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통이 가시기 전에 후기를 써야 생생한 느낌이 날 것 같습니다 ㅎ
제가 철인 풀코스를 완주할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저의 실력>
- 수영 : 동네 수영장 다니면서 그냥 접배평자 할 줄 아는 수준
- 자전거 : 사무실 직원 추천으로 21년 여름부터 타기 시작 (로드 메리다 리액토5000에 티티바 달았네요)
- 달리기 : 22년 3월에 달교 가입. 풀코스 3회 (최고기록 2023 JTBC 3시간 24분)
네 보잘 것 없습니다. 특별히 잘하는 종목도 없습니다.
<철인 경력>
- 22년 6월 세종 올림픽코스 / 영암F1 듀애슬론
- 23년 나주 듀애슬론
- 24년 울산 생활체전 / 장흥 정남진
네 경력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작년 11월에 킹코스 덜컥 신청했습니다. 그 후 머릿속에 완주 걱정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준비과정>
자전거는 집에서 스마트로라(즈위프트) 위주로 타고, 수영은 가끔씩 동네 수영장 다니고, 달리기는 동마를 준비하고 있어서 올해 1,2월은 월 350k 정도 뛰었습니다.
그런데 2월에 교대근무에서 주5일제 일근부서로 발령이 나고, 3월초에 고질병인 허리디스크가 도져서 동마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3,4월은 운동을 거의 못했습니다.
3월 런 83k 사이클 75k 수영 5.3k
4월 런 86k 사이클 170k 수영 2.9k
5월 런189k 사이클 470k 수영 11k
5월엔 좀 나아져서 살살 조깅도 하고 자전거도 타러 갔습니다.
자전거는 안전기원제때 1번, 영산강 100k 1번, 로라방 100k 1번 정도 밖에 못타서 마일리지가 너무 부족했네요.
특히, 달리기가 제일 불안했는데 대회가 다가오면서 ‘정말 완주가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동마 준비하면서 2월에 30k 뛴게 올해 최장거리였으니까요.
<대회 전날 및 아침>
오후 1시에 상시공에 모여 군산으로 출발. 군산에 4시쯤 도착해서 등록하고 잔차 검차 받고 숙소에 짐풀고 나니 5시가 넘었습니다. 후다닥 군산 컨벤션센터에 경기설명회 들으러 갔습니다.
경기설명회 끝나고 뷔페가 제공되었는데 사람이 넘 많아서 음식이 부족한 듯 했습니다. 그래도 스파게티 엄청 먹었습니다(카보로딩) ㅎ
숙소에서 원철이 형과 같은 방 쓰면서 이것저것 모르는것도 물어보고 보급방법(꿀물, 파워젤, 소금 혼합) 도 알려주신대로 했습니다 (덕분에 자전거때 기력 안떨어지고 잘 버텼습니다^^)
종목별 백에 짐 정리하고 11시 정도에 잠들었습니다. 새벽 4시 기상. 4시반에 미역국하고 햇반으로 밥먹고 짐챙기고 정신없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더라고요~
짐은 차에 실어 대회장으로 보내고 슈트 입은채로 슬리퍼에 잔차 타고 숙소에서 바꿈터로 이동(1km). 6시 조금 넘어 바꿈터 도착해서 스페셜푸드(빵, 연양갱, 죽) 맡기고 나니 6시 반정도 되었습니다.
7시 출발이라 서둘러서 수영 대회장으로 이동했고 전날과 당일 새벽 수영워밍업 시간이있었으나 다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예의상 물은 한번 적셔야 할것 같아 바다에 살짝 들어갔는데.. 춥다.. 매우춥다.. 동현 형님한테 어깨아래 부분이 분리되는 맞춤형 슈트를 빌렸는데 팔부위를 안가져왔네요 ㅜ
<수영> 1시간 57분
프로선수에 이어 나이대 별로 출발하고 드디어 40대 출발..
출발전 아미노바이탈 파워젤 5000mg 큰 거 한 개 섭취했습니다.
