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5
「체공녀 강주룡」
장소: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시간: 20:00 – 22:10 (130분, No intermission)
제작: 판소리 바닥공장
원작: 박서련 작가의 동명소설(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르: 소리극
내용:
시대적 배경은 국권이 일본에 침탈당하고 봉건적 잔재가
남아있던 시절이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서간도로 이주해야만
했던 우리 선조들의 뼈아픈 역사를 잊지 말라는 듯 무대는
어둡고도 침침했다. 무대 뒤쪽 그늘 속에는 5명의 연주자가
타악기와 현악기를 마주하고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무대 중앙에는 지금의 대형 크레인을 상징하듯 건조물이 길게 늘어져 놓여있고 상판에는 높은 키의 여배우가 촛대처럼
우뚝 서서 외친다. 나 강주룡은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니라고.
건조물을 둘러싸고 7명의 배우가 푸른 조명을 받으며 무대 위에 섬뜩하니 서 있다. 극이 진행되면서 그 배우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알게되었다. 배우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강주룡을 열연하였고 나레이터로 변신하여 극의 상황과 전개를 뮤지컬 스타일로 읊조렸다. 일반적인 판소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 이었다. 오페라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극 주인공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성은 강씨, 이름은 두루, 주에 용, 룡자를 쓰는 ‘강주룡’이다. 그녀는 스물에 자신 보다 5세 연하인 최전빈 이라는 자와 결혼한다. 독립운동을하는 남편을 따라 기지로 들어가 생활했다.
그러나 남자 들만 있는 곳에 홀로 여인의 존재란 괴괴한 소문을 만들게 마련이다. 소문에 분개한 남편은 부인을 데리고 본가로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세상을 등진다.
이 때 시모가 등장, 며느리가 아들을 잡아먹었다고
구박하는 소리가 흡사 살쾡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정말 어쩌란 말이냐.
의지할 곳 없는 그녀는 단신으로 평양으로 가서 고무공장에 취업한다. 당시 아이돌은 ‘모던걸’이었나?. 품속 사진을 꺼내 소중하게 어루만지며 언젠가 꿈을 이루고 싶다고 토로한다.
당시 평양의 모습을 재현한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꿈을 꾸는 주인공의 심정을 드러내려 한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배우들의 군무와 어우러지는 악기 소리, 노래는 극 중
제일 신나는 시간이었다.
우리의 인생도 늘 고달프기만 한 것은 아닌 것처럼.
기쁨이 다해도 슬픔이 도래하지 않는 길은 없을까 현실은 언제 쯤 약자 편에 설 수 있을까?
당시 고무공장의 일상들이 극 중에 재현된다. 감독자들은 노동자들을 착취, 핍박 하고 유린을 서슴지 않는다. 1930년대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문제였다고 생각하니 변화에 필요한 고통의시간과 기다림 혹은 인내의 시간과의 함수 관계를 생각하게한다.
강주룡은 파업의 단순 가담자에서 변신. 투쟁의 선두에 서고 마침내는 광목천을 타고 지상 12미터 을밀대 지붕 위로 올라가서 노동해방을 외친다. 이제는 익숙해진 이런 모습들이 당시만해도 사람들에게 얼마나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행동 이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잊고 지냈던 '의식화'나 의미가 무뎌진 '투쟁'이니 '혁명'이니 하는 어휘들이 빛바랜 종이처럼 다가온다. 두시간 가량 배우들이 줄곧 쏟아내는 북쪽 언어를 몰입해 들어서인지극장 밖의 밤공기도 차가움을 더하는 것 같다.
〈공연과 강연〉을 준비해주신
이상진교수님과 이연분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부회장님
이렇게 상세히 제가 느낀 것보다 더
귀한 작품 설명 감사드립니다.
같이 사진 못 찍고 먼저
가버리게 되어서 죄송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