를 지낸 후 전염병이 사라지자, 인근 주민들이 승려의 은덕을 기리려 국사(國師)라 하였으며, 천제를 지낸 봉우리를 국사봉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일화가 그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국사봉 지명이 다수 존재하고 있는데, ‘국사’는 무속 사회에서 굿을 하던 곳을 나타내는 말로서 굿의 이두식 표기라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 국사봉
국사봉에서 먼산님이 건네주신 따뜻한 꿀물차 한잔을 얻어먹었더니 몸이 살것 같다. 좋은 생각이다. 다음부터는 나도 따뜻한 꿀물차를 가지고 다녀야 겠다...
국사봉에서 되재고개로 빽(back)하여 날머리 차령고개로 향한다. 국사봉에서 차령고개까지는 업다운이 상대적으로 심한 편이다. 이제 뭐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 이것이 큰 오판이었다. 국사봉에서 내려선 후 421봉을 올라서는데 다리에 마비가 온다. 한동안 없던 쥐가 나타난 것이다. 운동부족이리라... 살살 달래며 걸음을 옮겨보지만 한번 시작한 경련은 점점 심해진다. 큰일인데...
준비해온 쥐약도 복용하고 그간의 경험을 살려 이런저런 임시방편을 총동원해 보지만 역부족... 오도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숲속에 갇힌 형편이다. 다행히 지나가던 먼산님이 스프레이 파스를 건네주고 꺽쇠님이 허벅지를 풀어줘 한결 나아졌다. 이제부터는 한걸음 한걸음이 도전이다. 재발하면 쉬었다가... 조폭님이 건네주신 독일산(^^) 아스피린도 복용하고...
▼ 국수봉
국수봉을 지나 눈앞으로 나타나는 303봉, 342봉... 넘사벽처럼 산봉우리가 높아 보인다. 오르막길에서 더욱 심해지는 경련을 생각하면 도저히 무리다. 다행인지... 등로 아래로 우회하는 임도가 짠~ 하고 나타난다. "뭣이 중한디?"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임도길을 따라간다. 도중에 임도길과 정맥길이 교차했다가 헤어지기도 한다. 혹시라도 알바를 할까봐 342봉을 아래로 우회한 후 시그널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결론은 임도길을 계속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차령고개 방향으로 내려서면 한결 수월(?) 하다...
▼ 내려다본 23번 국도
23번 국도가 지나고 있는 차령고개가 내려다 보인다. 거의 다 온 모양이다. 쥐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대중들이 보고 있으니 별일 없다는 듯 자세를 꼿꼿히 하고...ㅎㅎ
▼ 차령고개
[차령고개] 삼한을 통일한 고려 태조 왕건은 943년(고려 태조 26) 4월 신임하던 중신 박술희를 내전으로 불러들여 고려 왕조의 자손들에게 귀감으로 삼아서 지키게 할 열 가지 유훈인 「훈요십조」(일명 「신서십조(信書十條)」)를 친히 전해주었다고 전한다. 여기에는 서경(西京-평양)의 수덕(水德)이 순조로워 대업만대의 땅이니 이를 중시하라는 내용과 함께 차현(車峴-차령) 이남 공주강(금강) 밖의 산형지세가 배역(背逆)하여 인심도 그와 같으므로 조정에 등용치 말라는 내용도 있다. 이 「훈요십조」 상의 차현이 차령고개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차령고개에 있는 펜션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로 땀에 젖은 머리와 손발을 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막판 고난을 헤치고(ㅎㅎ) 무사 완주 기념으로 들이킨 소주 한잔이 알딸딸하다. 뒷풀이는 정안에 있는 칼국수집에서 보쌈과 칼국수로...
차령고개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나눈 화제중 하나가 산행중 발생하는 근육경련(쥐)에 대한 처방법이었다.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이다. 혹자는 마그네슘/칼슘/비타민D를 복용해야 한다고 하고 혹자는 아스피린을 꼭꼭 싶어 먹으면 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소주를 맥주잔 한잔 정도 원샷하면 된다는 야그가 재밌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는 측면에서는 일견 그럴듯 해 보이지만 나처럼 술이 약한 사람은 쥐가 나서 못 걷는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해 아예 길바닥에 드러눕지나 않을지ㅎㅎㅎ... 한발 더 나아가 담배를 한대 피우면 긴장이 완화되고 혈액순환도 원활하게 된다는 이색적인 이론도 있고...ㅋ
하나를 피했더니(무사히 넘겼더니) 또 하나가... 울산에 도착하여 일행들이 속속 내리고 마지막 목적지로 가던 중에 뒤따라오던 승용차가 버스를 쎄게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좌석에 앉아 있던 몸이 충격을 받을 정도였으니... 승용차 운전자가 먼저 택시와 부딛친후 버스를 추돌한 모양이다. 다행이라면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는 것... 교통사고는 자고 일어나면 후유증이 나타난다고 하던데... 버스에 타고 있던 우리 일행들 모두 별 이상이 없기를... 모두 고급인력들이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