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댁에 상담 차 가정 방문을 다녀왔습니다. 말씀드렸던 예정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는데, 어르신은 이미 저를 맞이할 준비를 마치신 상태였습니다.
"어르신,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별 일 없으세요?"
"요즘 날이 더워서 복지관 가서 밥 먹고 웬만하면 바로 집에 들어와요. 어딜 놀러 가고 싶어도 날도 덥고 같이 갈 사람도 없고.. 복지관에서 만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몇 달째 입원 중이에요. 그런데 입원 중이라는 것만 알지, 몇 달째 왜,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도 연락이 없어서 알 수가 없어요. 연락을 해도 안 받고."
"어느 병원인지 알려드리면 날도 더운데 병원 찾아오실까봐 걱정돼서 그러신 걸수도 있죠~ 병원은 아직도 면회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헛걸음 하실까봐 그러실 수도 있구요. 너무 걱정 마세요, 금방 다시 오실 거에요.
…
오늘은 날이 참 좋네요. 오늘은 복지관에서 식사하시고 댁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한 바퀴 천천히 산책하시는 건 어떠세요?"
"그러게요... 다행히도 날이 좋네요. 비가 오는 날에는 밖에 나가고 싶어도 나가기 어려워서 문 열어놓고 비가 그칠 때까지 문 밖만 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외롭고 힘들어요. 내가 가족 없이 혼자 살거든요."
…
"어머님, 지금 복지관에서 식사 외에 별도로 활동하시는 것 있으세요?"
"복지관에서 종이접기지도사양성반 수업 듣고 있어요. 내일은 복지관 가서 하반기 프로그램 신청하려구요. 이거 내가 만든 수납함인데 하나 가져가서 써요."
"아니에요~ 어르신이 만드신 건데 어르신 쓰세요. 괜찮아요."
"내가 복지관에 계신 ㅇㅇ선생님, ㅁㅁ선생님한테도 드렸어요. 하나 가져가서 써요."
가정방문을 마치고 나왔을 때 한사코 괜찮다며 거절하던 제 손에는 이미 알록달록한 수납함이 들려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올해 종이접기지도사양성반 수료를 마치면 종이접기지도사로서 다른 분들께 재능기부 활동 등을 통해 종이접기를 알려드리게 될 것입니다. 수급자, 즉 나라에서 돈을 받는다는 이유로 항상 고마움과 미안함을 안고 계시던 어르신은 자세히 들여다보니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분이셨습니다.
어르신과의 대화에서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때로는 도움을 받기도, 주기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주기만 하는 사람, 받기만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러운 사람이, 지역사회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