수영은 대부분 수영장에서 연습하시니 오픈워터는 생소하실겁니다. 저도 그랬고요. 장흥때도 바닷물에 힘들었는데 군산에 비하면 암것도 아니었습니다.
수영 들어가서 얼마나 갔을까? '아.. 이걸 언제 다하나' 라는 느낌이..(이 생각은 달리기 골인할때까지 계속 들었습니다^^) 일단 팔이 좀 추웠고 너울도 있고 사람까지 많았습니다. 라인에 가까이 가면 앞사람 발길질에 이리저리 채이고, 라인에서 떨어지면 한없이 돌아가는 것 같고..
두 바퀴째는 더 힘들었습니다. 짠물도 많이 마시고 조류에 계속 밀려가서 안전요원 보트가 ‘이쪽으로 오시믄 안된다’고 ㅎ(근데 나중에 들어보니 많은 선수들이 같은 말을 들었다는..)
마음은 부표쪽으로 가고 싶고 팔다리를 휘젓는데 제자리고.. 호흡하는 방향이 동쪽이었는지 호흡 할때마다 강렬한 햇살에 눈이 부셨습니다.
결국은 첫 번째 바퀴 51분, 두번째바퀴는 한시간이 넘어 총 1시간 57분이 걸렸네요ㅎ (2시간 15분이 컷오프였고 국제대회라 엄격히 적용했다고 합니다)
군산은 수영마치고 자전거 바꿈터까지 거리가 500m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천천히 뛰면서 숨도 고르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바꿈터> 12분 44초
군산오기 전에 경기복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 허접한 민소매 경기복은 올림픽코스는 가능했지만, 킹코스 180k는 아무래도 얇은 패드로 무리일 듯 했습니다. 그리고 패드달린 옷으로 42k 달린다는 것도 걱정이었고요..
그래서 바꿈터에 탈의실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전용복장을 모두 챙겨왔습니다. 수영끝나고 슈트 벗고, 잔차복 가지고 탈의실 가서 자전거복으로 갈아입고, 잔차 끝나면 다시 탈의실에서 달리기 전용 쇼츠와 반바지 갈아입고..
풀코스 도전 하실분들 참고하십쇼. 그렇게 하신분들 몇몇있으셨어요. 다만 바꿈터 시간이 좀 오래 걸리고 사전에 운영본부에 탈의실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물론 담에 킹코스를 치른다면 이렇게는 안할 생각입니다. (좋은 경기복을 사겠다는 ㅎ ...)
(원철 형님도 그러면 간지가 안난다고^^)
<자전거> 6시간 29분
바꿈터에서 잔차를 갈아타고 180k 장거리를 갑니다. 경험해본 최장 거리가 150k 정도여서 180k는 미지의 영역이라 긴장되었습니다.
십자가 형태 코스(서→동→남→북)였는데 서→ 동은 순풍, 동→서는 역풍 남↔북은 측풍.. 건물이나 산이 없고 주변엔 온통 바다라 바다 겁나게 보고 왔습니다. (마라톤때도 마찬가지 ㅎ)
계속 고개 숙이고 평지를 달립니다. 스페셜 푸드존이 64k 지점에 있었는데 두 번 들렀습니다. 첫 번째는 전복죽 양갱, 한바퀴를 다시돌아 140k 때는 빵을 후다닥 먹었습니다. 역풍에선 아무리 열심히 밟아도 시속 25k 정도.. 더 세게 밟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마지막 마라톤이라는 거대한 벽이 있으니깐요.
중간에 보급소에서 나눠주는 비돈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하나도 못챙겨왔네요.
혹시 군산가실거면 물통 하나만 가져가도 된다는 조언 드립니다.ㅎ
6시간 반에 걸쳐 자전거를 완주하고 바꿈터로 들어가는데 의외로 자전거들이 절반 정도 밖에 없습니다.
