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타자
교회에서 성가대 분들과 식사를 하며 성경이야기를 나누다가 ‘성경 타이핑’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예전에도 성경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손으로 쓰는 것은 더욱 은혜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며, 어머니가 성경 필사를 하시는 것도 본적이 있었기에, 나도 한 번 도전을 해보았으나 창세기 3장까지 썼었던가. 그리고는 포기하고 말았다.
차선책으로 타이핑 생각도 해보았다. 성경을 독서대 위에 올려놓고 워드로 찍어 가는데, 이것 또한 문제다. 우선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으며, 또한 그 복잡한 인명이나 지명 같은 것이 나오면 워드는 영락없이 빨간 줄을 그어 가는데, 실제로 오타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던 중 성경 타이핑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구글 검색창에서 ‘성경 타자’라고 찍어보았더니 곧바로 ‘CTM 성경 타자 통독(http://www.ctmbible.net)’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하고 들어가 보았더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잘 되어있다. 정말 훌륭하다. 각 줄마다 타이핑을 칠 수 있고 오타가 있으면 곧바로 빨갛게 체크가 되며, 각 장마다 저장할 수 있어 꾸준히 계속할 수가 있다.
한글성경만이 아니라 쉬운 성경, 영어성경까지 구비되어 있으며, 나아가 순위목록까지 볼 수 있게 되어있으니, 여러가지 의미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신앙생활을 했다고는 하나 부끄럽게도 처음으로 성경책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순차적으로 통독한 것은 서른이 되고나서 였다. 당시에는 요나서를 읽고서는 그 깊은 심리묘사에 대하여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성경타자를 치니 참으로 놀라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다. 아마도 성경타자를 통한 처음 통독할 때가 아니었을까 한다. 구약 창세기부터 말라기까지를 마치고 이제 신약 마태복음을 치는데 새로운 경험을 했다. 몇 개월 동안 구약에 빠져 있다가 신약을 접하자 분명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복음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그 신약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니 실제로 구약에서 신약까지 약 400년이라고 하는 공백기를 거치고 예수님을 맞이한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충격은 얼마나 컸을까. 나 자신도 만약에 2천년 전 이스라엘에 있었더라면 어쩌면 예수님을 배척하고 핍박하는 입장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이어서 성경타자 통독회수가 거듭함에 따라서 혼재되어 있던 성경이 체계적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말씀을 전하는 데에 있어서도 크나큰 밑걸음이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