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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주연배우들 / 사진 = 뉴스웨이DB | |
“박만근이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 ‘오만과 편견’이 지상파 추리·수사극의 한계를 극복하며 막을 내렸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극본 이현주, 연출 김진민) 마지막 회 에서는 한별이 사건의 실체를 쫓던 민생안정팀이 의기투합해 박만근의 실체를 밝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오만과 편견’은 한열무(백진희 분)의 동생 한별이 납치 사건을 중심으로, 이에 얽힌 화영 그룹의 비리를 파헤치는 민생안정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된 마지막 방송분에서는 한별이 죽음과 어린시절 함께 납치되어 죽음을 면한 강수(이태환 분)가 연관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최광국(정찬 분)이라는
이름 뒤에 자신을 숨기고 산 박만근의 민낯이 드러난 것.
◆ 수갑 찬 박만근의 미소가 의미하는 것 이날 그려진 마지막 공판에서 최광국, 박만근(정찬 분)은 “나를 잡을 수 있으면 잡으라”며 “죽어가는 아이를 바라본 게 죄가 되냐, 죄가 된다면 죄목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나를 잡을 테면 잡아봐라.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박만근이 과연 나 한 명 일까?”라고 물으며 배후 세력이 존재함을 암시해 공포를 안겼다.
재판을 위해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과 반목하며 홀로 칼을 갈아온 문희만은 아이를 죽이라고 지시하는 최광국의
목소리가 담긴 죽은 빽곰의
녹음기를 증거로 제출하며 촤광국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최광국은 한별이 살인교사죄로 징역 20년 형에 처해졌다.
한별이 사건 진범의 정체를 쫓아왔던 민생안정팀은 결국 진범 최광국의 죄를 법정에서 입증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성공이 진정한 성공일까? ‘오만과 편견’은 상징성이 강한 사건들을 극에 등장시키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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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오만과 편견' | |
하지만 아쉽게도 박만근의 배후와 화영그룹의 비리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언급도 없었다. 어떠한 연유로 박만근이 악행을 저질렀는지, 무슨 관계로 얽혀있으며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 뜻하지 않게
뺑소니 사건에 연관되어 화영그룹의 비리에 일조하게 된 정창기의 이야기 역시 싹둑 잘려 미처 다 풀지 못한 듯한 인상을 남겼다.
◆ 문희만, 입체적으로 완성시킨 명품배우 최민수 사건을 파헤치는 중심에는 부장검사 문희만(최민수 분)이 있었다. 드라마 내내 시청자들은 문희만의 정체에 고개를 갸웃했다. 문희만은 선당인지 악당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속내를 숨기고 최진혁을 지휘했다.
최민수는 지난해 12월 말 열린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마지막회를 보고나서 그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는 배역과 작품이 갖고 있는 무게감 때문에 그러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희만이라는 역할은 상당히 묵직했다. 그리고 자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 제대로 알고 연기하는 최민수라는 배우를 만나 다행이다.
사실 ‘오만과 편견’의 남,녀 주인공인 최진혁과 백진희가 키스씬 이외의 장면에서 큰 역할을 해주지는 못했다. 큰 사건을 일궈가는 구동치(최진혁 분)와 한열무(백진희 분)가 극에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해 문희만이 최광국, 이종곤(노주현 분)과 팽팽하게 이루는 긴장감에 힘을 보태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민수는 문희만 검사를 입체적으로 완성시켰다. 드라마가 시작할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최민수는 “머리가 좋아야 우리 드라마를 이해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오만과 편견’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여러 크고 작은 사건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무수한
퍼즐 조각으로 구성된 복잡한 드라마였다. 그 중심에는 문희만이 있었다.
자칫 마지막회에만 깜짝 등장하고 사라질 수 있는 중견 역할이었지만 최민수는 매 회, 장면마다 모든 감정에 조심스레 접근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구동치와
아버지가 얽힌 사건에 대해 알면서 그를 보호하고자 뱃머리를 거칠게 선회하는 장면이나 이종곤과 팽팽하게 이루는 장면, 또 화영그룹과 박만근의 뿌리 깊은 악행에 대해 내다보면서 큰 일을 위해 작은 일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악한 본성을 보여주는 장면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도 냉철하고 이성적인 문희만 검사의 디테일한 감정을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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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오만과 편견' 최민수 | |
◆ 문희만의 안경이 의미하는 것 이날 방송된 마지막회 방송분 말미에 문희만은 수갑을 차고 호송 차량으로 걸어가는 박만근은 문희만을 향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문희만은 재판을 마치고 차에 올랐고 이때 뒷
자석에서 박만근의 수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희만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자리한 수하를 발견하고 죽음을 직감한다.
