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부소담악 풍경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인천 숭의복지관에서 반찬 나눔과 돌봄으로 봉사하시는 성도 7명이 옥천을 관광차 오시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소담악은 산위에서 보면 양쪽 금강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화보에 소개된 풍광보다는 어쩐지 기대보다 밋밋하다. 배를 타고 옆에서 감상해야만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옥천을 찾는 손님을 실망시킬 수 없어 가이드를 자청했다. 옥천구경도 식후경이라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한 전통한옥으로 지어진 구읍 '마당 넓은집'에서 두부전골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주인장이 애지중지 수집한 박물관 구경까지 한 후 정지용 생가와 육영수 여사 생가를 스쳐 (월요일이라 밖에서만 구경) 안남 등주봉(한반도지형)을 향해 달려갔다.
아뿔사 얕은 산임에도 발이 불편하여 도저히 갈수 없다는 노 권사님으로 인해 잔디광장에서 코앞의 등주봉을 바라보며 애꿎은 크로바 꽃만 뜯다가 부소담악에 도착했다. 옥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하나 불결하고 부족한 화장실 장승공원의 처음 맞닥들인 괴이한 형상(성기)들은 민망함에 시선을 두기 부끄럽기도 하다. 문향의 고향에 어울리는 조형물은 정말 없는 것일까? 모든 군민과 관계자는 고심해야 할 듯하다.
꾸불꾸불 산길 숲길 강가를 지쳐 수생식물원에 도착했다. 잘 가꾸어진 온갖 꽃과 나무들이 우리 일행의 경직된 근육을 단숨에 풀어주며 마음을 열게 한다. '걷는자 만이 앞으로 갈수 있다'는 팻말에 더욱 힘을 얻어 발걸음을 재촉한다.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고즈넉이 자리한 수생식물원은 인천에서 새벽부터 달려온 수고에 넉넉함으로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바람이 지나간 길'을 따라 올라간 정자 앞에 펼쳐진 금강 대청호의 파노라마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도 상쾌하게 한다. 자연이 빗어낸 조화에 사람의 수고를 더한 자연학습 공간에서 학교공부에 시달린 학생들이 자연을 통해 배우고 쉼과 여유를 갖게 하는 학습원으로,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각박한 삶의 틀 속에서 벗어나 내적치유와 힐링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강변 벼랑계단 산책로의 참나무 한그루도 베지 않고 조화로 품은 배려가 넉넉해 보였다. '길 없는 곳에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그들이 희망이다'란 글귀를 조용히 음미하며, 침묵의 공간에서 명상하며 자연을 온 가슴으로 맞는다. 넓은 잔디밭에 뛰며 뒹굴며 추억을 담으며 즐기다가 '시간이 멈춰버린 바위'에는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들꽃들의 노래가 들리는듯하다. 공중의 새를 먹이시며 들의 백합화를 솔로몬의 옷보다 더 아름답게 기르시는 창조주를 느낄 수 있게 한다.
2층 커피숍에 들려 셀프로 커피를 즐긴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에 끝없이 펼쳐진 호수 푸른 숲의 향기가 온몸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충북지역이지만 남한강 본류로 가는 충주호와 전북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한 작은 샘이 굽이굽이 돌아 메마른 내륙에 생명의 젖줄 역할을 감당한다. 대청호가 빚어낸 절경은 청남대와 수생식물원에 방점을 찍는다. 한참이나 떠들며 얘기꽃을 피우다 수생식물원에서 분양해준 연꽃 한그루씩 받고서야 아쉬움의 발걸음을 돌렸다.
강변식당에서 송어회와 찌개로 옥천의 멋과 맛에 반하고 인심 좋은 주인이 직접 기른 미나리꽝에서 한 다발 미나리까지 덤으로 얻어 콧노래가 절로 난다. 대전 나들목으로 연결되는 폐 고속도로까지 배웅 하고 돌아서는데 권사님의 한마디가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한다. "단풍 곱게 물든 가을날 다시 찾아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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