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춘 훈 언론인 전한국방송공사 미주지사 사장 DJ와 YS가 한국 야당정치의 양대 거목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80년대와 90년대 나는 취재 차 귀국하면 버릇처럼 동교동과 상도동을 찾았습니다
대문의 초인종을 누르면 달려 나와 문을 열어주는 사람 현관에 들어서면 구두를 챙겨 신발장에 넣고 슬리퍼를 신겨주는 사람 1층 응접실 소파에 앉으면 커피를 내 오고 담배와 재떨이를 가져오는 사람 안방으로 들어가 주인에게 손님의 내방을 알리는 현관 옆 쪽방에서 전화만 받는 사람 대문까지 따라 나와 배웅해 주는 사람 정원 일과 부엌 일만 하는 사람 등 얼추 10여명의 최측근 집사그룹’ 이 상도동과 동교동을 밤낮없이 지켰습니다
(家臣)인 이들은 주군 (主君)이 대통령이 된 후 국회의원 차관 청와대 수석이나 특보 공공기관장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요직을 차지했습니다 .
YS정권과 10여 년 동안 이들이‘재떨이 담당’에서 국회의원
으로‘슬리퍼 담당’에서 청와대 수석으로‘정원화단 담당’에서 공공기관장으로 수직출세 하는 것을 태평양 너머 멀리서
바라보는 재미 (?)는 사뭇 쏠쏠했습니다
동교동과 상도동에서 재떨이나 닦던 사람이 금배지를 달았다
거기에 대해서 삐딱한 눈으로 바라 볼 필요는 없습니다.
정치9단이라는 주군의 지근(至近)거리에서 정치와 정무 감각을
익힌 이들은, 운동권 데모경력 하나로야당의 비례대표 의원이
돼 온갖 해괴망칙스런 짓을해쌓는요즘의망나니금배지들에
비하면,그래도 ‘수준급’인 편입니다.
이들 중엔 중견정치인과 고위공직자로 성공한 이들도
여럿입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지만, “깜냥이 아니다” 싶은 위인이
동교동-상도동의 ‘쓰레빠(슬리퍼)경력’ 하나로 정치에 입문해
쌩쌩 내닫는 꼴도 보아 왔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동교동의 ‘막내 가신’이라는 설훈이지요.
3선의원에 국회 교육문화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훈의
입신출세는, DJ 가신 인사 중 대표적 ‘끝판 인사’로
꼽힐 만합니다.
설훈 의원 노인폄하, 어르신들 뿔났다.
설훈의 설화(舌禍)가 끝 간 데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달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연애 사건’을 공식석상에서
거론해 정치적 파란을 일으키더니, 한 달도 안 돼 이번엔
“늙으면 죽어야”식 막말 노인폄하 발언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전국의 수백 만 ‘어르신’들이 헛기침 하며 ‘호로자식 설훈’과
‘패륜정당 새정련’에 회초리를 들고 나서자, 지지율 폭락으로
울상인 새정련이 다급해 졌습니다
설훈의 문제의 망언은 지난 17일 관광공사
국정감사장에서 터져나왔지요.
설훈은 관광공사 상임감사 자니윤(윤종승)을 향해 “
나이가 많으면판단력이 떨어져쉬어야 한다.
79세면 은퇴해서 쉴 나이가 아니냐”고 힐난하듯 물었습니다.
자니윤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신의 자유지만, 최근 신체검사
에서 내 신체나이가64세로 나왔다.
팔굽혀펴기, 돌려차기, 앞차기로 한 번 겨뤄보자”고 응수해
17세 연하의 설훈을 머쓱하게 만들었습니다.
낙하산인사 공격에 시달리던 자니윤은 이날 설훈의 망언 덕(?)에
전국의 노인들로부터 파이팅! 응원을 받고 있다니,
망외(望外)의 반전(反轉)입니다.
공작정치 전문가가 교육문화위원장?
80년 대 동교동에서 재떨이를 닦던 설훈은 DJ 가신 중
유일한 영남(창원) 출신입니다.
희소가치 때문인지 DJ는 30대 초반의 그를 비서와 보좌관으로
중용하고 호남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도봉에 공천을 줘
국회의원 배지도 달아줬습니다.
설훈은 동교동의 ‘새줄랑이’였습니다.
“겸손할 줄 모르는 직성적 성격에, 자기주장 세고 경솔하며,
목소리가 큰” 부박스런 인물이었지요.
가신그룹 중에서는 비교적 학벌(마산고-고려대)이 좋고 영남출신
인데다가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는 등
DJ의 신임도 두터워 한때는 동교동의 차세대 감으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서 설훈은 공작정치 전문가로 변신해,
숱한 언어폭력과 거짓폭로로 한국정치를 왜곡시키는
‘여의도의 악동’이 됐습니다.
설훈은 2002년 16대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최기선
게이트의 주인공인 최로부터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최악의 네거티브 공세를 조작해,
이회창의 청와대 행을 저지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공작은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와 설훈, 검찰의 3자 공모로
치밀하게 이뤄졌습니다.
설훈은 대선 8개월 전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은 수사를 대선 후로
미뤄, 이회창 진영이 거짓의혹들을 해명할 기회를
원천 봉쇄했습니다.
설훈에게 거짓폭로를 사주한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현섭은
미국으로 도피했습니다.
대선 후 치러진 재판에서 설훈은 명예훼손과 선거법위반 등으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선고를 받고 10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됐습니다.
공작정치 전문가 설훈이 정권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 역사까지 바꾼 사건이었지요.
<너 늙어봤냐> 뮤비가 뜨는 까닭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평균수명 100세를 내다보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은퇴연령은 5~60세로 선진국 중 가장 낮아 6~70대, 심지어 80대 노인들도 ’생계형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