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28
글로벌 빅테크 대부분이 메타버스(AR·VR·MR)를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선정하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가운데서도 페이스북과 애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간의 사활을 건 전쟁이 볼 만하다. 우리나라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 불꽃 튀는 전선에 참전했다.
왜 빅테크 기업들은 메타버스에 목을 매는 것일까?
우선 돈이 되는 시장이다. 지난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약 400억달러 규모였다. 프리세덴스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매년 50% 이상 성장해 2030년 1조6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한술 더 떠 미래시장 규모를 최대 8조달러로 제시했다.
둘째, 메타버스로 인해 모든 산업에 변혁이 일어난다는 전망이다. 곧 모든 아날로그는 디지털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앞으로 인터넷과 모바일을 대체할 시장이 메타버스라는 것이다.
셋째, 메타버스 세상에서 현실 세계와 똑같은 경제행위가 이루어지면서 그 성장 가능성이 무한대로 치솟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가상세계 내에서 일거리와 일자리도 창출되고 있다. 그리고 가상세계에서 이런 경제행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가상자산의 사용이 확대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상세계의 경제활동 중심에 디지털 세계의 원본임을 인증할 수 있는 등기부등본 격인 대체불가토큰(NFT)이 있다. 요컨대 메타버스는 가상화폐와 가상자산이 현실세계처럼 쓰이는 저수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사람. / 게티이미지
VR, AR, MR, XR이 어떻게 다른가?
기존에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즐기던 2차원 게임은 3차원 체험형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확장현실로 형태가 급속도로 진화 중이다. 우리가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진화와 함께 발전해온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VR(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컴퓨터나 별도 기기를 통해 가상현실을 3차원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VR기술은 사실 1940년대 미 공군과 항공산업에서 개발한 항공 시뮬레이터가 원조 격이다. 일반적으로 머리에 착용하는 고글 형태 디바이스를 주로 사용해 사용자가 마치 가상의 현실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이에 반해 AR(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실제 환경에 가상세계를 결합해 제공하는 기술이다. 증강현실을 적용한 내비게이션의 경우 실제 도로 장면에 주행 정보를 추가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의류매장에서 직접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화면상에서는 입은 것 같은 시스템을 구현해준다. AR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둘을 한꺼번에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VR보다 많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곧 현실세계와 가상 이미지 간에 해상도 차이가 발생할 경우 만족도가 떨어진다.
MR(혼합현실·Mixed Reality)은 VR과 AR 두 기술의 장점을 합친 기술로 현실과 가상의 정보를 융합해 조금 더 진화된 가상세계를 구현한다. VR과 AR은 시각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MR은 냄새 정보와 소리 정보 등을 융합해 시각 외에 청각·촉각 등 인간의 오감을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XR(확장현실·Extended Reality)이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융합해 사용자에게 실감나고 몰입도 높은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이 바로 확장현실이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 중인 이 기술은 가상의 콘텐츠를 현실 공간에 시각화하여 가상과 현실이 실시간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러한 가상 기술은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용자가 만족할 만한 메타버스 세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발달된 기술과 기기의 출현이 요구된다.
백문이 불여일착
이러한 기술적 설명을 백 번 읽거나 듣는 것보다 관련 헤드셋이나 AR 글래스를 한 번 써보는 게 훨씬 이해가 빠르다. 온라인 접선이 2차원 원격 현실세계라면 메타버스는 3차원 원격 가상세계로 평면과 입체는 차원이 다르다. 새로운 신세계를 느낄 수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가상현실(VR)은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미래 20년은 공상과학과 다를 게 없는 메타버스 시대가 될 것이다. 메타버스는 인터넷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타버스를 구현한 플랫폼은 대표적으로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동물의 숲’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제페토’ ‘이프랜드’ 등이 있다.
