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경청
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날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 시집 『견딜 수 없네』 수록 작품
詩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정현종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부~ 불고 있다
아주머니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고 뛰어 오신다
무슨 일인지 처녀 둘이
장미를 두 송이 세 송이 들고 움직인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여
아주머니 밤 보따리, 비닐
보따리에서 밤꽃이 또 막무가내로 핀다
詩
섬
정현종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카페 게시글
2026년 제2학기
정현종 시 경청 外 2편
조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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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2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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