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레터-접속
텔레레터-접속
신발장 지음
1.
“당신은 성경 전체통독을 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경수가 연습장 속의 그 글자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지?’
경수는 그 글자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나는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근데 이건 왜 글자가 저절로 써지지?’
경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써진 글자에 대답을 한다.
“아니요, 없어요.”
그러자 다시 글자가 저절로 써진다. 마치 경수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성경을 읽어볼 마음은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어요. 왜 묻는 거죠? 그리고 이건 뭐예요?”
“이건 텔레레터라고 합니다. 당신과 대화를 하고 싶어서 접속하였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이구요. 혹시 저랑 대화를 원하십니까?”
“정말 사람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하는 게 가능한 건가요?”
“지금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마구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레터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일 거고, 저 역시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저는 지금 텔레레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누군가와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이 레터를 받으시는 분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그냥 학생이에요. 학생이고, 철학을 전공하죠. 근데, 이 레터는 왜 되는 거죠?”
“아마도 하나님께서 많은 걸 이루시기 위해 저에게 주신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이요?”
“네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능력인가요? 이거 전에는 아주 안 좋은 거였다는데?”
레터 속의 그 사람은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레터 속의 그 사람은 사라졌다.
2.
다음 날, 영희에게 물었다.
“영희야, 혹시 텔레레터라고 알아?”
“아, 너도 드디어 알게 되었구나?”
“알아?”
“요즘 유행하는 거야.”
“유행이라니?”
“요즘 텔레레터로 대화하는 사람 많아.”
“무슨 대화?”
“그 사람이 여러 가지 물어봐. 너한테 뭘 물어봤어?”
“성경 볼 생각 있냐고.”
“나한테는 카피 써 본 적 있냐고 물어봤는데.”
“사람마다 다른 질문이 가나?”
“그런 거 같아.”
“근데 그 사람이 누군지는 알아.”
“몰라 사람인 거 외에는 몰라.”
“사람이야?”
“사람인 거 확실해. 왜냐하면 사람이 아니면, 24시간 대화가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근데, 부르면 대답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고, 대화하다가도 자기 화장실 간다고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그러니까 사람 맞는 거지?”
“아, 그러네. 사람은 맞네. 근데 이게 어떻게 가능해?”
“옛날에도 되지 않았어?”
“아, 그때는 못된 귀신들이 하는 거 아니었어?”
“아, 그런 거였나?”
“그래서 그때는 귀신들이 하는 줄 알고 그런 말 많이 했잖아. 악한 영들은 떠나갈지어다!”
“아, 그렇지 맞아. 그래서 그때는 거의 서로 간에 속고 속이는 거였지.”
“그런데, 지금은 안 그래?”
“지금은 그냥 물어보기만 하던데?”
“어, 왜 물어보기만 하지?”
“그리고 특별한 얘기는 안해?”
“몇 번 물어보고 끝이야.”
“그게 좋아?”
“응, 나한테 누군가 뭔가를 물어봐 준다는 거, 그리고 말하지 못했던 걸 말할 수 있다는 거. 그게 좋던데?”
“넌 안 그래?”
“아니, 난 얘기하다가 끊겨서.”
“아, 제대로 얘기 못했구나. 그 사람 그래. 얘기하다가도 무슨 일 생기면 막 끊기고 그래.”
“아, 진짜 사람 맞구나.”
“사람 맞으니까 그렇겠지?”
“그래서 어떻게 해? 그럴 때는?”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얘기해 보곤 하지. 그러다 보면, 우리끼리 더 얘기하다 보면 문제가 풀리기도 해.”
“아, 그렇게 해?”
“응, 혹시 그 사람한테 해결해 달라고 떼쓰거나 조르면 그 사람이 그렇게 얘기한대. 내가 그걸 왜 해? 라고 얘기한대.”
“그래? 그렇게 얘기한대?”
