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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나래시조 문학상 및 나래시조 신인상 심사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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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나래시조 문학상 및 2011년도 나래시조 신인상 심사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 제20회 나래시조 문학상
수상시인 : 서정택
수사작 : 「땀」
선고위원 : 김선호, 이승현
심사위원 : 리강룡, 신후식, 정광영, 권갑하
■ 2011년도 나래시조 신인상
노준 : 당선작 「냉장고 아내」
김동관 : 당선작 「굽 닳은 가을」
양해극 : 당선작 「덕수궁 유서」
심사위원 : 리강룡, 신후식, 정광영, 권갑하, 이승현
<심사평> 리강룡
생각하면 감개무량한 일이다. 초창기 회칙에다 우수 작품을 발표한 시인에게 나래시조문학상을 시상하기로 해 놓고도 상당한 기간 동안 이를 시행하지 못하다가 1989년 8월 13일. 제1회 나래시조문학상을 시상한 이래 이제 마침내 제20회 문학상을 시상하기에 이르렀다. 세월은 쏘아 놓은 살과 같아서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우리 문학상의 연륜도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도 남는 세월이 흘렀다.
선고의 대상이 된 많은 시인들 가운데 올해 본심에 오른 3명 시인의 작품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숙고하고 서로 아낌없는 의견을 개진한 끝에 제20회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작품을 서정택 시인의「땀」으로 결정하였다. 서정택 시인은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그야말로 작품 창작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여 길지 않은 연조에도 불구하고 각종 문예지에 부지런히 작품을 발표하면서 시조단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나래의 살림과 사무를 맡아 회에 기여한 공로 또한 적지 않다. 그의 부지런함을 반영하듯 수상 작품의 제목이「땀」인 것, 또한 평소에도 일을 하면서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시인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수상 작품과 우연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수상 작품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 이 땅에 노동자들의 건실한 생활의 일단을 표현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시의 이미지는 작품 속에서 일관성을 지니면서 유기적 조직체로서 살아 있을 때 성공한 시라 할 수 있는 바, 이미지의 발전 과정에서 시인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영역 확보를 위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수상작에서의 이미지는 첫 수와 둘째 수가 1차적 이미지라 할 만하다. 말하자면 시인의 경험적 현실, 시인의 현실적 대상 반영의 부분으로서 2차적 이미지 생성의 바탕이 된다. “계단 하나 차이로 출근 열차를 놓치고/놓친 김에 주저앉아 젖은 빨래를”하는 현대인의 바쁜 생활의 일단은 시인과 독자가 공감하기에 어렵지 않은 영역이다. 셋째 수는 2차적 이미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의 자유로운 상상을 통하여 대상으로부터, 대상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새로운 시적 이미지를 생성해 내고 있다. “내가 나를 빠는 날은 어김없이 비가 와서/지난 밤 탈수기로 탈탈 털린 몸의 노래를/또 다시 부르고 있다 한 번 더 적시고 있다”. 3차적 이미지인 보편적 이미지의 창조에까지 나가지는 않았지만 수상 작품이 그저 탁상에서의 언어유희가 아니라 시인의 건실한 삶과 일치된 작품으로 보고, 그 동안 문학 내외적으로 활동해 온 시인의 부지런한 족적을 참작하여 본 작품을 제20회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정하는 것이다. 서 시인의 대성을 비는 바이다.
