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매우 쉽다. 시체에 절대 손을 대지 않는 마사이족 청년이 물 한 바가지를 덮어 쓰고 세례를 받더니 바로 시체에 손을 댄다.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시체를 만지지 않는 마사이족이 쉽게 시체를 운반한다. 실제로는 쉽지 않다. 교회에서 그 마사이족 청년을 먹여살려야 한다.
이발소 그림에서 그림으로, 뽕짝에서 음악으로, 아카데미 그림에서 인상주의 그림으로, 주제의식, 교훈, 감동의 영화에서 스릴러, 서스펜스, 스펙타클, 서프라이즈 영화로 방향을 전환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종교를 바꾸는 일만큼 어렵다. 보수가 진보로 바뀌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에너지 연결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보수였는데 말로 설득되어 진보로 바뀌었다면 그 사람은 애초에 보수가 아니다. 주변의 영향을 받아 보수를 연기했을 뿐이다. 진보가 보수로 바뀌는 일은 쉽게 일어난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보수가 된다. 에너지 고갈은 흔히 일어난다. 반대로 보수가 진보되려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어겨야 한다. 갑자기 에너지가 생기는 일은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바울이 예수를 만난 셈이다. 그것은 외부 환경과의 운명적인 만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열린계에서 가능하다. 어린이에게는 가능하다. 고아 소년이 양부모를 만난다거나 좋은 스승을 만난다거나 하는 일이다. 능동적으로는 불가능하고 수동적으로만 가능하다. 만나고 싶어도 상대가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