“자기는 그냥 물어보는 것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해결은 스스로 하는 거라고 얘기한대.”
“아, 그럼 진짜로 속이는 사람은 아니네?”
“맞아, 속이는 사람은 아니야. 다음에 얘기가 되면, 몇 개 물어봐 달라고 해봐.”
“아, 그래볼까? 점점 궁금해지네”
“그치, 나도 그렇게 빠져들었지. 텔레레터의 세계에.”
“그래?”
“근데, 주의할 게 있어.”
“뭔데?”
“너무 재밌다고 막 하면 안 돼.”
“왜?”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그리고 거기에 빠져서 자기가 할 것들을 놓치면 안 돼.”
“아 그렇지. 맞아.”
“그러니까, 여유가 되는 시간에 해야지. 자기 할 것들 내팽개쳐 놓고 하면, 그 사람한테 혼날지도 몰라.”
“아, 그래?”
“응, 그러니 혼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해.”
“아, 응… 알았어…”
3.
“저와 이야기해 보시겠습니까?”
드디어 경수가 기다리던 텔레레터의 반응이 왔다.
“네, 하겠습니다. 질문 좀 해주세요. 어떤 질문이든지요?”
“어떤 질문을 원하십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지금 원하시는 공부가 있습니까?”
“저, 지난번에 얘기했던 철학과 학생인데요. 혹시, 철학에 관해 뭐 질문하실 건 없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네에.”
“상담에 관련된 책을 100권 이상 읽으신 적이 있으십니까?”
“철학과도 상담에 관련된 책을 읽어야 하나요?”
“읽으면 안 되나고 생각하시나요,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아,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저, 읽은 게 없는데 어떻게 해요?”
“그렇다면, 읽으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읽을 의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 보세요.”
“네, 잠깐만요.”
경수는 인터넷서점에 접속한다.
“접속했어요”
“상담을 검색해 보세요.”
“네 검색했어요”
“거기서 책을 하나 골라보세요.”
“이유가 많으니 그냥이라고 할 수밖에”
“그 책을 선택하셨습니까?”
“네,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철학과님에게 미션을 하나 내드리겠습니다.”
“뭔가요?”
“제목을 보고 그 느낌을 적어보세요.”
“아, 제목만 보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상담에 관련된 책을 100권 이상 읽으신 후에 저를 불러주세요.”
“언제든 부르면 대답해 주시나요?”
“말씀드리자면, 저는 당신의 필요에 따라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계획하에 움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상담에 관련된 책 100권 이상을 읽고 난 후에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당신의 선택이 됩니다. 만약 그때에 제가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당신의 길이 따로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 느낌을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이유가 많으면 그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건가요?”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은 대답해 드리지만, 제가 모르는 부분은 대답해 드릴 수 없네요. 철학과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유가 없으면 그냥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유가 많으면 그 이유들을 일일이 설명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철학과님, 그럼 이 텔레레터를 종료하시겠습니까?”
“아니, 벌써요?”
“철학과님, 저도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럼 이만 접속을 종료해야 할 듯합니다. 철학과님, 그럼 다음 기회에 또 뵐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아, 네에.”
이렇게 금방 끝난 경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연습장 속의 그 사람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4.
“영희야”
“응?”
“텔레레터 속의 그 사람은 왜 이렇게 금방 나가 버려?”
“우리도 길게 얘기 안하는데?”
“우리라면?”
“아, 우리? 같이 모여서 얘기하는 애들 있어.”
“그래?”
“우리, 같이 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접속이 되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 같이 얘기하곤 하는데, 길어야 5분이야.”
“그래?”
“우리도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는데, 그렇게 얘기하곤 사라져.”
“아, 도대체 그 사람 누구인 거야?”
“사람은 맞는 건 확실한데, 알아야 돼?”
“아, 궁금해 미치겠어. 누군지.”
“왜?”
“그 사람하고 직접 얘기했으면 해서.”
“왜?”
