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경기를 볼 때의 관전시야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평점은 그에 맞춰서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매길 예정입니다. 일단 현재 프로축구 K리그의 홈구장으로 쓰이고 있는 경기장들부터 시작합니다.
■ 광양전용구장 ★★★★☆ 현재 전남드래곤즈의 홈구장으로 사용중이며, 수용인원이 1만 5천 명 정도의 매우 작은 경기장입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에 거리상으로 매우 가까워서, 철조망 때문에 시야에 다소 방해가 되는 것만 빼면 관전시야는 훌륭합니다. (철조망은 관중난입 방지 및 경기 도중 날아오는 공을 막아주기 위한 목적 때문에 필요하긴 합니다.) 광양제철소 내부에 위치하여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는 듯 하고, 편의시설이 상당히 낙후합니다. 본부석 일부를 빼곤 지붕이 없고, 오래된 경기장들이 대부분 그렇듯 의자 등받이가 없고 관중석이 많이 낡았더군요.
■ 광주월드컵경기장 ★★☆☆☆ 현재 광주상무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약 4만 명을 수용합니다. 그라운드과 관중석 사이에 트랙이 들어가도 충분할 정도의 넓은 거리가 있기 때문에 거의 종합운동장 수준의 시야밖에 안 됩니다. 경사각도 낮아서 집중감도 떨어지고 시야는 거의 최하위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드컵경기장이라 깨끗하고 주차 및 화장실 등의 기본시설이 잘 되어 있으며, 큰 아치 형태의 지붕이 매우 웅장하고 멋진 느낌을 줍니다. 허나 매점 수가 적고 입장 게이트에서부터 좌석까지 복도 구조가 복잡해서 경기장 내부 동선이 지나치게 길어 불편했습니다.
■ 대구월드컵경기장 ★☆☆☆☆ 대구FC의 홈구장이며 6만 5천명 이상을 수용하는 초대형 경기장입니다.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에 넓은 트랙이 위치하는 종합운동장인데다가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의 거리 또한 그 규모만큼이나 멀어서 개인적으로 부산과 함께 시야 최악의 경기장으로 꼽습니다. 산자락 아래에 위치해 있고 주변 경관 조성이 잘되어 있지만, 습도가 높은 날은 공중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안 그래도 잘 안 보이는 그라운드가 더 안 보이더군요.
■ 대전월드컵경기장 ★★★★★ 대전시티즌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수용인원은 약 4만 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포항구장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경기장입니다. 그라운드에서 2-3m 정도 높은 위치에서 관중석이 시작되며 경사각이 높아 어느 좌석에서든 훌륭한 시야를 보입니다. 관중석 디자인은 그라데이션 효과로 그라운드로의 집중감을 높여주지만, 경기장 외부 디자인은 볼품없고 평범합니다. 4면의 매표소를 전부 가동하며, 주차장에서부터 매표소-게이트-편의시설-좌석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짧고 간단해서 좋습니다.
■ 부산월드컵경기장 ★☆☆☆☆ 부산아이파크의 홈경기장으로 쓰이고 있고 수용인원 5만 4천 명의 초대형 경기장입니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시야는 선수들 등번호조차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최악이며, 통일성 없이 알록달록한 원색으로 이루어진 관중석 디자인이 시각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주어 그라운드로의 집중에 다소 방해가 되는 듯 했습니다. 반 돔형 구장이라 비 오는 날도 관전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대형경기장이라 역시 동선이 길고 장내 진입구조가 매우 복잡하여 한참 헤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 부천종합운동장 ★★★☆☆ 부천SK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약 3만 5천 명을 수용가능합니다. 시야는 성남제2종합이나 구덕 등의 일반적인 종합운동장들과 거의 유사한 시야입니다. 관중석 경사각은 준수한 편입니다. 전체적인 시설은 월드컵경기장과 비슷할 정도로 깨끗하고 주변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 FC서울의 홈구장이며 전용구장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6만 6천 명 가량을 수용하는 대형경기장입니다. 그라운드까지의 거리가 가깝고 경사각 또한 매우 좋습니다. 회색의 관중석이 단조로운 느낌을 주긴 하지만, 반투명 형태의 지붕 형태는 상당히 멋집니다. 쇼핑몰과 웨딩홀, 공원 등 근린 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고 경기장까지 지하철로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수원월드컵경기장 ★★★★☆ 수원삼성의 홈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약 4만 4천 명을 수용합니다. 시야는 다른 전용구장들과 비슷한 수준이고, 관중석 디자인이 지나치게 화려해서 처음엔 멋지다가 몇 번 보니 약간 질리고 산만한 감이 있긴 하지만, 경기장 전체적으로는 월드컵경기장들 중 첫손꼽힐 정도로 날렵하고 세련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가본 경기장들 중에 화장실이 가장 깨끗하고 근사하게 잘 꾸며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 성남제2종합운동장 ★★★☆☆ 올해부터 새로 사용하기 시작한 성남일화의 홈경기장입니다. 같은 종합운동장이라도 이전에 쓰던 홈구장보다 시야가 훨씬 떨어집니다. 트랙 넓이도 넓고 경사각도 낮은 편입니다. 이전 경기장보다는 시설이 매우 깨끗하고, 분당 지역이고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있어 접근성은 좋은 편입니다.
■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현대의 홈구장으로 쓰이고 있으며 약 4만 3천 명을 수용합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에 2~3m 높이의 해저드가 파여있으며, 관중석이 그라운드와 같은 높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앞쪽 좌석은 경사각이 거의 없어 관람이 불편하다는 점만 빼면 시야는 다른 전용구장들과 비슷합니다. 2층 경사각이 굉장히 가파릅니다. 반투명 형태의 4면 지붕이 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통풍이 잘 안되는 편이며, 경기장 외벽이 없고 게이트에서부터 좌석까지의 동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라 색다른 느낌이더군요.
■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 ★★★☆☆ 인천유나이티드의 홈구장으로 사용중이며 수용인원은 5만 1천 명 가량입니다. 시야는 전용구장과 종합운동장의 중간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 전체 타원형의 지붕이 외벽에서부터 높이 떠있는 사이를 사방에서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외형이 상당히 특이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인근에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지만 역 입구에서 경기장 입구까지 꽤 오랜 거리를 걸어올라가야 합니다.
■ 전주월드컵경기장 ★★★★☆ 전북현대의 홈경기장이며 내부좌석은 약 4만 2천 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울산과 마찬가지로 해저드 앞에서부터 관중석이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앞 좌석은 시야가 그다지 좋지 않지만, 경사각은 상당히 높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4개의 기둥에 매달린 형태의 경기장 구조가 독특하면서도 사방으로 탁 트인 느낌을 주며, 야경은 월드컵경기장들 중에 단연 최고입니다. 시 외곽에 위치해 교통접근성은 좀 떨어집니다. 매표소 앞 광장에 포장마차가 빼곡히 들어서 있던 풍경과 동쪽 관중석 색깔이 촌스러운 핑크색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 포항전용구장 ★★★★★ 포항스틸러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2만 5천 명을 수용하는 전용구장입니다. 개인적으로 대전구장과 더불어 가장 마음에 드는 경기장입니다. 전남과 같은 이유로 철조망 때문에 시야가 가리는 것만 제외하면 경사각도 좋고 시야는 굉장히 좋습니다. 지은 지 15년 된 경기장임에도 웬만한 월드컵경기장 못지 않게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동선도 간단한 게 기본적인 부분에 충실하게 신경을 쓴 듯하며, 전체적으로 아담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유럽형 경기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