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돌 하나도 옮길 수 없다
"왜 걱정하십니까?기도 할 수 있는데..." 서울 명동성당 지하입구에 적혀 있는 말입니다 저는 이말대로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난 바로 그 자리에서 기도부터 합니다 어떤 큰 신앙의 발로로 기도하는 것 같지만 실은 아닙니다
걱정되는 일들을 걱정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게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기도라기보다 제가 원하는 것을 큰 탈없이 어떻게 잘 좀 이루어질수있도록 절대자에게 기복적 자세로 부탁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를 위한게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라야 진정한 기도 라는것을 저도 잘 압니다.
나의 고통보다는 남의 고통을 위해 기도 해야 기도는 이루어 집니다 기도의 진정한 뜻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 기도는 아주 깁니다 제가 욕심이 많고 원하는게 많으니까 자연히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기도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그렇게 됩니다 그건 제 삶이 그만큼 불안하고 근심 걱정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기도 했다고해서 걱정이 없어지는건 아닙니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걱정은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어집니다
언젠가 한 후배가 제게 정색한 얼굴로 "초등학생인 외 아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나면 왠지 마음이 불안해서 견딜수 없다" 고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안절부절하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않아 내가 좀 비정상적인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그때 "당신만 그런게 아니고 나도 그렇다.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정도로 다 컸는데도 늘 불안의 그림자에서 시달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두 아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공부열심히 하라'는 말이 아니라 '차 조심하라'는 말 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돈만알고 남에게 피해나 끼치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지,인간과 인생을 이해하지못하고 이웃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않을지 걱정하는 일보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컷던 것입니다 걱정은 병입니다 병 중에서도 아주 중병 입니다 감기만 걸려도 병원 처방을 받으면서도 걱정때문에 삶이 휴지처럼 구겨지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
이런 실험이 있습니다 한달동안 걱정이 될때마다 하루에도 몇번씩 걱정의 내용을 종이에 적어 상자안에 넣어두게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종이를 꺼내 내용을 파악해보니 그중 90%이상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 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걱정을 했다는 사실조차 대부분 잊고 있었다고 합니다 "거짓말은 눈덩이 같다 굴리면 굴릴수록 더 커질 뿐이다"는 말처럼 걱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콜로라도 주 한 봉우리에 거대한 나무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400여년간 열네번이나 벼락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았으며 ,수많은 눈사태와 폭풍우를 이겨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 나무가 쓰러진 까닭은 바로 딱정벌레 떼가 나무속을 파먹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랜세월에도 시들지않고 폭풍과 벼락을 견뎌온 그 거목이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죽일수 있는 작은 벌레들에게 쓰러지고 만 것 입니다 우리도 이 거목처럼 인생의 폭풍우와 눈사태와 벼락은 이겨내면서도 '근심'이라는 벌레에게 우리의 심장을 갉아먹히고 있지는 않은지요? 데일 카네기의 <근심이여 안녕>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걱정이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걱정은 말그대로 걱정일 뿐 입니다...받은글/청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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