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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뚱이와 삐딱이(가제)
-도리와 아리
영원할 줄 알았어요.
좔좔 윤기 나는 깃털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곡선을 가진 주둥이.
새까만 눈. 우아한 걸음걸이
이 구역,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수영 실력.
태어나면서부터 남달랐던, 집안의 자랑이었던 도리는 소년이 된 지금도 남다릅니다.
남과 다르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어어어어어어. 오리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끼이이익
깜깜한 세상이 됐어요. 조금 전 만 해도 해가 하늘 높이 떠 있었거든요.
잠깐 한 줄기 빛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도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배고픔에 길바닥에 달콤 향기가 나는 갈색 알갱이를 먹었을 뿐인데요.
먹으면 안 되는 걸 먹었을까요?
툭. 툭. 툭.
도리의 몸이 흔들립니다.
"야야, 정신 차려. 얼른 일어나. 기절한 척 하지 말고!"
"으으으~~음"
"눈뜨고 벌떡 일어나시지. 자전거에 치여 죽고 싶지 않으면!"
"어엉?'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뭐 하는 짓이냐! 오리 망신 다 시키고 있어"
도리가 눈을 번쩍 떴습니다. 눈앞에 조작조각 갈기갈기 상처 많은 발바닥이 도리의 몸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도리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어~어어어. 너 뭐야?"
깃털이 듬성듬성 비쩍 마른 오리 한 마리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소녀 오리입니다.
"정신 들었으면 얼른 갈대숲으로 내려와."
카랑카랑 한 목소리를 가진 이 삐쩍 마른 오리를 따라 도리는 비틀비틀 따라가고 있습니다.
볼품없는 외모를 가졌지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를 가진 비쩍 마른 오리는 ‘아리’입니다.
갈대숲이 있는 강 하류에 살고 있는 아리는 이 구역에서 아주 힘이 세고 용기 빵빵해서 친구들의 어려움을 척척 해결해 주는 해결사입니다. 강으로 들어간 아리를 따라 도리도 수영을 합니다.
도리는 아직도 멍하니 정신이 없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형, 누나, 아기들까지 수많은 오리가 강 한가운데에서 수영하고 있습니다.
"어, 새로 온 오리네. 이렇게 뚱뚱한 오리는 처음 봐! 넌 이름이 뭐냐?"
도리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잘생긴 친구가 묻습니다.
"난 도리야'"
"살이 많이 찐 것 보니 집오리로 살았구나. 날 수는 있니?"
"음..... 조금, 조금은 날 수 있어?"
"날지 못하면 우리랑 함께 다니기 힘들겠는데."
잘생긴 오리는 도리의 몸을 쓱 쳐다보고는 다른 친구들에게 빠른게 헤엄쳐 갑니다. 물결의 흔적만 남기고요.
도리는 고개가 푹 숙여졌어요. 이곳에서도 뚱뚱하고 쓸모없는 오리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물속의 발만 쳐다보고 있는데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립니다.
"처음 보는 친구네. 수영을 참 잘하는구나! 반가워.”
고개를 들어 부드러운 목소리의 오리 아줌마에게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리라고 합니다."
"인사성이 좋은 친구네. 목소리도 좋고. 내 이름은‘구나'야.
갈대숲이 지금처럼 아주 넓어지기 전부터 여기서 살았지. 다른 곳에 다녀봐도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는 것 같아. 여기서는 다들 나를 '아리 엄마'라고 불러. 딸 아리가 아주 유명하다 보니. '도리'도 그렇게 불러."
“네, 감사합니다.”
도리는 갑자기 신이 납니다. 아리 엄마에게 수영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잖아요.
‘나도 잘하는 게 있단 말이지!’
너무 기분 좋기도 하고 쑥스러워 살짝 고개를 숙였는데 물에 비친 도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눈도 입도 슬며시 웃고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밉게 생긴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리 엄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오리 같아요. 도리는 아리가 어떤 친구인지 궁금해집니다.
-도리 이야기
도리는 며칠 전, 집을 떠나왔습니다.
아주아주 커다랗고 동그란 달이 뜨는 날에요. 농장 식구들은 모두 잠들었지만 도리는 구석에서 훌쩍훌쩍 울다 달을 뜨는 것을 보았습니다.
도리가 어렸을 때 처음 들은 칭찬이 잘 먹어서 ‘예쁘다.’였어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는 도리가 먹이를 먹을 때마다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농장에서 제일 많은 알을 낳는 암탉 아줌마와 칠면조 아줌마도 한 마디씩 하곤 했지요.
"오물오물 꼭꼭 씹어 먹는 저 주둥이 봐봐. 이 농장에서 최고가 아닐까요?'