이 때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태연하게 “오늘 늦을 거 같아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요”라고 말하며 태연히
의자를 뒤로 젖혔다. 이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 될 명장면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물론 최민수의 호연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죽음과 마주한 순간 그는 죽음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화로운 얼굴로 죽음을 기다렸다. 그렇게 문희만은 극에서 퇴장하는 순간까지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민수는 문희만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늘 안경을 착용했다. 사건에 다가갈 수록 안경을 추켜올렸고, 갈등할 때에는 안경을 벗었다. 안경 너머 진실을 숨기고 있는 듯한 알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그렇게 죽음을 앞둔 문희만은 비로소 안경을 벗어 던졌다. 특히 최민수는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 안경을 문희만의 안경을 쓰고 등장하기도 해 최민수가 안경을 배역의
오브제로 사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최민수가
자동차에서 죽음과 마주하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겼다. 20년 형을 선고받은 박만근은 미소를 지으며 호송되었지만, 비리를 밝혀 수갑을 채운 장본인인 문희만은 죽음을 맞아야 했다. 이 장면이 인상적인 이유는 연출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녹아있기 때문. 연출은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우고자 했던 문희만이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 담긴 기획 의도를 최민수는 완벽히 이해하고 소화했다.
그렇게 문희만이 죽음을 맞이하고
카메라는 검찰 내부를 향했다. 검사실과 부장실 등 내부곳곳을 비추더니 민생안정팀 단체사진을 비추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3년 후,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로 재회하는 구동치와 한열무의 모습이 비춰졌다. 하지만 이 장면은 다소 아쉬웠다.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 사이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남,녀 주인공의 해피엔딩이 자연스럽지 않았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는 강렬한 결말을 마주하고 혼란에 빠질 시청자들을 어우르고자 하는 제작진들의 의도인 것으로 추측된다.
‘오만과 편견’이 시작되기 전 제작발표회에서 “진짜 검사들의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 같이 엔딩 또한 진짜 검사 드라마처럼 마무리 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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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오만과 편견' | |
◆ 장항선·손창민·최민수가 입증해 낸 지상파 수사극의 가능성 지상파 미니시니즈 드라마는 남,녀 청춘 스타들이 출연하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지승전
연애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애 이야기는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연애 이야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복제를 일삼으며 무분별하게 전파를 타는 드라마와 낮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키스씬, 배드씬 등을 삽입하며 억지 전개를 펼치는 일부 드라마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오만과 편견’은 월화드라마로 전파를 탔지만, 최민수, 손창민, 장항선 등 중견 배우들이 극을 이끌었다. 손창민은 20년 후배 이태환과
호흡을 맞췄다. 양아치, 변호사, 또 비리를 지닌 인물의 면모를 드러내면서도 강수(이태환 분)를 향한 죄책감과 연민의 감정을 잘 살렸다.
장항선은 남,녀 주인공의 아버지 역할을 맡으며 극에 미미한 존재감을 드러내왔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최진혁을 지근거리에서
서포트하며 관록 있는 형사 역할을 완벽히 했다. 중견 배우들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극을 이끌며 웰메이트 수사극을 완성시킨 1등 공신이다.
‘오만과 편견’은 지상파 수사극의 한계를 극복하며 가능성을 제시한 수사극으로 호평을 받았다. 또 월화극 시청률 1위로 막을 내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편 ‘오만과 편견’ 후속으로 장혁, 오연서, 임주환 주연의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방송된다.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로맨스 사극으로 고려 초기 때 저주 받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던 불운한 황자 왕소가 우연히 다른 나라의 빛이 될
운명 때문에 죽임을 당할 뻔한 발해의 공주 신율을 만나고, ‘하룻밤
결혼’이라는 인연을 맺게 된 이후 벌어지는 애틋한 러브스토리다. 오는 19일 첫 방송 예정.
이이슬 기자 ssmoly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