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본 공상과학 소설 중 제일 재밌었다 중2였나 중3일 때 주솔빈이 강력 추천한 지구 한아름? 그 책 말고는 공상과학 소설을 평소에 읽은 적이 없다. 근데 이 책이 유명하다는 거를 접하고 읽고 싶었고 읽게 시작했는데 내 취향은 앞쪽 소설들이 내 취향이었다. 특히 우주비행사 할머니가 외계인들의 행성에 가서 사는 것과 화성에서 지구로 사람들이 가서 돌아오지 않는 내용이 인상깊었다. 작가님 소설이 내 취향인 거 같아 다른 작품들도 찬찬히 읽어볼 생각이다.
(1) 할머니는 나에게 루이가 쓴 기록의 내용을 읽어주셨다. 지구에 돌아온 이후로 할머니는 여생을 색채 언어의 해석에만 몰두했다. 내용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 밀리의 서재 내용의 대부분은 그렇게까지 시간을 들여가며 알아낼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평범한 관찰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중 잊히지 않는 한 문장만큼은 지금도 떠오른다.
“이렇게 쓰여 있구나.”
할머니는 그 부분을 읽을 때면 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2) 숨을 거두기 전 할머니는 연구노트의 처분을 나에게 맡겼다. 나는 기록의 사본을 남기고, 원본은 할머니와 함께 화장했다. 찬란했던 색채들이 한 줌의 재로 모였다.
나는 할머니의 유해를 우주로 실어 보내 별들에게 돌려주었다.
(3)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모두는 같은 풍경을 생각했을 것이다. 류드밀라가 그렸던 행성. 푸르고 묘한 색채의 세계. 인간과 수만 년간 공생해온 어떤 존재들이 살았던 오래된 고향을.
수빈은 순간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느낀 적 없는 무언가가 아주 그리워지는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