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회 덕분에 구매해두고 읽지 않던 에디톨로지를 완독했다.
작가는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거 아니라 했는데 창피하게도
나는 서너 번은 읽은 듯하다.
어렴풋하게 대충 아는 거 싫어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 한 번 더 읽고, 알게 되니 재밌어서 또 보고, 뒤에 오니 앞부분이 아리송해 또 보고..
그래서 부분 부분 할 얘기가 많다.
앞으로 내킬 때마다 올려볼까합니다.
1부는 처음 읽을 때 제일 기억에 남은 이야기.
낮에 보이는 하늘..
평소 내 동굴 앞에서 보는 하늘은 넓고 끝없이 높았다.
오늘
하늘이 잔뜩 흐리고 무거워 내려앉을 지경이다.
내 허리도 무겁고 환절기 몸살도 느껴진다.
난 고대인 체질은 아닌듯 하다.
태어나 이제껏 이 동굴에서 살았건만
계절이 바뀌는 이때가 되면 아직 힘들다.
지난해 보다 더 좋은 가죽을 걸치고,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했어도 동굴 생활이 영 적응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하러 먼 길을 나섰고 높은 산을 올랐다
가까이 가도 가도 하늘은 또 그만큼 더 높아지고 더 넓어진다.
심지어 밤이 되면 어둠 속으로 다 빨아들일 것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으려니 너무 두렵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달의 모양과 여기저기 도깨비불 같은 별과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천둥, 번개..
하늘은 시시각각 나를 조여온다.
오늘 밤도 편히 잠들기는 힘들겠다.
상상조차 되지 않는 저 무한의 공간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별자리까지 만들어 가며 하늘을 들여왔을까?
천칭자리, 양자리, 물병자리, 사자자리..
저곳에 나의 별자리도 하나 있다.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고대인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빛이다.
친근한 이름을 주고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지금까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에디톨로지,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쳐 이렇게 우리 곁을 지켰다는 작가의 말에
어떤 간절함이 있었을지 잠시 상상해 보았다.
지금이라면 우주선을 띄워 저 하늘로 가고
맘에 드는 즉 우리 지구별과 비슷한 환경의 별을 골라서 탐사선을 띄운다.
그것도 무인 탐사선을..
그런 하늘이 지금의 우리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렇다고 미지의 세계가 다 열린 것은 아니다.
하늘은 여전히 우리에게 두려움을 견딜 또 다른 편집을 요구한다.
"시간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셀 수 있는 숫자로 만들어 마치 물체처럼 만들었다.
하루, 한 달, 1년, 그리고 반복시킨다.
반복되는 것은 통제 가능하고 통제되면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새해를 축하하고 반긴다고 한다."
반복된다고 다 통제되는 건 아닌 것 같다.
해마다 나이가 들고, 늙고 어느 날에는 결국 누구나 죽게 된다.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사라지는가?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위로가 되긴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좋은 곳으로 가실 겁니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잘 있을 거니 너무 슬퍼 말라고 위로들을 했나 보다.
참으로 현명한 편집이다.
그렇다면 평행이론, 평행우주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식으로 반복 된다는 평행우주.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근사한 생각이다.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삶을 염원하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볼 수 있었나보다.
와~
사고의 확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죽어서 영혼이 블랙홀로 간다는 말이 있다.
아직도 끝을 알 수 없는 저 하늘과 시간에 대한 편집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 우주는 우리가 돌아갈 곳이니 보이지 않고 닿지 않는다 해서 두려워 말라는 토닥임.
나는 블랙홀로 갔으면 한다.
또 다른 미지의 공간.
이 봄에 아지랑이 피듯 기막힌 편집을 해야 할듯하다.
블랙홀로 가는 길이 슬프지만은 않게
시인의 마음으로 때로는 철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지.
작가는 어느 강연에서 재밌게 살라했다.
그리고 재미가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는지 살펴서 재미와 의미 두개가 만나는 지점에 오늘을 살아야 한다고.
우선 재미부터 찾아야겠다.
뭔가를 했을때 재미를 느끼게 하는 이유가 바로 편집이 아닐까 생각된다.
재미 또한 편집의 결과라니까.
부디 이글 토막토막 해부하지 마시고 단숨에 읽고 잊으시길 바랍니다.
2부로 다시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