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오늘도 계속 옆에서 궁시렁 대면서 수련을 방해하는 통에 제대로 된
수련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정말 죽을 때까지도 우주의
기운을 느낄 수 없을것 같아 불안해 하던 차에 또 다시 하산시켜달라고
옆에서 징징대는 제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냥 아예 이 기회에 확 보내
버리고 수련이나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강운은 들뜬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얼마나 밖으로 나가기
를 원했었는데 이제 드디어 그 허락이 떨어진 것이다. 현재 강운은 우주
의 기운을 느끼고 있는 경지이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어느 곳이든지
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 기운을 느끼는 정도가 미약하기 때문에
시간의 공간을 뛰어넘을 수는 없고 단지 같은 시간대에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지 바로 이동해 갈 수 있었다. 즉,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이곳에서 나갈 수 있었지만 아직 바깥세계는 아는 곳이 없기 때문에
나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었다.
사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강운은 바깥세상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할까
궁리하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익숙한 무엇인가가 강운의 볼을 핥고 있었다. 일어날 시간이 훨씬 지났는
데도 강운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심심해진 백호가 강운의 뺨을 혀로
낼름낼름거리며 핥고 있는 것이었다.
강운본인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안 되겠지만 만약 이 모습을 다른 사람들
이 봤다면 기겁을 하고 도망갔을 터였다. 집채만 한 호랑이가 혀로 아이를
핥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아마도 열이면 열 사람 모두가 호랑이가 아이를
잡아먹으려고 하고 있는 줄로 알것이 분명했다.
강운은 살며시 눈을 떴다. 눈앞에 집채만 한 커다란 호랑이 백호가 불만
에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상 백호에게 무슨 표
정이 있겠냐만은 강운은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직접
적인 대화가 가능했다. 백호뿐만 아니라 물, 나무, 바람, 돌 등 자연의 모
든 것들과 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강운은 백호의 커다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백호야. 나 어쩌면 오늘 바깥세상에 나갈지도 몰라. 너도 데려
가고 싶은데 사부가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고 너랑 같이 나갔다가는
사람들이 도망다니고 시끄러워 질 거라고 그랬어. 금방 돌아올 테니까
삐지면 안 돼! 알았지? 정 심심하면 사부랑 같이 놀던가. "
연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백호는 강운이 사부하고 같이 놀라는
말을 하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강운에게 한마디 했다.
[그 늙은이랑은 안 놀아. 차라리 혼자 놀고 말지 그 늙은이랑은 안 놀거
야. 같이 가자고는 안 할게. 하지만 빨리 돌아와야 돼 나 심심하니까. ]
호랑이가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지만 만약에 말을 한다고 한다
면 으르렁 거리면서 할 텐데 지금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강운의 능력으로는 마음속으로 어떤 생물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
에 백호가 으르렁 거리지 않은 것이다.
백호와 얘기를 끝낸 강운은 어제 밤에 미리 챙겨두었던 보따리를 들고 사
부한테 찾아갔다. 사부는 항상 이시간에는 그 절벽위에 올라가서 명상에
잠겨있을 시간이었다.
오늘도 역시 절벽위에는 위태롭게 앉아서 조는건지 명상을 하는 건지 도
통 알 수 없는 사부가 있었다.
"사부! 나 이제 그만 내려갈래. "
강운의 소리를 들은 노인은 약간 인상을 쓰면서 눈을 떴다. 어떻게 된 놈
이 끝까지 싸가지 없는 말투는 변하질 않았다.
"음.. 그래. 어차피 바깥 세상에 나가보기로 한 이상 더 이상 지체할 이유
가 없겠지. 이 사부가 두 가지만 당부하마. 절대 싸움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은 성심성의껏 도와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을 보거든 상황에 따라
서 알아서 네놈이 대처할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여기 네 놈에게 도움을
줄만한 물건을 내가 특별히 준비했으니 잘 간직하기 바란다. 여기 이
주머니에는 100개 정도의 단환이 들어있는데 이 단환을 먹게 되면 무공
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공이 2갑자가 넘게 올라갈 것이고 그냥 평민이 먹
는다고 해도 평생 병 한 번 안 걸리고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의 단환
들은 그것을 먹더라도 몸 속에 흩어진 기운을 모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지만 이 사부가 만든 단환은 몸속에 흩어져 있던 기운들을
간단한 운기조식에 의해서 순식간에 모든 기운이 단전에 모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또한, 이 단환을 먹으면 설사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람도 전보다 더 건강
하게 만들어버리는 엄청난 효험을 가지고 있다.
소림사의 대환단이나 그런 것들과는 그 능력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나는거지. 이 사부가 특별히 제자에게 주기 위해서 어제 1시간
동안이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단환이니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써먹도록 하거라.
그리고 또 하나 이 검을 가지고 가도록 하거라. 단검이니까 가지고 다니
는데 불편함은 없을게야. 이 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사부가 400년 전에
심심해서 중원에다 간단한 무공을 만들어서 문파를 하나 세웠을 때 나의
신물로 갖고 다니는 거니까 아직도 그 문파가 존재한다면 그 단검을 가지
고 가면 잘 대접해 줄 것이다."
"그 문파 이름이 먼데? "
"화운문이라는 곳인데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그 문파를 당해낼 세력이
없었으니 어쩌면 아직까지도 존재할지도 모른다. 내가 준 단환을 화운문의
내공심법을 알고 있는 이가 먹으면 그 효과가 훨씬 빠르게 나타날 것이니
참고로 알아 두거라.. 찾아가고 싶지 않으면 안가도 되니까 맘대로 하려무나. "
노인의 말이 끝나자 강운은 한참동안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들어
노인을 쳐다봤다. 노인도 갑자기 제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같이 쳐다봤다.
"사부! 더 할 말 없지? 그럼 나 갈께. 나 없는 동안 사고치지 말고 백호랑
사이좋게 잘 놀고 있어요. 알았지? 그럼 이만 갈께. "
이 말 한마디를 남겨두고 강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절벽을 내려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걸어가는듯 싶더니 노인과의 거리가 조금
멀어지자 이제는 나는 듯이 달려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