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 카페쓸친구들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은평구의 지역정당 은평민들레당 대표 나영입니다. 오늘은 혁신파크를 지키기 위해 점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카페 쓸의 친구들로서 발언하러 이 자리에 섰습니다. 카페 쓸은 현재 서울시와의 명도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서울시는 호화 로펌을 동원한 자본의 힘으로 카페 쓸과 서울혁신파크라는 공간을 지키고자 하는 작은 마음들을 밀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7월 24일 판결에서 패소하면 카페 쓸은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누리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평화로운 공간, 그래서 숨통이 좀 트이는 아름답고 여유로운 혁신파크가 부숴지고 짓밟히고 빼앗기게 될 지도 모릅니다.
장기적인 계획 없이 일단 건물을 마구잡이로 부수는 철거는 혈세 낭비이자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행위이며,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이 걸린 중대한 문제기도 합니다.
혁신파크 한가운데 자리한 미래청의 경우, 모든 혁신가들을 내쫓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용을 막았던 건물을 은평구의 여러 관공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은평구 시설관리공단, 은평세무서, 은평구청 등 모든 은평구의 입주 관공서는 길어야 2년도 되지 않는 계약을 맺고 미래청에 임시로 입주했습니다. 서울시의 철거 및 개발 사업 착공 전까지만 사용하는 것으로, 서울시의 철거 계획을 원활하게 하고, 민원을 줄이는 데 은평구가 나서서 손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청이 어쨌든 공공이라는 탈을 쓴 ‘관'의 건물이 되었지만, 이전처럼 미래청 1, 2층의 공간을 24시간 개방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민들의 휴식과 담소, 토론과 소통의 공간이었던 미래청의 내부 공간은 여전히 서울시의 통제와 허가 하에만 일부 사용이 가능할 뿐입니다. 이런 것이 공공성이라 할 수 있습니까?
서울시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서 재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서울혁신파크는 갑자기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상업 공간으로 변질되고, 시민들이 사랑하는 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공간이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을 위한 공간으로 속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울혁신파크가 특정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공공성을 포기하고 개발업자에게 팔아넘겨지는 것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계획 없는 건물 철거 역시 단호히 반대합니다.
서울혁신파크는 수많은 혁신가와 창작자의 실험실이자 공론장이며, 서울시민들이 사랑하는 휴식 공간으로 서울에서 흔치 않은 공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또 서울혁신파크의 철거 예정 건물들은 옛 질병관리본부의 부지로 서울의 근현대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개발 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기존에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혁신센터와 입주단체를 내쫓는 것엔 어떤 정당성도 없습니다. 서울시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혁신파크를 일부러 비워두고, 시민들이 지금도 매일같이 드나드는 공간을 폐허로 만드는 철거작업을 선행해 개발을 정당화하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는 건물 철거 시에도 시민들이 피아노숲 등 다른 공간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2023년 10월 말, 입주단체의 입주 기간이 종료되기도 전에, 미래청 1~2층의 공용 공간에 있던 대량의 멀쩡한 가구를 시민들이 보란 듯이 던지고 부수고 폐기했습니다. 여러 시민이 목격한 가구 폐기 현장은 누가 봐도 위협적이었습니다. 건물 내 가구를 철거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건물 철거를 시작하면 어느 누가 그곳을 안전하다고 여기며 이전처럼 여가를 즐길 수 있겠습니까?
서울시는 닫혀있는 파크의 모든 공간을 당장 개방해 이전처럼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시민들과 제대로 소통해 임시운영방식을 다시 결정하십시오.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시민의 여가공간을 빼앗는 강제철거 당장 중단하십시오.
카페 쓸, 그리고 서울혁신파크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시민, 활동가, 자영업자, 예술가들은 지난 5월 26일 카페 쓸이 서울시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는 명도소송이 있은지 200일을 버텨낸 기념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춤을 추지 - 쓸 포에버 파티’를 열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6월 16일 두 번째 파티를, 오는 7월 28일과 29일 양일에는 세 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춤을 추지 - 쓸 포에버 파티>를 엽니다. 이제까지 500여 명의 주민, 시민, 활동가, 예술가들이 은평구의 작은 카페 쓸에 모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쓸의 친구들’은 이 춤이 멈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대자들과 연결되어 춤추며 싸울 수 있도록 7월 28, 29일에 부디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