<심사평> 권갑하
신인상 심사는 새로운 신인의 출현에 대한 기대로 늘 설렌다. 패기 있는 목소리, 새로운 문법의 시조가 그만큼 그리운 탓이다. 듣기 좋고 눈에 익은 기존의 틀이 아니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새로운 컬러,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 그리운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늘 아쉬움으로 끝난다. 최소한 몇 년 만이라도 시인들 사이에 회자될 수 있는 그런 신선한 시조 작품의 출현은 불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기대를 포기할 순 없다. 어쨌든 미래는 신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조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용과 형식, 이미지가 신선함을 지녀야 하겠다. 기존의 작품에서 느껴볼 수 없는 멋과 맛, 기존 시인들이 구사하지 못한 경지, 말하지 않는 세계, 느껴보지 못한 정서를 우려낸 작품이어야 하겠다. 둘째는 현대적 감각의 시조 특유의 율격 구사다. 내용상 우수한 작품이라 해도 율격적인 측면에서의 시조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작품은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기존 시의 수준을 한 단계 올라서는 경지다. 셋째는 종장의 세련미를 살린 작품이다. 시조는 일반 시와 달리 종장미학의 성취가 필수적이다. 초중장의 반복에서 벗어나 전환과 카타르시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시조의 종장 미학은 우리 선조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일구어낸 신비의 예술 장치이며 이를 통해 시조의 예술미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서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을 심사했다. 올해는 본심에 오른 응모자 모두를 당선시켜도 무난할 정도로 응모작의 수준이 높았다. 많은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일단 세 사람을 당선시키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노준의 <냉장고 아내>, 김동관의 <굽 닳은 가을>, 양해극의 <덕수궁 유서>가 당선작으로 최종 결정됐다. <냉장고 아내>는 냉장고라는 대상에 아내를 투영시킨 작품으로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한 수작이다. “수시로 가슴 열어 꺼내기만 했던 날들 / 한생을 단 한번도 플러그 빼지 못하고” 같은 구절은 아내를 냉장고에 선명하게 오버랩 시켜 공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굽 닳은 가을>은 “계약 기간 끝이나 시동 꺼진 자동차”와 “되돌려 막지 못한 주인 잃은 연체고지서” 등에서 알 수 있듯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 이 시대의 경제난과 사회 현실, 그러한 곤경에 처해 이러 저리 쓸리는 실직자의 아픔을 담아낸 작품이다. <덕수궁 유서>는 덕수궁을 통해 잃어버린 아픔의 역사를 되새기고 있다. “왕조의 마지막 흔적 무덤처럼 무겁다”는 이를 극명하게 웅변한다. “넋마저 빼앗긴” 역사의 아픔은 “몸져누운 동해바다”로 연결되어 돌고 도는 역사의 날선 ‘이빨’을 상기시키는 힘을 지닌다.
투고된 신인들의 작품은 그러나 아직 설익은 풋향을 드러낸다. 신인상 당선은 출발을 의미할 뿐이다. 갈 길이 멀고 먼 출발선상에 서 있는 주자와 같다. 지금까지의 노력 이상으로 창작에 열과 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을 지녔다.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그 나중은 심히 창대하”기 위해서는 도전하고 노력하는 신인의 자세를 잃지 않고 창작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한순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좋은 작품은 없다. 시인의 길로 들어서는 신인상 당선을 축하드리며 정진을 빈다.
┃제20회 나래시조문학상┃
<수상작>
땀
서정택
계단 하나 차이로 출근열차를 놓치고
놓친 김에 주저앉아 젖은 빨래를 한다
누구의 빨랫감인지 등이 한껏 휘어 있다
입고 지낸 시간만큼 이가 빠져 헐렁한데
애간장에 박은 속이 짠지인 양 익었는데
아내는 새옷이라고 버리지를 못한다
내가 나를 빠는 날은 어김없이 비가 와서
지난 밤 탈수기로 탈탈 털린 몸의 노래를
또 다시 부르고 있다 한 번 더 적시고 있다
<약력>
경기도 오산 출생
2006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계간《나래시조》편집위원
<동인 이천> 회원
<수상소감>
수수깡의 울타리
수수깡이 있었습니다. 첫 울음 이후 대학을 마칠 때까지 수수깡의 울타리는 부모님이었습니다. 군에 입대해서 전역을 하기까지는 국가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그랬던 울타리가 어느 날 모두 불 태워져 버렸습니다. 울타리가 불 태워져 버린 수수깡의 천지사방은 두 팔을 두 번 둘러야 겨우 맞닿을 정도로 굵다란 나무들이 빽빽한 밀림이었습니다. 그 밀림에는 수수깡의 뼈와 살쯤은 금방이라도 뚝, 분질러 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맹수들이 득시글거렸습니다. 수 만 번을 베이고 나서야 수수깡은 그 날카로움에 익숙해 질 수 있었습니다. 날카로움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수수깡은, 수수깡의 울타리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었습니다. 울타리가 되고서야 수수깡은 불 타 버렸던 울타리를 생각합니다. 수수깡의 아팠던 세월만큼 그 세월을 둥그렇게 둘러 줄 울타리. 나래의 귀에 대고 울타리! 하고 불렀을 때, 나래는 수수깡에게로 와 울타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수수깡은 꿈을 꿉니다. 아주 아늑한 나래의 꿈을 ……, 기대어 옹알이를 합니다. 따뜻하고 감사해서 죽을 수조차 절대 없다는 옹알이를 말이지요. 그 옹알이는 끝이 없는 옹알이입니다.
┃2011년도 나래시조신인상┃
<당선작>
냉장고 아내
노준
수시로 가슴 열어 꺼내기만 했던 날들
한생을 단 한번도 플러그 빼지 못하고
언제나 주방 구석에 배경으로 선 그대.
늘 한자리 맴을 돌다 지쳐 퇴근하는 길
고장 나 얼어붙은 게 냉장고만 아니어서
우리들 갈라진 틈새 성에꽃이 피었다.
늦은 밤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촛불 켜지 못하고 들어앉은 생일 케이크
등 돌려 누운 아내의 숨소리가 거칠다.