팬데믹 시대의 비대면 원격활동은 메타버스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예가 엔터테인먼트 행사를 가상공간에서 개최한 것이다. 미국의 유명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은 2020년 온라인 배틀 게임 ‘포트나이트’를 통해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다. 포트나이트는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배틀로얄식 게임으로 전 세계 가입자 수가 3.5억명이 넘는다. 45분 공연에 2800만명이 접속해 단숨에 220억원을 벌어들였다. 방탄소년단 역시 포트나이트를 통해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최초 공개했다. 무엇보다 관람객들이 물리적인 공연장에서보다 훨씬 가까운 위치에서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서 공연을 즐겼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4년에 인수한 게임 마인크래프트는 2020년 2억장 이상 판매된 가장 인기 있는 비디오 게임이다. 마인크래프트는 레고처럼 블록으로 만들어진 가상세계에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고 자신만의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게임이다. 뿐만 아니라 이 안에서 건축, 사냥, 농사 등과 같은 사회생활도 가능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졸업식이 오픈라인에서 불가능해지자 2020년 버클리대학 학생들이 직접 캠퍼스를 건설했다.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블록을 이용해 캠퍼스를 건설했고 실제로 총장과 주요 인사, 학생들이 참석해 연설도 하는 등 가상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 지난해 10월 28일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회사명인 ‘메타’를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의료·교육 부문에서 위력
팬데믹 사태에서 메타버스가 가장 위력을 보인 부문이 원격의료 분야이다. 미국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발생 첫 해(2020년 3월~2021년 2월)에 2800만명이 넘는 메디케어 수혜자가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88배 폭증한 것으로 전체 메디케어 수혜자의 약 4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메타버스는 현장감 있고 상호 소통 가능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교육 현장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 교육부 산하 교육기술부에서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적극적인 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대학 순위와 함께 AR·VR 대학 순위도 발표하고 있다. 메타버스 수업은 물론 더 나아가 메타버스 대학도 만들어진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메타버스 원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LG유플러스는 서강대학교와 함께 대학 학사시스템과 연동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타버스 유니버시티’를 구상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 곧 메타버스는 게임, 공연, 의료, 교육, 업무, 쇼핑, 피트니스, 데이트, 미팅, 모임, 취미 등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현실세계와 메타버스 세계의 공존이 불가피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심지어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에서 어려운 어울림과 연대의 강화로 인식되고 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해 8월 메타버스 회의실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을 공개하며 “앞으로 VR 및 AR 서비스들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며 “우리 모두 VR을 쓰고 원격으로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라이즌 워크룸은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의 VR 헤드셋을 끼고 참여하는 가상 회의실이다. 사용자의 노트북이나 태블릿과 연동할 수 있어, 타이핑을 치면 워크룸에서도 똑같이 구현된다. 실제로 내가 대화를 건네면, 가상 회의장 속 내 아바타도 똑같이 행동한다. 페이스북은 이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이용자 데이터 수집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5년 이내에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SNS)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지난해 10월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기까지 했다. 메타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업무나 모임뿐 아니라 실생활처럼 소통할 수 있는 가상의 소셜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플랫폼 못지않은 기기 개발 전쟁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MS는 이를 위해 대형 게임사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MS가 진행한 역대 합병 거래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모든 산업의 르네상스를 일으킬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나라 카카오 역시 지인 기반의 국내 서비스를 넘어 세계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통 관심사 기반의 3차원(3D) 가상공간 플랫폼 ‘컬러버스’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매타버스 플랫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메타버스 기기들이다. 메타버스 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메타’는 가상현실보다 증강현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AR글래스의 공급에도 주력하고 있다. 실제 메타는 레이벤과 협동으로 만든 ‘AR 스마트 안경’을 공개한 바 있다. 500만화소 듀얼카메라 렌즈에 가격은 299달러이다. 메타는 스마트안경을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컴퓨팅 기기로 보고 이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메타(오큘러스), 밸브, HTC, HP, 소니 등은 VR 기기를 출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산업용 시장을 겨냥한 AR 기기를 공급 중이다. 이들 업체 또한 신제품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타는 올해 XR 헤드셋 ‘프로젝트 캠브리아’를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은 온라인에서 3D로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구글어스 VR’을 출시하고, 현재 AR 헤드셋 ‘아이리스’를 개발 중이다. 아이리스는 2024년에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D 환경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 모델을 실제로 보고 만지는 MR(혼합현실)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로 바꾸기 위해 ‘홀로렌즈2’를 도입해 협업 공간을 제시했다.
‘애플’도 곧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출시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MR 기기가 향후 10년 뒤 아이폰을 대체할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증강현실(A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AR 헤드셋은 애플의 MR 헤드셋처럼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알려졌다.
홍익희 / 세종대 대우교수·‘월가이야기’ 저자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