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불실秀而不實
2013년 5월 24일자 칼럼
비리와 부정이 끊이지 않고 꼬리를 물고 발생한다. 파렴치한破廉恥漢이 늘어나고 있다. 느자구(싹수)가 노란 게 보인다. 느자구가 노래지면 끝장이다. 배움이 깊지 못하고 수양이 덜 된 이들을 꼬집은 대목이 『논어』 「자한」편에 보인다. 공자의 직설화법이 보인다. 『논어』를 읽다보면 공자의 이런 직설화법이 더러 보인다. 상대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장면이 보인다. “싹은 나도 꽃이 피지 않고, 꽃은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묘이불수 수이불실苗而不秀 秀而不實이라는 대목이다. 묘이불수苗而不秀는 싹은 틔워도 꽃을 피우지 못하니 싹 아지, 곧 싸가지가 없는 것이고, 수이불실秀而不實은 꽃은 피우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니 느자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곧 싹수가 노랗다는 얘기이다. 필자가 8년 전에 읽은 『이아爾雅』의 대목이 떠오른다. 3,000년 전(?)에 주공周公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이아』 「석초釋草」에 보면 꽃과 열매에 대하여 상세히 풀고 있다. “ 나무에 꽃이 피는 것을 화華라 하고, 풀에 꽃이 피는 것을 보고 榮이라 한다. 목위지화 초위지영木謂之華 草謂之榮. 다시 이를 풀기를
不榮而實者 謂之秀불영이실자 위지수, 풀에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는 것을 수秀라 하며,
榮而不實者 謂之英영이불실자 위지영 풀에 꽃은 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을 영英이라 한다.
이는 학문 완성의 여부를 말하는 것이다. 싸가지가 없고 싹수가 노랗고 잔망스러운 터수를 지닌 이가 많은 세상이다. 학문은 곧 인격완성의 척도가 되는 것인데 이도저도 못되는 깜냥들이 있다. 이는 학문이 제대로 서고 인격수양이 제대로 된 이가 나라와 국민을 다스려야 한다는 대목이다. 이 대목을 곱씹어 보니 가슴이 서늘해진다.
『목민심서牧民心書』 권2 「청심淸心」편에 보면 조선의 건국 후부터 정조 임금 때까지 적바림을 살펴보면 태조로부터 성종 사이에 45명, 중종으로부터 선조 사이에 37명, 인조로부터 숙종 사이에 28명 모두 110명의 청백리가 있었다고 한다.
송(宋)나라 때의 학자인 육구연(陸九淵, 1139-1193)은 『상산록象山錄』에서 청렴결백의 등급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나라에서 주는 녹봉 이외에는 아무것도 받아먹지 않고 먹다 남은 것은 하나도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며, 체임되어 돌아가는 날에는 말 한 필에 몸을 실었을 뿐 옷소매에 맑은 바람만이 일뿐이니 이것이 옛날 염리廉吏로서 최상등이다. 둘째, 봉록 외에 명분이 바른 것은 먹되 바르지 않는 것은 먹지 않고 먹고 남은 것이 있으면 집으로 보내온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중고中古시대의 염리로서 그 다음가는 것이다. 셋째, 무릇 전례典例로 되어 있는 것은 비록 명분이 바르지 않더라도 먹되 전례가 없는 것은 제가 먼저 시작하지 않고 향鄕이나 임任의 벼슬도 팔지 않으며 재앙을 핑계로 곡식을 농간하지도 않고 농사나 형옥(刑獄-소송)에 돈을 받고 처리하지 않으며 세금을 더 부과하여 남는 것을 착복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염리로서 최하등이다.”
청렴결백을 방해하는 것이 앵이(돈)이다. 명나라 때 사람인 풍유룡(馮猶龍, 1574~1646)은 “천하의 가장 나쁜 일은 돈을 버리지 못하는 데서 오고, 천하의 좋은 일은 모두 돈을 버릴 수 있는 데서 온다.”라고 하였다. 돈만큼 사람을 비굴하게 하는 게 없다. 얼마 정도의 돈을 가지는 것은 좋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욕심이 나는 게 돈이다. 이런 마음을 끊어버려야 목민관牧民官의 자질이 선다.
다산은 말하기를 “선비의 청렴함은 마치 여인이 순결을 지키는 것과 같아 터럭만큼이라도 더러움이 있다면 평생 흠이 된다(惟士之廉 猶女之潔 苟一毫之點汚 爲終身之玷缺유사지렴 유여지결 구일호지점오 위종신지점결).”이라 하였다. 청렴결백함은 목민관이 본디 힘써야 할 바이며 모든 선善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다. 백성을 다스리는 이가 마음에 담아두는 글, 이게 목민심서의 사자어금니(요체)가 되는 줄거리이다. 백성을 보기를 아래로 보아서는 안 되고 어진 마음과 자애로움으로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민가근 불가하民可近 不可下. 『서경』 「감서甘誓」에 나오는 대목이다.
모름지기 수령이 될 이는 어질고 청렴결백하고 비리와 부패에 대하여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다산의 생각이다. 세상을 경영함에 있어서 봄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백성을 위무하며 가을에는 모름지기 잘잘못을 가려 벌을 주는 게 수령된 이의 책무인 것이다. 경세춘추經世春秋, 『장자』의 「제물론」에 보이는 대목이다. 벼슬자리는 곧 모두가 지닐 수 있는 공기公器이다. 이는 벼슬자리를 삿된 욕심으로 사사로이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수령의 자리를 얻으려는 것을 걸군乞郡이라 했을까! 벼슬을 얻으려고 동분서주하는 이들이 민심을 얻는 게 아니라 구걸하는 것이라고 하니 구걸한 것은 아껴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백성의 때 묻고 땀이 서린 앵이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싹수 노랗고 잔망스러운 터수의 공직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공직에 있는 이들이 『목민심서』 한 대목이라도 읽어 이를 실천하는 노력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