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고령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들을 위한 맞춤형 주택은 그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월 이용료 300만 원대의 고급 시니어 레지던스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신규 분양이 빠르게 마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택이 과연 모든 고령층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보유한 고령층을 겨냥한 고급 시니어 레지던스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의왕시에 건설 중인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은 노인과 자녀 세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입주 비용이 월 320만 원에 달하지만, 계약이 빠르게 완료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롯데건설과 한화건설이 진행 중인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역시 호텔급 서비스를 내세워 대부분의 분양을 마쳤습니다.
이와 달리,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되는 시설의 수요는 폭발적이지만, 공급은 미비합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노인복지주택은 전국적으로 40개소에 불과하며, 정원은 고령 인구의 0.1%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력이 부족한 고령층이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시니어 주택에 거주 중인 이들은 단순히 거주의 질뿐만 아니라 교육, 건강관리, 자산관리 같은 다양한 부가 서비스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KB골든라이프케어의 위례빌리지는 1인실 기준 월 300만 원 이상의 이용료에도 대기자가 2,500명에 달합니다. 이는 고령층이 단순한 주거를 넘어, 자신들의 삶의 질을 적극적으로 높이려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 맞춤형 주택은 단순히 고급 레지던스나 요양 시설의 확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다양한 경제적 배경을 가진 고령층의 니즈를 고려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첫째, 공공 부문은 중저소득층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의 공급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공유지를 활용하거나, 민관 협력 프로젝트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민간 기업은 고급형 모델뿐 아니라 중간 가격대의 레지던스를 개발하여 보다 폭넓은 계층의 고령층을 포용해야 합니다.
셋째, 주거시설 내에서 건강관리, 평생교육, 금융 상담 같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로서, 저는 초고령사회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경제적 여건을 초월해 모든 고령층이 안정적이고 품위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의 필수 과제가 아닐까요?
칼럼니스트 김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