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씨의 「진도견」에는 진도에서 개사육 경험이 많아 대가로 꼽히는 분들을 읍면별로 1명씩 골라
그들의 견해를 모은 자료가 있다.(1970년대 중후반)
신균씨(68세 의신면 초중리)
( 4대째 사냥개를 길러왔다. 그는 조부와 부친으로부터 개보는 법을 배우고 사냥법도 익혔지만 「구상서」란 책에서 우수 진도개의 외양을 보는 법을 많이 배웠다.) 구상서(狗相書)란 책은 1백여년전 지산면의 한 한학자가 우수 진도견의 특징을 기술한 책으로 군내면 송산리 이달재씨가 필사해 가지고 있던 것을 구해다 읽었다. 이 책은 수년전에 잃어버렸지만 영암군 학산면장을 했던 박영효씨가 필사해가 그 자손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면장은 진도에서 흑구 한마리를 사가지고 오소리 사냥으로 그의 지병이던 폐병을 완치했으며 흑구가 죽은 뒤 그 은혜를 잊지 못해 비를 세워 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일제때 구장일을 보았는데 공출문서를 가지고 초하리를 지나다가 바람에 이 문서를 날려 바다에 떠내려 가던 것을 나와 같이 가던 개가 물어온 일도 있다. 조부님 말씀에 일본개는 우리 진도개를 가져다가 개량한 것이란 말을 수없이 들었다. 소화 13년께부터 5년간 일본인들은 진도개 가죽을 공출해 갔는데 이때 좋은 종자는 죽이지 않고 일본으로 가져 갔다. 당시 이일의 책임은 일본인 수지(水池)란 자가 주로 맡아 했으며 한말에도 많은 개가 일본으로 뽑혀 갔다고 들었다. 우리 개도 수지란 자에게 한마리를 빼앗겼는데 당시 황소 두마리 값인 12원을 받았다. 수지의 말로는 이 개들은 구주에 있는 어느 농대와 사국으로 보내 연구대상이 된다고 했다. 일제말 일인들은 우수견 등록을 시키고 주재소 순사를 시켜 좋은 종자는 감언이설로 꼬이거나 협박해 빼앗아 갔다. 당시 진도공의 이심종씨가 중간에 들어 일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우리집에 기르던 개중 사냥 잘하던 개중에 흑구가 있었는데 우는 소리가 쇳소리가 났고 첫째 어금니 안쪽에 라이터 돌만한 흑점이 있었다. 진도개는 모두 입천장이 검정빛이지만 특히 천장 주를 네번째 줄에 검정점이 있으면 그 품성이 특출했다. 개짖는 소리가 호랑이소리를 내면 명이 짧고 사냥도 못한다. 콧등 살이 얄팍해야 냄새를 잘 맡고 수염은 앞으로 뻗으면 순하고 약하다. 아랫턱 수염이 뒷쪽으로 뻗고 굽어야 강하고 악종이다. 수염털은 굵어야 한다. 턱아래 수염난 가죽은 사마귀처럼 툭 튀어나온 속에 박혀 있어야 좋다. 앞다리가 곧은 것 보다는 활처럼 휜듯 하여야 하며 암캐의 뒷다리 사이는 넓어야 좋다. 40~50년전 진도개는 지금 개보다 훨씬 컸으며 개가 커야 힘지고 사냥도 잘 한다. 대개 개는 앞이 높고 뒷이 낮아야 한다고 하지만 뒷 높은 놈이 더 사냥을 잘하는 개도 있었다. 앞다리 며느리발톱(날치)이 있어도 되지만 그 발톱은 위를 향해야 사냥 나가 잘릴 때 걸리지 않고 귀를 앞발로 털때 상처가 나지 않는다. 발굽은 고양이 발굽 같아야 하고 똥구멍이 커야 하며 수컷의 고환은 작고 올라 붙을수록 좋다. 좋은 사냥개일수록 새끼를 많이 낳지 않는다. 한해에 두마리를 낳아야 그 종자가 좋았다. 꼬리는 장닭꼬리 같아야 하고 왼쪽으로 기울어져야 한다. 꼬리를 말아 올린 놈은 게으르고 달릴때 옆으로 벗어나기 일쑤다. 꼬리의 길이는 절대로 뒷 오금 이상으로 길어서는 안된다. 옛날 할아버지로부터 듣기를 진도개는 옛날 어느 선비가 여귀산(임회면에 있는 진도 제2의 산)에 공부를 하러 들어갈 때 암캐 한마리를 데리고 갔는데 늑대와 교미를 하여 낳은 새낄 3마리가 번진 것이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백여우와 교미했다고도 말한다. 새끼 세마리는 황색, 회색, 백색이었는데 황색이 제일 나빴고 백색이 좋았으며 회색에서 나온 흑색개가 가장 좋았다고 한다. 이같은 전설이 있기 때문에 진도개는 백여우같이 영리하고 늑대같이 민첩하고 악하며 입천장이 검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말과 일제초기에 많은 진도개가 부산항을 거쳐 일본에 건너간 것은 실제로 일인들에게 고용되어 진도견을 부산에까지 운반했던 사람이 진도면 신흥리에 살다가 몇년전에 죽었다. |
신균씨의 인터뷰는 전설과 같은 내용 많아서 걸러서 들어야 하지만 일부 의미심장은 구절이 있다.
일본개는 진도개를 가져다가 개량한 것이라는 말은 「일본개의 역사」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앞다리가 휜듯 해야 하다는 말은 8진도의 사진에서 비슷한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발목 아랫 부분이 약간 앞으로 기울어진 형상)
40~50년전(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 후반) 진도개는 지금 개보다 훨씬 컸다는 구절은
모리 다메조 교수가 최고 체고가 59cm로 조사한 것과 일치한다.
대개 개(진도개)는 앞이 높고 뒤는 낮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뒷 높은 놈이 더 사냥을 잘하는 개도 있었다고
하여 기존의 관념에 얽메이지 않는 생각을 가진 분으로 생각된다.
고양이 발굽과 똥구멍이 커야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말과 같지만 고환이 작고 올라붙을수록 좋다는
말은 그 의미가 궁금하다.
꼬리가 장닭꼬리 같아야 한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의 말과 다르지만 8진도의 꼬리를 보면 타당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린 꼬리는 게으르고 달릴 때 옆으로 벗어나기 일쑤다라는 말은 개의 성능을 가리키는 것이라기 보다는
개의 성품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성품이 느긋하고 허튼 짓을 안하는 개가 게을러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달릴 때 옆으로 벗어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이한 것은 꼬리의 길이가 절대로 오금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인 수지란 자에게 개 한마리를 빼앗겼는데 황소 두마리 값인 12원을 받았다는 구절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요즈음 시세로 황소 한마리 값이 약 천만원으로 잡으며 2천만원을 받았다는 얘기인데
그 값에 개를 팔았다면 빼앗겼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첫댓글 구상서(狗相書)란 책에 어떤 내용이 실려있을까 궁금합니다만
신비한 대상으로 남아있어도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려주신 글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