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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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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1 | 초록 밥상 |
대표 작품 2 | 흔들리는 나뭇잎 |
수상연도 | 2015년 |
수상횟수 | 제5회 |
출생지 | |
[수상 작품]
초록 밥상
강석호
자연은 초록이다. 초록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을 먹고 자연을 먹는다는 것은 순수와 평안을 먹는 것이다.
요즘 나의 밥상은 초록색으로 찬란하다. 그야말로 그린필드다. 무, 배추, 상추, 시금치, 쪽파, 풋고추, 돌미나리, 아욱, 부추, 감자, 토마토 등 밭에서 나는 여름 야채들이 생김치나 쌈으로 변신되어 몇 가지씩 번갈아가며 밥상에 오른다. 그 싱싱함이 보기만 해도 입맛과 기운을 돋운다.
나는 지난 겨울에 들어서 입맛을 잃고 날마다 식사 때가 되면 밥상받기가 소 밭갈러 가기보다 싫었다. 그래도 한술이라도 떠야 산다는 다급함에 찬물에 밥을 말아 간장과 함께 몇 숟갈 넘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극심한 춘곤증을 단단히 앓았다.
아내는 보기에 딱해서인지 나름대로 신경을 쓰느라고 새봄을 맞아 얼굴을 내미는 쑥 냉이 봄동 같은 봄나물에다 미역, 도다리, 백합, 굴 같은 싱싱한 해산물로 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해댔다. 그래도 별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의 입맛을 돋운 것은 쑥국이었다. 하루는 퇴근을 하고 아파트 문을 열고 현관에 들어서니 향긋한 쑥내음이 코를 홀리고 입맛을 다시게 했다. 웃옷을 벗기가 바쁘게 식탁에 앉으니 쑥국이 나왔다. 싱싱한 생굴을 넣어 끓인 쑥국이었다. 입맛이 당겼다. 지금까지 쑥국을 안 먹은 바도 아닌데 그날의 쑥국은 기적이었다.
그 쑥국은 그날따라 아내가 친구의 농장에 갔다가 밭두렁에 파릇파릇 솟아나는 쑥과 냉이를 캐왔는데 마침 3년간 해외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사위가 딸과 함께 서산에 있는 본가에 귀국인사차 갔다가 오는 길에 사돈마님이 나의 쇠약함을 듣고 서해바다에서 갓 따온 자연산 굴을 한 봉지 사 보내왔기에 그 굴을 넣고 끓인 쑥국이었다. 그 쑥국은 그날뿐 아니라 계속하여 나의 입맛을 당겨 주었다. 알고 보니 그 쑥국이 나의 입맛을 살린 것은 시장에서 구입한 비닐 속에서 재배한 식재료와 달리 새봄을 맞아 햇살을 받으며 솟아나는 자연산을 아내가 직접 캔 쑥에 사돈의 정성이 담긴 굴이 자연의 제맛을 가져온 것이었다.
아내는 그날 이후 친구 농장에 자주 가서 쑥이며 냉이, 돌미나리 고들빼기 등 야생초를 뜯고 상추 시금치를 그냥 얻어와 초록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 초록밥상 특히 쑥과 상추는 나의 입맛과 식욕을 계속 돋구어 주었다. 싱싱한 자연산을 제대로 먹는 것은 행복 그것이다.
밥상차림은 주부들의 특권이다. 요리에 취미가 있거나 기술이 있는 남자라면 모르나 웬만한 전통가정의 남자들은 부엌에 들어가기도 싫어하고 아내들에게 맡긴다. 나의 아내는 부엌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는다. 어쩌다 부재중일 땐 라면이나 햇반으로 자급자족 하지만 그 외는 아내가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과히 사육당하는 셈이다. 여태껏 사육당해도 아내의 솜씨가 재법이었기로 즐거운 사육이였다. 이번 초록밥상도 즐거운 성공작이었다.
