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고양이, 피해 대처 방법
이종근
고양이 땜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음을 안 것이 그때였어요
두루마리 화장지를 파는 트럭에서 쏟아져 나오는 확성기의 소음, 60데시벨을 능가하는 마누라의 기합 찬 소리
나 원 참. 대문 앞에 고양이를 쫓으려 한 방책, 음식물쓰레기 담은 비닐봉지를 덮어 둔 양동이를 누군가 앉았다가 정통으로 발로 걷어찼는지 제대로 망가트려 놨어요. 겨우 구청에 적을 둔 민간위탁 쓰레기 회수업자와 이 문제로 다투지 않겠거니 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됐네요
서둘러 재개발되어 곱상한 아파트로 이사하려면 재빠른 비책을 마련해야겠어요
허물고 새로 세우는
게
고정 표적의 떨떠름한 답이겠거니
현수막이 무표정하게 내걸리고
건조한 구호가 되고
새마을 부녀회장의
<반의 강제 및 반의 자발> 호출인
양 쩌렁쩌렁하게 울렸어요
혹은 고양이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요
단독주택들, 늘어지고 휘어진
골목길, 좁은
세월, 걸쭉하기는커녕 싱거운 맛의 전봇대가 걷어지고
엉클어진 머리칼, 전선 가닥이 매섭게 국수처럼 뽑히고
거미줄 같은 도랑이 개미집인 양 차지게 메워지고
옥상, 궁색한 항아리가 크든 작든 비례 없이 깨어지고
바스러진 빨랫줄, 세탁기에 걸린
운명은 대패 틀에 다듬어진 팻말처럼 <공사현황판>으로 게시되고
발 빠르게 변화, 질주하는 값싼 마을, 펜트하우스처럼
주목하며 살까요
옛것들은 죄다 사라지고
옛사람들은 무더기로 쫓겨나고
온정도 온데간데없이
삶의 애환, 건축 시공사의 충동과 양심도 유실되는 것을
혹은 고양이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요
음식 여럿 중, 생선 찌꺼기를 탐내어 쓰레기 비닐봉지를 할퀴어 뜯는 비행에 주린 고양이 녀석도 문제겠지만 전날 자정께 꺽- 하며 발로 뻥- 하고 양동이를 걷어찬 일이, 배설의 욕구가 만만찮은 파장을 가져다준 비밀 같은 그 댁 남편, 혹자의 평은 갑의 횡포였음을, 자조하면서
부덕한 나, 소음 기준치 절반의 30년, 훌쩍 넘긴 주정도 그만둬야겠어요
하도, 두 번째 고양이 땜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음을 안 것이 그때였어요
-2020년 『문예바다(겨울호)』 기성작가 원고공모제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