<약력>
1970년 충남 논산 출생. 2010년 문경새재시조백일장 장원. 인터넷 문학클럽 <시로여는 e좋은세상> 제3대 운영위원장 역임
305-761 대전광역시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 아파트 308동 103호
전화 : 010-6356-6372, 이 메 일 : aldeano@nate.com
<당선소감>
부족한 줄 알면서도 욕심이 났는가 봅니다.
닭의 배를 가르고 영글지 못한 알을 꺼냈습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것이 다만 첫걸음이어서
앞으로 더욱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서두르지 않겠지만 멈추거나 뒷걸음질치지도 않겠습니다.
저 스스로는 내딛지 못했을 문턱,
밀어주시고 당겨주신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2011년도 나래시조신인상┃
<당선작>
굽 닳은 가을
김동관
발자국 머뭇대는 도심의 공영주차장
계약기간 끝이나 시동 꺼진 승용차엔
급대출 유혹의 손길
낙엽처럼 끼여 있다.
미화원 비질 따라 쓸려갔다 쓸려오는
되돌려 막지 못한 주인 잃은 연체 고지서
눈시울 붉은 신호등
길이 문득 막아선다.
금연구역 벗어난 후미진 건물 옥상
넥타이 풀어헤친 굽 다 닳은 바코드엔
몰아칠 한파 소식이
줄을 지어 떨고 있다.
<약력>
1965년 부산 출생. 제34회 샘터상 수상, 2009년 부산시조백일장 차상, 2010년 단수시조백일장 연장원 당선.
681-290 울산시 중구 서동 44-7 혜룡물산. 016-9669-4243
<당선소감>
생일이었습니다. 나래시조에서 “신인상”이라는 큰 날개를 보내주셨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 날개를 펼쳐보고 또 펼쳐보았습니다. 짧은 생을 살고 있는 저에겐 너무나 크고 부담스러운 선물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치열한 시 한편 쓸려고 노력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조와의 첫 인연은 저의 딸 원지가 초등학교2학년 때 방과 후 동 시조 수업을 받으면서 임성화 시인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시조가 뭔지도 모르는 저는 아이가 백일장에 나가 글 쓰고 상 받았을 때 기뻐하는 모습이 예뻤고, 때로는 한 줄도 못쓰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였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이라면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제안으로 동시조를 배우는 우리아이들에게 조그마한 힘이 되고자 부모님 몇 분이 모여 추창호 시인에게 시조공부를 배우면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시로 여는 e좋은 세상> 여러 선생님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행운까지 누리게 되었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과 낮은 자세로 주위를 되돌아보겠습니다. 보내주신 큰 날개를 하나하나 펼쳐 오직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1년도 나래시조신인상┃
<당선작>
덕수궁 유서(由緖)
양해극
빛 고운 어느 봄날 덕수궁 찾아드니
등 굽은 노송들 새 생명 파릇한데
왕조의 마지막 흔적 무덤처럼 무겁다.
빛바랜 사진 속 빈 칼집의 대한제국
허울은 도도한데 천만 길 탄식소리
초췌한 고종 순종이 옷소매를 당긴다.
곰보 된 댓돌은 덕혜옹주 눈물 자국
말과 글 부모 형제 넋마저 빼앗긴 채
울대도 꺾어 버렸나 몸져누운 동해바다.
석조전 돌기둥은 하이에나 이빨 같고
힘겨운 유비무환, 외양간 또 고치랴
역사는 돌고 도는 것 옷깃 여며 새긴다.
<약력>
1940년 대구 달성동 220번지 출생.
121-771서울 마포구 도화동 현대@109-806
전화:010-4036-3225
메일:yankas02@hanmail.net
<당선소감>
“당선자로 확정합니다. 축하합니다.” 깨알보다 작은 칼라 메시지를 돋보기를 들이대고 다시 읽어보기를 반복했다. 바람 같은 것이 휙 쓰치고 먹먹해지는 눈을 비비고 다시 읽어 내려 갔다. 당선소감을 보내라고 한다. 부끄러워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잔잔한 파도가 일고 떨린다. 갓 태어난 강아지처럼 시조라는 어미 젓을 물고 겨우 눈을 뜨기 시작하는 내게 이런 과분한 영광을 내린다. <e좋은세상>이라는 기댈 수 있는 큰 언덕이 있어서 버티어왔다. 용기를 심어주고 지도해 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함께 공부하자며 채근하며 격려하며 가족처럼 따뜻하게 배려 해 주신 김계정 시인님과 여러 문우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봉래 공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불멸의 시조를 암송하며 오르고 또 올라가 보겠습니다.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준 우리 아이들, 집사람에게도 고맙다는 말 꼭 하고 싶네요. 부끄러운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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