아내는 마침내 친구로부터 밭 20여 평을 주말 농장으로 얻어 농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밭에 심어 가꿀 수 있는 야채와 채소는 거의 씨를 사다 뿌리거나 모종을 사다 심었다.
아내는 농사짓는데 신명이 났다. 아침저녁 거의 매일같이 밭에 가서 물을 주고 풀을 뽑는다. 따가운 햇볕도 피곤도 모르고 비가 와도 행여 피해를 입을까봐 밭을 돌보고 나야 마음을 놓는다. 그 정성에 작물들도 화답하듯 잘 자라 주었다. 손가락만 하던 오이와 가지가 돌아서기가 바쁘게 팔뚝만 해졌다. “지난주에 요만하던 가지가 오늘 보니 이렇게 컸어요.” 하며 내게 자연의 신비함을 자랑을 했다. 더러는 아직 따기가 아까워 아껴 두었던 호박을 도둑놈이 따가 버렸다고 앵통해 하기도 했다.
밭에 갔다 올 때마다 작물을 한 아름씩 따와 우리 집은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아들과 딸들에게는 물론 이웃과 친지들에게도 나누어 주기에 바쁘다. 작물을 따올 때마다, 남에게 나누어 줄때마다 아내의 모습은 한결 건강하고 젊어 보인다. 나는 그 푸른 초록 밥상을 받을 때마다 아내에게 감사하며 생명을 다스리는 길을 열어준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오늘도 나는 상추와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비우고 토마토를 입가심으로 깨문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지에서 직접 가꾼 그들의 맛은 시장에서 산 그것들보다 확연히 다르다.
자연에도 맛이 있고 향기가 있다. 유기농 무기농 하지만 노지에서 뜨거운 태양과 맑은 물과 공기 그리고 자신을 썩힌 퇴비를 먹고 그것을 다루는 농자의 정성에 보답한다. 자연은 자신을 썩혀 인간에게 봉사한다.
[수상 소감]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하며
문인에게 가장 행복하고 기쁜 일은 처음 등단통지서를 받았을 때와 작품을 열심히 써서 한 권의 저서를 내었을 때, 그리고 그 글이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상을 받았을 때가 아닌가 한다. 나는 출판기념회나 시상식에 가면 꼭 이 말을 하면서 수상자를 축하한다.
오늘은 나에게 그 중의 한 날이다. 내가 문우 친지 가족 앞에서 문학상을 받는 날이다. 여간 기쁜 날이 아닐 수 없다. 문단 생활 50여 년 만에 몇 번 아닌 상을 받는 날이다.
시상식에는 상을 주는 편과 받는 편이 있다. 나는 여태껏 50여 년 동안 문학을 해오면서 상을 받는 쪽보다 주는 쪽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상을 주는 쪽은 무척 바쁘고 피곤하다. 먼저 상금을 마련하고 수상자를 결정하기 위해 심사위원을 위촉, 심사위원회를 열고 초청장을 보내어 많은 축하객이 모여들게 하며 식순이 잘 진행되고, 참가자 모두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
그리고 때로는 식을 마치고 나면 밀물이 빠져 나간 바다처럼 잘되었든 못되었든 군중은 뿔뿔이 사라지고 고독이 밀려와 허전해진다. 그래도 문단에 한 가지 큰 행사를 치뤘다는 자긍심을 갖고 가슴에 공기를 힘껏 들이마신다.
세상에는 유명 무명의 문학상이 많다. 우리나라만 해도 20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상의 가치는 그 상을 누가 제정했는가? 얼마마한 연륜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유명 작가가 수상을 했는가, 상금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지만 요즘은 그래도 그 액수가 권위와 가치를 좌우한다.
이번에 나는 상을 주는 편이 아니고 받는 편이니 고민도 걱정도 없고 그저 기쁘기만 하다. 이 상은 목회에도 크게 성공하고 문학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목사님이 이 땅의 문학진흥을 위하여 마련한 상이다. 문인이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큰 상이다.
