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한 것의 집합이다.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다. 겉보기로는 복잡하지만 근원은 단순하다. 뭐든 잘게 쪼개보면 답이 찾아진다. 고장난 자동차는 분해하면 된다. 환자는 수술하면 된다. 전체는 감당이 안되지만 부분은 감당이 된다. 부분으로 나눈 다음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 적군이 1만명이라도 길목을 차지하고 한명씩 1만 번 찌르면 된다.
이 생각을 증명하는 것은 수학이다. 누구도 수학을 부정하지 않는다. 수학은 단순한 1로 출발한다. 수학이 어렵지만 1은 쉽다. 상대를 해체해서 1로 만든 다음 제압하면 된다. 그런데 말이다. 여기에 트릭이 있다. 함정이 있다. 단순한 것은 1인데 집합은 뭐지? 단순한 것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이다. 세상은 원자의 집합이다. 맞는 말이지만 틀렸다. 부분적인 진실이다.
단순한 것은 맞는데 집합이 틀렸다. 집합은 모인 것인데 어떻게 모았지? 누가 모았지? 산에는 나무가 모여 있고, 들판에는 양떼가 모여 있고, 해안에는 모래가 모여 있다. 산의 나무는 태양이 탄소를 모았고, 들판의 양떼는 목동이 모았고, 해변의 모래는 파도가 모았다. 다 임자가 있다. 피곤해진다. 모으는 주체가 있다는게 모순이다. 모여있는 듯이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원자론은 환원주의다. 환원되지 않는다. 환원되면 작아진다. 단순한 것은 작은 것인데 모으는 것은 큰 것이다. 태양은 나무보다 세고, 목동은 양보다 세고, 바다는 모래보다 세다. 강자가 약자를 모은다. 그렇다면? 환원주의는 틀렸다. 원자개념과 집합개념은 배치된다. 원자 크기를 줄일수록 집합 크기가 커져서 도로아미타불이다. 생명은 작은 세포지만 DNA는 복잡하다.
여기서 법칙 - 어떤 것을 구성하는 인자의 사이즈가 작을수록 그것을 집합하는 일은 더 커진다.
단순한 것일수록 사용법은 복잡하다. 복잡한 자동차는 오토파일럿이 알아서 운전해준다. 붓은 단순하지만 붓글씨를 매우 연습해야 한다. 자판은 복잡하지만 오히려 쉽다. 일주일만 연습해도 한석봉만큼 쓴다. 원자와 집합을 분리해서 보면 원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집합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며 둘을 합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이게 아랫돌 빼서 위에 고이는 삽질이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다. 환원주의는 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전제로 출발하는데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작으므로 환원되지 않는다. 바둑은 단순한 바둑알로 되어 있지만 수순이 있다. 바둑을 바둑알로 해체하면 기보는 사라진다. 바둑알 사이의 얽힌 관계를 잃어버렸다. 그냥 남녀와 부부사이는 다르다. 남녀는 관계가 없지만 부부는 관계가 있다. 여기서 실패한다.
환원주의는 옳지만 옳지 않다. 구조론의 정답은 완전성의 복제다. 세상의 근원은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최소한의 복잡성은 갖춘 것이 완전성이다. 모으지 않는 대신 복제한다. 자갈이 깨져서 모래가 된 것은 모은게 아니라 복제한 것이다. 세상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한의 복잡성을 가지며 그것이 구조다. 원자는 작은 1에 도달하지만 구조는 구조자 다섯이 있다.
가장 작은 것은 량이다. 량은 독립하지 못하고 반드시 어딘가에 빌붙어 존재하므로 최소단위가 아니다. 변화의 실질적인 최소단위는 질이다. 질은 내부에 구조가 있으므로 가장 작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변화다. 불변의 원자는 없고 변화의 시스템이 있다. 가장 작은 것은 변화의 단위, 사건의 단위다. 가장 작은 것은 바둑알이 아니라 두 눈을 얻어 살아있는 집이다.
우주의 근원은 단단한 원자 알갱이가 아니라 무른 변화의 단위다. 이유극강과 같다. 구조론은 유의 원자론이다. 불변의 원자가 아니라 변화의 원자다. 원자론과 구조론이 다른 것은 방향이다. 원자는 집합되어 커진다. 방향이 플러스다. 변화는 깨져서 작아진다. 열역학 1법칙을 지키면서 변화를 달성하는 방법은 작아지는 것 뿐이다. 2가 1+1로 나눠지는 변화만 가능하다.
우주 안의 모든 것은 작아진다. 우리 눈에 보이는 큰 것은 2층에서 깨진 것이 1층에 쌓인 것이다. 양양해변의 커다란 모래더미는 설악산 바위가 깨진 결과다. 설악산이 작아졌다. 용문사의 큰 은행나무는 태양에서 날아온 광자가 지구에 쌓인 결과다. 태양이 작아졌다. 열역학 2법칙에 따라 모든 것은 작아진다. 작은 것의 집합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1법칙과 어긋난다.
우리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이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사실 이런 것은 초등학생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알갱이와 집합은 서로 모순되는 말인데 둘을 한 문장에 집어넣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말인가? 작은 거인처럼 형용모순이다. 초등학생도 속지 않을 헛소리에 전 인류가 낚여 있다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정신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