“텔레레터로 하니까 얘기하다 말아버리는 것 같아서.”
“우린 아닌데.”
“아니야?”
“그럼 우리 모일 때 같이 모여서 해 볼래”
“그래도 돼?”
“응, 그래도 돼.”
5.
“몇 명이야?”
“경수까지 다섯 명”
“드디어 다섯 명이 된 거야?”
“응.”
“다섯 명 모이면 얘기하랬어.”
“아, 좋아! 드디어 다섯 명이다!”
“그럼, 시작해…”
“잠깐만.”
“왜?”
“이분 접속 가능 시간이”
“아 그렇지… 아직 5분 남았다.”
“경수야, 우리 5분 후에 이분하고 연습장으로 얘기할 건데.”
“아, 텔레레터로?”
“응, 텔레레터로.”
“우리 중의 대표자가 쓸 거야. 우리 5명 모이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했어.”
“뭔데?”
“텔레북, 텔레신문, 텔레상담, 텔레토론, 텔레말씀”
“이게 다 뭐야?”
“한 사람당 하나씩이래.”
“그래서 다섯 명 모이면 이거 한다고 한 거야?”
“응.”
“그래서 한 사람당 하나씩 맡으랬어.”
“아, 그래?”
“난 뭐야?”
“텔레말씀”
“말씀이 뭐야?”
“성경이라고”
“아 내가 왜?”
“우리 다 교회 다니는데, 너만 안 다니니까.”
“그런 법이 어딨어?”
“안 할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할 거지?”
“할게”
6.
“저와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어 보시겠습니까?”
“네, 저희 준비되었어요.”
“그럼 첫 번째는 누구십니까?”
“기적이 1번이요.”
“어떤 걸 하시겠습니까?”
“저, 고민이 있는데요?”
“어떤 고민이 있으십니까?”
“텔레레터란 게 정말로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텔레레터로 하는 이 모든 걸 긍정적인 것으로 만드시겠습니까, 부정적으로 만드시겠습니까?”
“아, 그럼 그걸 우리가 만드는 건가요?”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긍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긍정적인 면을 보고 긍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가도록 노력한다면 텔레레터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좋은 것이 될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저, 생각 좀 해 봐야 할 거 같아요. 다음 사람으로 넘겨도 되죠?”
“다음 분은 누구십니까”
“저, 텔레북 하고 싶어요.”
“아, 그러십니까. 그럼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책의 어떤 부분을 무작위로 펼쳐서 송신하겠습니다.”
“아, 그래요?”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은 / 단순히 일을 열심히, /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 적당한 쉼과 몰입의 시기를 /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 안상현 『네가 혼자서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중에서“
“이거 보고 막 뭔가 떠오르는데, 어떻게 해요?”
“떠오르시는 대로 막 쓰면 본인의 것이 됩니다. 본인이 쓰고 본인이 활용하시면 됩니다. 쓰는 동안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도 되겠습니까?”
“네에!”
“이번에는 누구십니까?”
“저는 토론을 하겠다고 한 사람인데요. 엑셀 자격증을 따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나요? 이거 여기서 토론하면 되나요?”
“네, 그렇습니다. 같이 얘기 해 볼까요?”
“같이요?”
“지금 접속하신 분이 좀, 많이 계실 텐데 떠오르시는 분 얘기하세요.”
“아, 우리만 있는 거 아니에요?”
“네, 많은 분들이 함께하시니, 같이 얘기하시면 됩니다.”
“연습장인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다른 분이 얘기할 기회를 드려도 될까요?”