"정말 예쁘게 잘 먹네. 도리 먹는 걸 보니 나도 먹고 싶어지는데요.”
"내가 가져온 음식도 줘봐요. 먹는 모습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아이네요!"
칭찬이 듣고 싶었던 도리는 배가 불러도 열심히 먹었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도리는 먹는 게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닙니다. 칭찬을 많이 먹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렇게 많이 먹다 보니 뚱뚱한 소년이 되었습니다. 도리가 거대한 몸집으로 뒤뚱뒤뚱 걸으면서 형제들과 이웃들의 놀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는데 큰 형이 다가와서 말을 합니다.
"도리, 잠깐만 그대로 있어봐. 부리가 근질근질하네"
덩치 큰 첫째 형이 도리의 목덜미를 오른쪽 날개로 눌러요. 물컹물컹 살이 많은 도리의 몸을 주둥이로 콕콕 찌르고 나서 잘근잘근 씹어요.
"히야~이제 괜찮네. 자고 일어나니 주둥이가 찝찝했어. 너는 살이 많아서 아픈 걸 잘 못 느끼지? 아침마다 너를 찾아올게."
"아냐. 내가 먼저 찜했다고. 도리 형의 몸은 쿠션이야. 내 전용 쿠션. 잠잘 때 정말 편해"
"도리 오빠는 점점 갈수록 못생겨지고 있어. 살이 겁나게 쪘어. 같은 형제라는 게 창피해서 같이 다니기 싫어.”
도리 형과 동생들은 한 마디씩 합니다.
"너네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니? 도리는 사랑스러운 아이야."
아침부터 형제들의 목소리가 시끌시끌했는지 엄마 옹골찬이 밖에서 쫓아 들어와 도리를 품에 안으며 형제들을 나무랍니다.
“엄마는 참.. 그냥 장난 좀 쳤을 분이에요. 도리 몸이 포동포동 물컹물컹 느낌이 좋다고요.”
도리는 자신의 몸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을 듣고 있어야만 할까요? 환하게 잘 웃던 도리는 언제부터인가 말이 없어지고 고개만 숙이고 땅만 쳐다보고 다녔어요. 화도 내지 못한 채 그들의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하면서.
"안녕하세요. 수탉 아저씨."
"오, 그래그래. 옹골찬네 식구 중에 가장 거대한 몸을 가진 도리구나. 수영하러 가니? 더 살이 찌면 안 되겠지만. 괜찮아. 괜찮아 너무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어.”
도리는 마음속으로 이야기합니다.
‘누가 물어봤나요?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지요? 내 몸에 대해 그만 이야기하면 안 되나요? 수영은 여전히 잘하거든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도리는 이 농장에서 자신만 못나 보입니다. 모두 평범하고 예쁜데 자신만.....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한 것 같아 친구들, 농장 식구들의 얼굴을 보기가 두렵습니다. 눈을 들어 정면을 볼 수도 하늘을 볼 수가 없어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갈수록 땅만 보고 걷는 시간이 더 많아집니다. 그래도 먹는 걸 멈출 수 없어요. 이미 먹는 즐거움을 알아버렸는걸요.
저 멀리서 암탉과 칠면조 아주머니가 머리를 맞대고 도리를 흘깃 보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 옆에 칠면조 아기들이 밥을 먹고 있다가 도리와 눈을 마주치니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눕니다. 도리의 몸을 놀리고 있겠지요. 도리는 아기 칠면조 옆을 지나가다 작은 뾰족한 돌멩이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꽈당.
뒤뚱뛰뚱 거대한 무게에 어찌하지 못하고 도리는 땅으로 꼬구라졌습니다.
넘어지면서 아기 칠면조의 밥그릇을 살짝 건드렸어요. 그릇에 담겨있던 모이들이 뒤집어지면서 도리 입 주위로 쏟아집니다.
“아니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칠면조 아줌마가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를 지릅니다. 도리가 아기 칠면조를 해치기라도 했다는 듯이 아기 칠면조를 품에 안으며 뒤뚱이 도리를 노려봅니다.
소란스러움에 농장 식구들이 줄줄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렇게 먹고도 아기들 먹이까지 뺏어 먹어야 했어! 내 그럴 것 같아서 쳐다보고 있었지.”
이게 무슨 말인가요?
도리는 얼굴이 땅에 쓸려 너무 아팠지만 칠면조 아줌마가 하는 말에 놀라 아무 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도리 엄마, 옹골찬이 와서 도리를 일으켜 세워 안아줍니다.
“도리야 괜찮니?”
조용하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로 엄마 옹골찬이 칠면조 아줌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합니다.
