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힘들었던 202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금년은 유독이 힘들고 신산한 한해였다. 코로나로 3년동안 사람들은 바이러스와 싸웠으며 힘없고 약한 사람들은 죽어 나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버티면서 지금까지 왔다. 지구촌은 기후변화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모두가 별 대책없이 강대국의 논리에 따라 손을 놓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터질지 모르는 핵위협을 실감나게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정치적 지형은 보수와 진보로 양분되어 과반은 승리의 기쁨으로, 나머지 시민들은 좌절과 분노로 우울하게 보내고 있다.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는 여성과 남성, 청년과 노년, 빈자와 부자, 서울과 지방으로 나누어져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가운데 앞으로 추구하여야 할 평생 복지사회와 4차 산업혁명 뒤에 올 미래에 대한 담론이 없다.
우리는 따뜻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예측 가능한 미래를 보고 싶고 지배와 군림보다는 상생과 공감으로 함께 가는 세상을 보고 싶다. 내로남불의 말뿐인 공정과 정의보다는 모두에게 상식적인 규범이 적용되는 시민이 주인인 사회에서 살고 싶다.
우리는 힘들 때마다 도와주고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같은 아저씨를 찾는다. 동화 속에서는 ‘키다리 아저씨’가 등장하여 나를 돕는다. 아저씨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정겹고 든든한 느낌을 주는, 가족은 아니지만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는 존재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가 힘든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여 거칠고 힘들게 자라온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치유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박선균과 이지안은 둘 다 삶의 무게를 버티기 힘들만큼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박선균은 3명의 아저씨 형제 중 한사람으로 대기업의 부장이다. 지안은 일찍이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데 어린 나이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살인의 이력까지 있는 파견직 회사원이다. 지안은 다른 사람에게 모질지 못하고 나쁜 짓 안하고 부모에게도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살아가는 박동훈에게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이지안과 박동훈은 서로를 경계하고 이용하는 사이였으나 점차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해 간다. 박동훈을 구해준 것은 이지안이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그에게 절실했던 것은 인정과 격려였는데, 괜찮은 사람이라고, 버티라고 말해주는 그녀에게서 구원을 본다. 이 드라마는 환경으로 힘들어지고 나빠진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을 다해서 관심과 사랑이라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모두가 외로운 시대에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위로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공감한다는 것,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은 이 세상이 보다 따뜻하게 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들이다.
인간은 타인에게 지옥이 되기도 하고 구원이 되기도 한다. 지안(至安), 즉 편안함에 이르는 길은 만남에서 시작한다. 따뜻한 호의를 건네는 사람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주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추울 때 우리 몸을 녹여준, 그러나 이제는 차갑게 식은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말고 나는 누군가의 삶을 따뜻하게 녹여준 적이 있었던가를 생각해보자.
나는 내 주위사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지방대 출신으로 학력이 별로라고, 임대아파트에서 산다고, 전과가 있다고, 회사에서 줄을 잘 서서 얄밉다고, 장애가 있다고, 성격이 나빠서 가까이 하지 말아야겠다고, 이렇게 판단하며 다른 사람의 사정과 살아온 과정을 잘 모르면서 스스로 벽을 치지는 않았는가 생각해 보자. 앞으로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지안의 할머니가 한 명대사가 있다.
"참 좋은 인연이다. 귀한 인연이고, 가만히 보면 모든 인연은 다 신기하고 귀해."
그렇다. 모든 인연은 귀하다. 그렇게 귀한 인연을 우리는 스스로 선한 영향력으로 좋게 만들어 갈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느 식당에서든 반찬이 모자라면 “이모! 여기 반찬 더.” 라고 외친다. 당연하게 우리의 이모님들은 씩씩하게 군말 없이 나타난다. 새해에는 그 누구가 불러도 우리 모두가 따뜻하고 힘있는 아저씨가 되어 이모들과 함께 편안함에 이르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
첫댓글 상대를 인정하고 격려하면,
우리 사회는 밝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