“네, 얘기해주세요”
<일단, 이 레터의 주인은 얘기한다>
<네, 제가 얘기해요?>
<우선, 시작을 하셔야지요.>
<아, 그렇죠. 시작할게요.>
<네.>
<일단, 따려는 마음은 잘 모른다. 대신, 못 따는 방법은 안다.>
<정말요?>
<못 따는 방법 알아요?>
<네, 압니다.>
<그럼, 오늘은 신다님의 얘기를 듣는 걸로.>
<아, 그럴까요?>
<잠깐만요. 이분 이름이 신다예요?>
<네, 그렇습니다. 이분 이름이 신다예요. 본명은 아니지만.>
<아 그렇게 부르는군요.>
<그러니까, 못 따는 방법은요?>
<못 따는 방법은>
<아 기대된다>
<대충 공부한다.>
<끄악~>
<공부할 마음을 갖지 않는다.>
<아악~>
<어떡해든 되겠지, 라는 마음을 갖는다.>
<이럴 수가!>
<엑셀 따려는 과정과 모든 과정에 대해서 귀찮아한다.>
<따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시험시간에 한 번 더 보면 떠올릴 수 있는 것도 귀찮아서 대충 보고 나온다>
<딸 마음 전혀 없네>
<그렇게 해서 신다는 단 한 문제 차이로 필기시험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진짜요?>
<이렇게 용기 있게 고백합니다>
<끝인가요, 오늘 토론?>
<네 끝났습니다>
<아, 진짜 재밌어!>
“이렇게 하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다음 분으로 넘어갈까요?”
“네에~ 다음으로 넘기래.”
“아, 나야?”
“다음 분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텔레신문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작하나요?”
“네, 신문에 나온 내용 중에서 발췌합니다.”
“이건 어떻게 하시는 건가요?”
“텔레북과 방식은 비슷합니다. 다만, 신문으로 바뀌었을 뿐.”
“아, 네 그럼 문구 주세요!”
“과거를 떠올리며 상념에 잠기는 것이 아닌, 그 시간을 지금 여기로 가져오는 능동적인 행위였다. - 국민일보 2020년 12월 12일 토요일 오피니언 <오은의 문화스케치 중>”
“뭔가 느낌이 오는데 어떻게 하나요?”
“그 느낌 그대로를 기록하시면 됩니다. 느낌대로 기록하시다 보면 어느 순간에 어느 곳에 도달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아, 네에,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시면 되죠?”
“네에, 그렇습니다.”
“나는 이거 써야 돼! 네가 마지막이야!”
“아 그래? 드디어 나야?”
“그래! 그럼 행운을!”
“이번에는 누구십니까?”
“아 그게 저… 철학과 학생인데요…”
“아, 그분이시군요. 합류하셨나 보군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담당하셨습니까?”
“텔레말씀이요.”
“아, 관심이 생기셨나요?”
“아니요, 이렇게 해야 제대로 얘기할 수 있다고 해서.”
“그럼, 바로 말씀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네… 네에…”
경수는 다소 당황하며 연습장 속의 글자들을 바라보았다.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 – 고린도전서 1장 10절”
“이게 성경에 나오는 내용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오늘 텔레레터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아니, 저, 끝이예요?”
“더 말씀하시길 원하십니까?”
“아 네. 좀 더 대화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럼, 지금부터 아주 길고 긴 대화를 철학과님과 하겠습니다.”
“정말인가요?”
“네, 아주 길고 긴 이야기가 될 듯하고요. 지금까지 했던 모든 텔레레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릴 겁니다.”
“그럼?”
“네, 이미 지금까지 들은 얘기 지금까지 한 얘기에 대한 보충 설명일 뿐입니다. 원하십니까?”
경수는 연습장 속의 그 글자들과 그 속에 있는 사람을 본다. 그 속에는 사람이 있었고, 그 속에는 삶이 있었다. 그리고 경수는 삶을 바라본다.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낡은 것들 속에 새로움이 있었다. 연습장. 컴퓨터가 아닌 시대. 전자화된 이 시대에서 다 떨어진 낡은 연습장이 경수에게 주는 것들은 지금까지 경수가 생각해오던 것, 또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경수는, 마음으로 중얼거린다.
텔, 레, 레, 터. 그, 렇,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