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산간지역은 해안 마을들과 한라산국립공원을 연결하는 완충지역으로 오름과 하천ㆍ곶자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생태ㆍ경관적으로 중요한 이 지역은 빗물을 함양하여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제주의 허파’ 중산간 지역은 1990년대 이후 골프장 건설 등 끊이지 않는 대규모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2015년 한라산 허리를 잇는 평화로와 산록남로, 서성로, 남조로, 산록북로 기준 한라산 방면 지역에 지구단위계획을 제한하는 ‘도시지역 외 지역에서의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 동의안’이 마련되었다. 또한 2023년 오영훈도정은 청정 환경과 경관보전을 위해 해발고도 300m 이상 지역을 보전강화구역으로 적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2040년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을 확정 공고했다. 많은 도민들은 중산간 지역 보전에 대한 도민들의 열망이 제도적으로 실현될 것이라 기대했다.
중산간 보전을 내세우는 ‘지속가능한 도시관리계획수립 기준(안)’은 기만적이다 지난 8월 7일 2040도시기본계획의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도시관리계획수립 기준(안)에 대한 도민설명회가 진행되었다. 기준(안)에 따르면 2015년 지구단위 지정 제한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중산간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이 중산간 2구역으로 신규 지정되었다. 해발 300m 이상 지역이면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지하수관리조례에 따라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제주도는 중산간 2구역에 주거 및 골프장을 포함하지 않은 관광 휴양형 지구단위계획과 첨단산업 지구단위계획은 허용하지만 다른 지구단위 계획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껏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중산간 2구역을 신설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자찬한다. 하지만 이 기준안에 중산간 보전에 대한 제주도정의 의지는 보이지 않고 중산간 난개발 허용 기준을 제도화시키려는 의도만 엿보인다. 제주도가 골프장과 주거시설을 배제한다고 하지만 이미 제주도의 골프장은 포화 상태이며 경쟁력을 상실했기에 추가적인 골프장 건설은 시장 논리상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제주도정이 내세우는 골프장 배제는 하나마나한 정책이며 오히려 중산간에 대규모 휴양형 관광단지를 개발하려는 사업자들은 거리낄 것이 없게 되었다. 기준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중산간 관광단지 개발 시도는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이다.
첨단산업 지구단위계획 허용 역시 모순적이다. 중산간에 산업단지를 지어도 된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제주도는 고용만 창출된다면 제주의 허파인 중산간 지역을 난도질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첨단산업단지는 넓은 면적의 땅을 필요로 하며 이는 많은 생명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태계를 파편화하여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첨단산업은 많은 물을 필요로 하며 일부 산업의 경우 해로운 화학물질과 중금속을 배출하기도 하며 상당한 폐열을 발생시킨다.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첨단산업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중산간 지역에 이 산업을 허용하겠다는 오영훈도정의 발상은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시킨 윤석열 정부의 구상과 무엇이 다른가?
첨단산업과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이 한화와 연결되고 있는 것은 우연인가? 이번 기준안이 통과된다면 그동안 유예되었던 한화 애월포레스트 대규모 관광단지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며 중산간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에 지어지고 있는 한화우주센터 사업 역시 탄력을 받을 것이다.
물류적으로나 기반시설 여건, 바람이 많은 기후적인 특성 등을 보면 제주도는 우주산업의 최적지가 아니다. 게다가 정부는 2022년 대전과 경남, 전남을 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지정하고 2031년까지 총 6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여 전남, 경남, 대전 특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경남 항공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마무리될 예정이며 2030년까지 전남 고흥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오영훈도지사의 핵심공약인 우주산업 육성 계획은 상식적으로 무모한 도전이다. 이 무모한 도전에 손을 잡아준 고마운 기업이 바로 전쟁무기 기업 한화였다. 오영훈도지사는 한화우주센터 건립을 위해 중산간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인 탐라대학교 부지를 무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제공했다. 초스피드 행정으로 한화우주센터가 착공되자마자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았던 중산간 지역 한화 소유 땅에 대규모 관광휴양시설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터져 나왔다. 이 계획이 해발 300미터 이상 중산간을 보전하겠다는 2040도시기본계획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커지자 예외적으로 관광 휴양형 지구단위계획을 허용하는 도시관리계획수립기준(안)이 마련되었다. 오영훈도정은 한화에 대한 특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권력 유지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행태를 중단하라!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의 비전은 '위대한 도민 시대,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이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라는 전 원희룡 도정의 비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자연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인간이 행복하게 지속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진실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서로 행복한 제주는 원희룡 전지사 때나 지금 오영훈 도정에서도 요원하기만 하다. 오영훈 도지사는 말로는 자연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철저히 개발세력과 부동산 투기세력, 대자본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제라도 오영훈도지사는 말과 정책을 일치시켜야 한다.
오영훈도지사는 권력 유지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행태를 중단하라! 오영훈도지사는 ‘지속가능한 도시관리계획수립 기준(안)’을 전면 수정하라! 한화는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에 우주산업과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려를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제주는 전쟁무기자본의 식민지가 어니다. 한화는 제주를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