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학로에서 2009년부터 11년 동안이나 젊은이들의 지적창고이자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던 책방 ‘이음’이 폐점을 알렸습니다.(2020.10)
책방을 지키고 싶어도 독서 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등 운영 여건이 날로 나빠져서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음’ 조진석 대표의 말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책방 없는 나라엔 희망이 없다.”
한 노인의 죽음은 하나의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주민들의 도서관 역할을 했던 하나의 책방이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수 백, 수천 명의 선험자들이 축적한 지혜와 경험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도의 출판사 ‘타라북스’는 경쟁사들과는 다른 특이점이 있습니다. 타라북스에 책 제작을 맡기면 무려 아홉 달 뒤에나 완성된 책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고객으로부터 책 주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폐직물을 가공해 종이를 만들고, 그 종이에 글을 적어 한 장 한 장씩 인쇄하고, 제본하는 등 전 과정을 수작업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타라북스 관계자들은 책을 많이 팔아 돈을 더 벌거나, 출판사의 규모를 크게 키우는 것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들이 유일하게 신경 쓰고, 고수하는 경영의 제일 원칙은 책의 질입니다. 우수한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출판사가 현재처럼 소규모로 운영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고합니다.
시장 논리로만 따진다면 타라북스는 벌써 망했어도 여러 번 망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타라북스는 오랜 세월 거뜬하게 생존했습니다. 생존의 비결은 적은 양의 책을 제작하더라도 최고의 질을 담보한 것과ㅏ 무한 기다림에도 불평하지 않는 독자들의 진정한 사랑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독자들은 책을 빨리 달라고 닦달하지 않았습니다. 장인의 손길로 완성된 희귀본으이 책이 완성될 때까지 참고 기다렸습니다. 그런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타라북스는 인도 출판계 역사의 위대한 페이지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수많은 선현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男兒須讀五車書 남아수독오거서)”고 말했고,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고 말했습니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책방은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책방이 사라지면 무한한 상상력의 날개가 꺽이고 맙니다. 상상력이 실종된 사회는 암담한 미래와 마주해야 합니다.
지식의 결여는 국민의 무지(無知)로 이어져 문화의 빈곤을 초래하고, 사회 경제 전 분야를 피폐하게 만듭니다. 인류 역사상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이 부강한 나라를 만들 사례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책은 이 세상 모든 이들의 선생님,
세상의 깊이와 넓이를 가르쳐 줍니다.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1.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