다시한번 탈의실에서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시계를 보니 총 시간이 9시간이 조금 못되었네요(오후 3시40분경). ‘달리기 서브4를 하고 8시 안에 도착하면 음..12시간 대에 골인할수 있겠다’ 라는 무모한 상상을 했습니다.
<달리기> 5시간 3분
군산 챌린지 달리기는 편도 약 10km 일직선 방조제를 2회전 하는 코스입니다. 겁나 지루하단 뜻이죠 ㅎ 그늘 또한 없습니다
동현형님하고 대회전에 점심 먹으면서 달리기할 때 초반 5k는 최대한 천천히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맘속으로 몇 번이고 되새겼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1k 5분42초.. 음 빠른데? 좋은데? 몸도 가벼운데??
하지만 6키로를 마지막으로 5분대 페이스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12k 정도부터는 걷뛰를 반복..
서브4는 진작 물건너갔고 다음목표는 서브430.. 하지만 30k 지점에서 다시 목표 수정합니다.. 그래 섭5는 하자.. 30k 지점부터라도 7분 페이스로 가면 가능하겠더라고요..ㅎ 근데 결국은 섭5도 실패했습니다..
반환점에서 달교회원님들이 군산까지 응원나와 주셨고, 보급소는 거의 매번 들러서 콜라랑 파워에이드 2컵씩 마셨습니다. 그래도 희한한 건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그런지 배가 안부르고 달릴만 하더라고요. 양쪽 오금쪽이 저려와서 파스도 종종 뿌리고..
달린지 5키로 정도 지났을 때 희수누나가 잔차타고 들어오고 있었는데 33키로 정도 지점에서 잡혔네요 대단한 철녀 ㅎㅎ
도착하니 최종기록은 13시간 49분..
동현형님, 마여사, BTSG 회원분들이 골인지점에서 영상, 사진도 찍어주고 축하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철인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희열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라톤 풀코스 첫 완주때보다 더 성취감이 들었고 아직도 어깨에 뽕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아차.. 세 종목중 가장 중요한건 달리기 같습니다!!(개인 사견).. 풀코스 완주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달리기에 좀 더 비중을 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달리기에서 걷는 순간 한없이 늘어지더라고요.. 뛰는 내내 달리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치며>
철인분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완주하실수 있습니다. 기록은 완주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것 같습니다. 첫풀의 목표는 무조건 무사완주입니다!!
접수과정부터 대회준비, 이동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BTSG 형님누나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특히 참가비 정보, 이벤트 소식(접수 빨리해서 스마트워치 받음^^) 알려주신 희수누나 고맙습니다^^
~ 끝!!
첫댓글 리얼 생생 후기 ~~ 24년 군산 첫 도전 어깨뽕 1년 가자~~
진정한 철인이 됐네~^^ 풀코스를 완주해야지 철인!!
고생했어 완주 축하축하~
후기 리얼하게 잘썼네👍
허리아프대서 걱정했는데 첫 완주 정말 잘했어
완젼 축하축하👏👏👏👏👏
생생한후기 짱
준비도 철저 하셨고
완주를 다시한번 축하해요
생생한후기 재미있게 잘 봤다.
훈련량에 비해서 완주한게 대단하네~~^^*
중간중간 시간첵크하면서 나름 맘에여유가있었네 , 준비과정의 연습량만보면 킹코스 별거아니라고 오해할수도있겠다 ㅎ
사전 준비된사람이라 가능한 일
좋은기록으로 완주 축하한다
김기웅 철인!!
축하축하 멋지게 완주했네
나에 첫 킹코스도전보다 기록이 좋구만 담에는 나보다 기록이 좋겠네 화이팅
기웅씨!!
첫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한데, 용기 내서 도전하신 첫 번째 킹코스 철인3종 무사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저는 절대 킹코스 도전하지 않는다.
다만 하프는 쬐금 생각해 봐야 긋다 ㅋㅋ
와 이걸 이제봤네요;; 형이 자전거 여섯시간 반이라니… 바람 장난 아니었나봅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