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홉킨스레이힐버트/ '청소부 밥' 을 읽고 (독후감)
김견남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부쩍 늘었다는 보도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객관적으로 볼 때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는 풍요로운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그녀들은 왜 황혼이혼을 꿈꾸며 오랫동안 세밀하게 이혼 준비를 했을까...
그 해답은 청소부 밥을 읽으며 찾아보기 바라는 마음이다
로저와 ‘밥‘ 은 주종 간이다.
매주 월요일 저녁 '로저'의 회사 직원들이 모든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면 ‘밥‘이 출근을 해서 그의 회사를 청소한다.
어느 월요일 저녁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 좋은 듯 청소하는 밥에게 항상 일에 쫓겨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로저가 다가와 목소리가 멋지다고 칭찬을 한다.
밥은 자신의 노랫소리 때문에 젊은 사장이 일하는데 혹시 방해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노래 부른 것을 사과한다.
밥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잘생긴 젊은 사장이 항상 피곤한 기색으로 늦도록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로저는 청소부 밥의 노랫소리가 참 경쾌하고 평화롭다는 생각을 한다.
로저는 근래 보기 드문 젊은 사업가로 타인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안정된 사업체를 갖고 있으나 항상 쉴 새 없이 일에만 매진한다.
늦은 밤에 귀가해 새벽 일찍 출근하는 일이 반복되고 어린 두 딸의 깨어 있는 모습을 언제 봤는지조차 기억에 없다.
로저는 차라리 회사 사무실에 침실을 옮겨놓는 것이 편하고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할 만큼 일만 중요시할 뿐 가정에는 무관심하고 소홀하다
로저의 아내는 이렇게 무관심 속에 살 바엔 차라리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늘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런 아내와 아이들에게 로저는 ‘내가 누구를 위해 이 고생을 하는 데??‘라는 반문으로 대화의 빗장을 친다.
로저의 아내는 요리를 아주 잘하고 성격도 밝아 두 딸을 문제없이 잘 키우고 있지만, 항상 외롭고, 집에 오면 힘들고 피곤해하는 남편에게 많은 배려를 하면서도 남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차갑게 얼어있다.
한때는 단란한 가정이었지만 남편이 사업에 성공하면서 남들처럼 평범한 남편 노릇, 아빠 노룻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로저 또한 "일 때문에 바빠서 어쩔 수 없다며 한꺼번에 모든 걸 완벽하게 잘할 수는 없다"라고 잘라 말하고 사사건건 불만인 아내의 기분을 맞추는 게 힘들다고 투덜거린다.
어느 날 우연히 밥과 로저는 짧은 대화를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로저는 자신의 힘들고 지친 상황을 이야기하게 된다.
밥도 한때는 젊은 사장 로저처럼 정신이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때의 자신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이 힘들 때 현명한 선택과 판단으로 깨우침을 줬던 아내 앨리스의 6가지 지침을 로저에게 전수해 주기로 한다.
미심쩍어하면서도 로저는 밥의 지침을 일주일에 한 가지씩 전수 받으며 몰라보게 변하가고 있는 자신의 의식세계를 느낀다.
로저는 간단하고도 단순한 지침서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며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밥은 빠르게 한 번에 말할 수 있는 내용의 새로운 삶의 성공 지침 6가지를 여러 각도로 응용해서 로저에게 전해준다.
첫 번째는 지쳤을 땐 재충전을 하라.
두 번째는 가족은 짐이 아니라 복이다.
세 번째는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네 번째는 배운 것을 전달하라.
다섯 번째는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여섯 번째는 삶의 지혜를 후대에게 물려 주라.는 내용이다.
얼핏 보면 단순하고 평범한 이 지침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취합해서 응용하다 보면 기발한 해결책이 나온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자상하면서 정다운 한 가정의 가장과 사회적으로 성공한 멋진 사업가 로저가 과거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쉴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앨리스의 지침을 여러 가지로 응용해서 전하고 있다.
마침 나는 직장에서 연수교육을 받는 기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강연의 주제는 쉴 새 없이 달려야만 남보다 앞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강사는 끊임없이 자신의 성공담을 강연 주제와 연관 지어 이야기했다.
강사가 열강 하는 중간중간 나는 묻고 싶었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했느냐..‘고 물론 그는 행복했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더 물어야 했겠지? ‘그래서 당신 가족은 행복했었느냐'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청소부 밥의 지침서에 매료됐나?^^
청소부 밥을 읽으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의 보이지 않는 희생자는 아내와 가족이라는 생각을 했다.
가장의 화려한 성공 그 그늘에 가려진 가족들의 희생과 외로움이 황혼이혼으로 물고 가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성공한 노인들이 좀 더 젊은 시절에 밥 아저씨를 만났더라면 노후에 아내에게 젖은 가랑잎 신세가 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밥 아저씨의 아니 앨리스의 지혜를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여유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