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자리
연약하게 보이는 잠자리에게는 다른 곤충들에서는 볼 수 없는 강인함이 있다.
그 강인함은 눈과 날개에서 나온다. 잠자리는 한 쌍의 큰 겹눈과 그 겹눈 안에 있는 2만여 개의 육각형으로 된 낱눈이 있다.
낱눈과 겹눈을 총동원하여 전후좌우를 살피고 크기가 거의 같은 네 장의 얇고 투명한 그물 모양의 날개를 모두 사용하여
공중에서 급정지와 선회는 물론 후진까지 한다.
잠자리를 잡으려고 뒤에서 몰래 접근해도 잠자리는 겹눈과 낱눈 덕분에 금방 알아차리고 앉아 있던 자리에서
몸을 띄워 몇 차례 날개를 떨다가 날아가 버린다.
잠자리의 많은 낱눈들은 잠자리가 사냥하거나 방어를 할 때도 시야의 사각지대를 없애준다.
잠자리는 일단 먹잇감을 발견하면 레실린Resilin이라는 탄성물질을 가진 날개와
가늘고 긴 몸체로 시속 50km의 빠른 속도로 삽시간에 목표물에 접근한다.
먹이가 되는 모기는 불과 시속 2km의 속도로 비행을 한다.
일반적으로 포식자는 먹잇감을 능가하는 '속도'를 가지고 있다.
또 잠자리에게는 파리처럼 물결치듯 비행하다가 먹이를 잡을 때는
머리를 회전하여 자신의 비행 궤적을 수시로 조절하는 순발력까지 있다.
잠자리의 비행 속도와 순발력은 포착한 먹이의 695% 이상을 잡을 수 있게 한다.
상어가 50%인 짐을 고려하면 높은 성공률이다.
잠자리는 잡은 먹이를 갈퀴 같은 다리로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강한 턱으로 최종 마무리를 한다.
잠자리는 여러 번 날았다 앉았다를 반복하지만, 일단 앉을 자리를 정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한번 앉으면 발로 이동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잠자리로서는 앉을 자리를 결정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신중함으로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다.
신중하지 못하면 낭패를 보는 수가 많다.
반대로 너무 신중하면 놓치는 일도 많다.
결정하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한번 결정하고 나면 같은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을
오랜 친구 잠자리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생김생김이나 행동이 얌전하여 온유하게 보이지만
냉철한 판단과 뚝심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잠자리처럼 선입견을 뒤엎는 반전의 매력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 충선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