“아이가 넘어졌는데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 봐주는 게 먼저 아닌가요? 도리는 남의 음식에 손을 대는 아이가 아닙니다.”
엄마 옹골찬의 말에 주변이 조용해집니다. 칠면조 아줌마의 씩씩 거리는 숨소리만 들립니다.
도리는 울먹울먹 눈물이 나왔지만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합니다.
“돌부리. 돌부리에 넘어졌어요…….”
그날 밤 도리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구석에서 소리 내지 못하고 볏짐 베개에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밝은 달빛을 느끼고 농장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이야기합니다.
“내가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떠나야 할까? 울타리를 떠나면 정말 힘들다고 들었어”
달은 아무 말 없이 따뜻하게 도리의 몸을 비춰줍니다.
“뒤뚱이라고 뚱뚱하다고 놀려도 이때까지 듣고 살았는데……. 하늘 쳐다보지 말고 땅만 쳐다보면 되잖아. 고개만 숙이고 땅만 보며 살면 되는 거잖아. 내 말이 맞지?”
밝고 예쁜 동그란 달은 대답이 없습니다.
도리는 생각하고 생각합니다.
‘울타리 밖에는 나처럼 살찐 오리도 있고 마른 오리도 있고 다양한 새들이 살지 않겠어요? 처음의 나를 모르니까 불쌍하게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아. 이렇게 땅만 보며 살고 싶지는 않아.’
도리는 울타리를 넘어 넓은 세상을 가보기로 했어요. 너무 뚱뚱해서 곧 넘어질 것 같은 위태한 걸음이지만 비장한 마음을 품고 날개를 펴서 울타리를 넘었습니다
푸다닥
"에코. 아야야."
울타리를 넘다가 머리를 콕 거꾸로 박았네요. 몸이 무거워 평소에도 잘 넘어지는데, 집을 떠나는 이 순간은 멋지게 훨훨 날아 담을 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끝까지 엉망이네요.
도리는 서러움에 또 눈물이 납니다.
‘내가 없어진 걸 알면 형과 동생들, 농장 가족들은 좋아하겠지.
엄마는……. ’
엄마를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형제들과 농장 식구들의 괴롭힘에 견디기 어려웠던 도리는 그렇게 아주아주 커다란 보름달이 뜬 날 농장을 떠나왔습니다.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걷고 또 걸으며 푸다닥 날기도 하며 논에서 울타리를 넘은 첫째 날을 보내고 도로를 건너고 마을로 이어지는 감나무밭 개울이 있는 곳에서 둘째 날을 보내며 강이 흐르는 갈대숲 옆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세쨋날 아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리와 아리네 가족은 갈대숲의 갈대의 키가 지금보다 작을 때부터 가족들과 터를 잡고 살아왔어요.
아리는 깡말랐지만 정말 힘이 세답니다. 갈대숲 많은 오리 중에서 아리가 두각을 나타낸 건 바람이 아주 거세게 불고 폭풍우가 쏟아진 날이었습니다. 강의 작은 돌들이 물속으로 숨어버렸어요. 갈대숲에 비밀 요새처럼 만들어 놓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물에 쓸려갔어요. 부러진 나뭇가지와 꺾어진 풀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흙탕물 이 잠겨버렸고요. 아무도 어찌할지 모르는데 아리가 먼저 정리를 시작했어요. 힘들다는 투정 없이 앞장서서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 다른 친구들도 하나 둘 함께 놀이터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은 그때의 아리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해요. 엄마를 잃은 새끼들을 찾아 먹이를 주기도 하고 몸이 아픈 동물을 만나면 응급처치를 하고 치료를 잘하는 오리 의사에게 달려가 모셔오기도 하지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참 멋있는 아리입니다.
그런 아리에게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입이요. 입이 거칠어요. 행동은 빠르고 멋있는데 말이 투박해요. 화가 나면 잘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몸을 밀어붙이며 싸움부터 합니다.
아리는 친구들과 싸우고 나면 씩씩거리며 날개를 쫙 펴고 하늘 높이 날아 강 건너 마을을 다녀와요. 그리곤 도리에게 찾아와서 싸우게 된 이야기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합니다.
"그 돌대가리 같은 녀석이 모르면 가만히 있지. 아주 어린 동생을 세 명이나 데리고 큰 도로를 넘을 생각을 하다니!"
"그래 많이 위험했어. 그렇다고 다짜고짜 욕부터 하며 몸으로 밀어붙인 건 심했어."