목사님은 한국수필로 등단하여 우리 문단을 위해 큰일을 많이 했고 좋은 글도 많이 썼다. 여러 권의 수필집과 시집, 그리고 수상록을 발간하신 우리 문단의 중진이시다. 나는 그를 친히는 모르지만 일찍부터 존함과 활동은 알고 있다.
그는 일찍이 교회내에 ‘베레아’(행 11장 17절)라는 성경 스터디클럽을 설치하고 남다른 목회의 길을 걷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마귀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학문적으로 입증하는 석박사 과정을 이수한 신학자이기도 하다.
나는 ‘베레아’의 독특한 성경스터디 방법과 해석이 이 땅에 빛을 발할 초창기에 잠깐 그 클럽에 참가하여 공부를 한 적이 있다. 또 한국수필가협회 조경희 회장과 간혹 만난 적이 있다.
그가 등단한 이후 그의 글을 열심히 읽으며 문단 활동에 관심을 가졌고 한번 찾아뵙기를 원했으나 차일피일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던 차 뜻밖에 그가 제정한 상의 수상자란 통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반갑고 기쁘기도 하고 하나님의 섭리를 느끼기도 한다. 감사하기 그지없다.
[작가 프로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 등단(수필)
<월간문학> 신인상 평론부문 당선
한국문인협회 분과회장, 부이사장 당선(역임), 현 고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월간 <수필문학> 발행인 겸 편집주간
한국수필문학가협회 회장(현)
저서: 수필집: 『이 후회의 계절에』, 『새벽을 적시는 내 가슴은』, 『평촌일기』, 『은행나무와의 사연』, 『세월이 흐르는 소리』, 『고마운 착각』, 『나의 창문』, 『흔들리는 나뭇잎』 등
평론집: 『한국수필문학의 새로운 향방』, 『등단작가 선평집』, 『한국수필의 정체성과 창작기법』 등
[작품 심사평]
제5회 월산 수필문학상 심사는 6월4일 한국수필가협회 사무실에서 공모와 추천으로 접수된 7분의 후보를 놓고 3인의 심사위원이 진지한 토의와 의견을 교환한 끝에 최종적으로 원로 강석호 수필가(77세)를 선정했다. 수상작품집은 수필집 <흔들리는 나뭇잎>이다. 함께 제출된 수필평론집 <수필문학의 정체성과 창작기법의 해석도 참고로 하였다.
심사위원들은 먼저 작품세계의 경지와 평가를 논한 다음, 수필 계에 미친 긍정적인 고로도 참고하였다. 강석호 수필가는 1973년 현대문학지를 통해 수필을 발표한 이래 꾸준하게 창작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1988년 월간문학지에 문학평론으로 당선되었으며 40여년 간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해온 작가이다. 월간 수필문학 편집인 겸 편집주간으로서 수필문학 진흥과 발전에 이바지한 공헌자이기도 하다.
강석호 수필가의 작품세계는 일상의 통찰을 통해 얻은 삶의 발견과 의미를 긍적적으로 꽃피워내고 있다. 특히 서민들의 삶에 대한 통찰과 애정을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수필집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 (거리의 대화)라는 수필에서 전철역 입구에서 고구마와 가래떡을 구워 파는 아줌마의 생활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이 밖에도 (여자 버스 운전수),(손수레 끄는 할머니).(폐지 줍는 노인)(아파트 경비원),(빵 굽는 노인)등 생활전선에 나선 서민과 노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포착하여 긍정의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변잡에 그친 수필이 많다는 소리를 듣는 평판 속에 생활 주변과 사회속으로 눈길을 돌려 소통 영역을 넓혀 놓고 있음이 장점이다.
제5회 월산 수필문학상을 수상하신 강석호 수필가에게 그동안 어려운 수필의 길을 걸으며 수필진흥에 헌신한 공적을 기리며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월산 수필문학상 심사위원 정목일, 유혜자, 지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