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광야라는 시를 쓰고 지금 꺼내어 보니 무언가 부족해 "시인의 광야"라는 제목으로 새로이 시를 써서 올립니다.
시인의 광야 / 서문원 바오로
1
돌아갈 수 있으면 광야가 아니다
다다를 곳 손에 잡혀도 광야 아니다
먹고 입고 살 만하면 광야라 못해
광야는 그런 곳이다
꿈에 부풀어 나왔더라도 척박한 땅
풀 한 포기 쉬 눈에 띄지 않고
잠자리도 거칠다
옛날로 돌아가고파
그래도 되돌리지 못하는 것
무어라 해도 꿈을 꾸었음이라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이상
혹독한 땅일지라도 떠날 수 없다, 광야여!
2
주님은 백성들을 광야로 이끄셨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닌
불볕 내리쬐고 샘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곳으로 가자 하셨다
아우성치면서도 돌아갈 수는 없다
뒤돌아 가면 속박과 죽음
고달픈 처지에 원망 쏟아내더라도
주님 선택한 민족 저버리지 않아
바위에 샘물이 솟아오르고
만나가 이슬처럼 내려 덮인다
구름 기둥 불기둥이 앞장서 간다
이렇게 그곳은 자비의 광장
구원의 표징이 되었다, 광야여!
3
물살에 휩쓸리면 물길을 볼 수 없다
모래바람 가운데 온통 혼돈뿐이다
광야는 사방이 지평선 길을 알 수 없어
적지 않은 사십 년 광야 여정이었다
광활한 황무지라 쫓던 군대도
경계하며 바라보던 민족들도
도리어 관심조차 갖지 않고
이방 어긋난 행실도 스며들지 않아
백성들은 오롯이 계명 배우고 지키며
주님 축복으로 큰 겨레 이루었다
이렇게 그곳은 단련의 요람
번영의 터전이 되었다, 광야여!
4
삶에도 피치 못할 광야가 있다네
폭풍우처럼 몰아치는가 하면
스스로 찾아드는 광야도 있어
인생은 그곳을 거쳐야만 하는가
고달프다 하여도 바로 그렇다
시인의 광야도 돌연히 다가오더니
지나는가 했건만 또다시 이어진다
기다리는 가나안 땅은 어디 있느냐
불기둥 구름 기둥마저 보이지 않고
바람 소리만 요동친다, 광야여!
5
그러해도 기도하며 하늘을 올려본다
밤하늘 별 무리 태고의 신비 펼쳐져
오로지 하느님만 우러러 매달린다
끝없는 우주,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겸손하게 엎드려 경배드린다
그렇다, 그분만이 모든 것
한 분이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이렇게 그곳은 신앙의 토대
아름다운 시어의 원천이 되었다, 광야여!
6
광야에 서서 이제 여기 있음에 감사드리고
시련의 땅이 은총의 황톳길임을 알았을 때
희뿌연 안개 걷히고 멀리 푸른 강물 건너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기적처럼 다가선다, 광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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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끝없는 우주,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겸손하게 엎드려 경배드리는
성 프란치스코의 고백처럼 경건해 집니다.^^
광야에서 만난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문인회에서 한결같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길을 밝혀 주시는 시인님께 깊은 감사 올립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향필과 평안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