"그 정도로 끝난 것에 감사해야 해. 나 정말 많이 참았어. 목을 확 비틀어 버렸어야 했는데"
아리 엄마와 아리가 갈 곳 없는 도리에게 머물 수 있는 자신들의 공간을 내주고 먹이와 친구들을 소개하고 같이 어울리게 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하였습니다. 예의 바르고 상냥한 도리는 이곳 친구들이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모두가 좋아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거칠게 말을 하는 아리는 자신에게 없는 부드러움을 성격의 도리를 보며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도리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울타리에서 겪은 일을 아리에게는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한 것이 둘 사이를 더욱 가깝게 했습니다.
아리가 입은 거칠지만 정말 마음이 여리고 착한 친구라는 것을 도리는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리가 처음부터 입이 거칠었던 건 아니었어요. 아리가 5살 되던 해에 갈대숲 강가에서 아주아주 크고 둥근달이 뜨던 날 마을 사람들은 달집 태우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바람이 순식간에 휘리릭 불어 불씨가 잠자고 있는 아리 옆에 떨어지면서 작은 불이 났었는데 그때 아리가 화상을 심하게 입었어요. 연기도 마시는 바람에 숨쉬기도 힘든 상황에서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깃털이 듬성듬성 난 것도,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것도 모두 이 사건 이후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도리는 아리를 만나 갈대숲이 있는 강에서 생활이 행복했습니다.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면 자신감도 회복하고 땅보다 하늘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친구들과 수영도 함께 하고 먹이도 같이 구하러 다녔습니다. 아리가 거친 입으로 친구들과 사이가 나빠지면 그 뒷감당은 도리가 합니다. 마음 상한 친구들 옆에 그냥 가만히 있어 주며 속상한 마음을 이야기하면 잘 들어줍니다. 가끔 친구들은 도리의 생각을 묻기도 합니다.
“아리가 친구들 앞에서 내가 실수한 이야기를 크게 말했어. 화가 나는데 아리는 힘이 세니까 참아야겠지? 도리야,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나라면 아리에게 직접 가서 말할 거야. 친구들 앞에서 내 실수를 이야기해서 속상했다고. 하지만 너는 나와 다르니까 네가 편한 방법으로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
도리는 농장 식구들에서 지겹도록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걸어라. 이런 음식 먹어라. 조금만 먹어라..... “
상대방을 잘 알지 못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을 도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도리는 갈대숲에서 가끔 사람들이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것을 멍하니 구경합니다. 하나의 꽃을 유심히 보기도 하는데,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꽃이지만 미세한 변화는 있습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똑같은 일상 일 것 같지만 매일 다르고 새로운 기분 좋은 날입니다. 맑고 높은 하늘색 하늘에 하얀 구름이 지나는데 여우 같은 구름도 있고 민들레 같은 구름도 있습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날이 지나갑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저녁에 아리가 도리를 찾아왔습니다. 늘 씩씩하고 밝은 아리가 웁니다. 친구들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합니다. 나쁜 의도로 말한 게 아닌데 자꾸 오해해서 속상하다고...... 아리가 많이.... 웁니다.
한참을 울면서 이야기하던 나리가 도리에게 속삭이듯 말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가 싫어. 내 외모가...... 남들이 외모 보고 놀릴 것 같아서..... 그래서.... 놀리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세게 말하는 거야. 약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아리는 도리와 같은 상처가 있었어요.
도리는 마음속으로 숨겼고, 나리는 밖으로 가면을 썼나 봅니다.
폭풍우가 지난 후 도리와 아리는 말로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안아주었습니다.
도리는 여전히 잘 먹습니다. 잠도 잘 자고 아리를 열심히 쫓아다니며 놀아서인지 농장에서처럼 거대한 뒤뚱이의 모습은 아닙니다. 넘어지지 않고 잘 걷습니다. 살이 빠지면서 몸의 균형이 잡히고 날개를 활짝 펼 수 있습니다.
”아리야, 나 날아오르는 걸 봤지! “
”봤지. 퐁당퐁당 날다가 쑤욱~~~. 이제 푸드득 푸드득 날갯짓은 아니네. 축하! “
아리는 잘 먹어서 살이 좀 쪘어요. 도리가 정말 음식을 맛있게 먹으니까. 도리가 먹는 음식을 함께 따라 먹다 보니 저절로 살이 올랐습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면서 얼굴이 예뻐지고 날개도 새롭게 돋았습니다.
강에서 헤엄을 칠 때는 수영 선수 도리가 앞서 가고, 하늘을 날 때는 아리가 선두에 서서 날아갑니다..
뒤뚱이 오리였던 도리, 화상으로 거친 피부의 마른 삐딱이였던 아리.
도리와 아리는 아름다운 날개를 활짝 펼치며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날아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곡선의 주둥이를 반짝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