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기획 (상) 아는 사람에게 선교하기
신앙인 모범 보여야 시나브로 관계 선교 성공
- 주변을 둘러보면 선교 대상은 많다. 가족, 이웃, 친구, 친척 등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관계 선교는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보다 부담은 적고 효과는 크다. 사진은 2009년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세례식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지난주 전교주일(23일) 특집으로 '내가 천주교에 입교한 이유'를 취재하면서 비교적 최근에 세례를 받은 신자 10여 명에게 세례를 받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물었다. 그들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로 '평소 좋게 봤던 천주교 신자 지인, 혹은 가족의 권유'였다.(2011년 10월 23일자 제1138호 11면 참조)
영세자들이 가장 좋은 선교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 이른바 '관계 선교'와 응답자들이 다소 부정적 반응을 보인 거리선교 및 방문선교를 효과적으로 하는 사례 등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선교 대상을 먼 곳에서 찾지 말자
춘천교구 임당동본당(주임 이태혁 신부)은 배우자를 비롯해 가족, 친척, 이웃을 대상으로 펼치는 선교 운동 '살짝전함'을 2009년 시작해 지난 3년여 동안 영세자 200여 명을 배출했다.
신자들은 선교운동 기간 선교대상으로 점찍어 놓은 이웃과 친척을 틈틈이 방문하며 얼굴 도장을 찍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천주교를 믿어라. 성당 다니자"고 말한 적은 없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이웃집에 들러 차를 마시고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럽게 친교를 쌓아갔다.
2년 전 세례를 받은 진선옥(베로니카)씨는 "평소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 이웃집 아주머니가 종종 집으로 찾아오시며 관심을 보여주셔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면서 "예비신자 환영식 날이 돼서야 '오늘 성당에 행사가 있는데 점심이나 먹으러 오라'고 하셔서 처음 성당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선교기간 밤낮으로 고리기도를 하는 아내를 보고 마음이 움직여 성당을 찾은 남편들도 적지 않았다. 임당동본당은 예비신자들이 교리를 받을 때 가급적 예비신자를 초대한 사람이 함께 하도록 권유해 모든 게 낯설기만 한 예비신자들을 배려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참 괜찮은 사람'이 되자
2007년 광주대교구 장흥본당 관산공소에 평신도 선교사로 부임한 이재방(요셉) 선교사는 40여 년 동안 주일미사 참례자가 예닐곱 명에 불과할 정도로 썰렁했던 공소를 불과 1년 만에 공소가 비좁게 느껴질 만큼 신자들로 북적이는 곳으로 바꿔놓았다.
이 선교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성당에 나오라는 말을 꺼낸 적이 없다. 대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을에 있는 모든 집을 방문해 차를 얻어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주민들 마음속에 '친절하고 성격 좋은 천주교 선교사'로 자리매김했다.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아들 노릇을 했고 젊은이들에게는 언제든 찾아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형님이 돼줬다. 동네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는 친절한 아저씨였다.
동네 사람들과 식사를 하거나 차를 한 잔 마실 때도 언제나 큰 동작으로 십자성호를 긋고, 큰 소리로 식사 전ㆍ후 기도를 바쳤다. 십자성호와 기도에 궁금증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천주교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은근히 입교를 권유했다. 이 선교사는 마을 사람들이 아이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고, 결혼식 주례를 청할 정도로 믿을만한 사람이 됐다.
이 선교사의 선교 방식은 알고 있던 사람에게 선교하는 관계 선교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혀 모르던 사람들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성당으로 이끌었다. 또 늘 모범적 모습을 보이며 주민들에게 '이 선교사라면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 관계 선교를 잘 하려면 주위 사람들에게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신앙인으로서 모범을 보이며 살아야 한다. 광주대교구 장흥본당 유치공소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이재방 선교사(사진 왼쪽 두 번째)는 마을 주민들에게 끊임 없이 다가가려 노력해 많은 이들을 성당으로 이끌었다.
내 주변부터 둘러보자
'선교'라는 말만 들어도 부담스러워 하는 신자들이 많다. '선교'라고 하면 거리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예수님 믿으세요"하고 권하는 사람들 모습부터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잘 아는 가족, 이웃, 친구에게 선교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의 크기는 훨씬 작아질 수 있다.
1980년 144만여 명이던 한국 천주교 신자 수는 30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나 2010년 520만 명을 넘어섰다. 대대로 신앙을 이어오며 가족 전체가 천주교 신자인, 이른바 '구교우'(舊敎友) 가정 비율은 점점 줄고 세례를 받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신자들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모에게 신앙을 이어받지 않고 성인이 된 후 세례를 받은 사람은 대체로 가족이나 친척 중에 신자가 아닌 사람이 많다. 또 60%에 달하는 관면혼 비율(2010년 기준)은 성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가정이 얼마나 많은가를 잘 보여준다. 주위를 둘러보면 선교 대상은 많다. 가족 뿐 아니라 친구, 회사 동료 등도 모두 관계 선교 대상이 된다.
관계 선교를 하려면
관계 선교는 선교 대상자에게 단순히 교리지식을 전하고 하느님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행복을 이웃과 나누고 하느님 말씀을 따라 기쁘게, 모범적으로 사는 모습을 이웃에게 보여줄 때 시나브로 관계 선교가 이뤄지는 것이다.
관계 선교를 잘 하려면 우선 자신이 천주교 신자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집에 있을 때나 본당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는 식사 전ㆍ후 기도를 잘 하던 사람도 집과 성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십자성호를 긋거나 기도를 해야 할 상황이 됐을 때 눈치를 보거나 아예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사람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십자성호 등을 통해 자신이 천주교 신자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천주교 신자답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천주교 신자라고 말하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 지탄을 받는 행동을 자주 하거나 이기적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천주교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돌보는 일도 관계 선교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지난 취재 때 만난 이용주(암브로시오)씨는 "빈첸시오회 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 입교 권유를 하지 않아도 먼저 세례를 받겠다고 하는 이들이 꽤 많다"면서 "가난한 이웃에게 베푸는 사랑은 물고기(선교)를 낚기 위한 그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관심 기울여야
그저 자신이 천주교 신자인 것을 주위 사람들이 알게 하고, 천주교 신자답게 살아가는 것으로 선교가 완성될 수 없다. 어느 정도 상대방이 천주교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입교를 권해야 한다. 본당에 예비신자 환영식이 있을 때 "성당 가서 밥이나 먹자"하고 권하면서 선교 대상자를 성당으로 이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비신자 교리반 등록까지 성공했다면 선교 대상자가 세례를 받을 때까지 꾸준히 돌봐야 한다. 교리공부에 같이 참여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주일미사만큼은 함께 참례하며 이것저것 알려줘야 한다. 한 시간 내내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기도를 하며 가슴까지 두드려야 하는(참회기도) 미사 전례는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어렵고 낯설 수 있다.
예비신자들이 세례를 받은 후에는 본당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공동체 모임에 꼭 참석하게 해 구역ㆍ반원들과 이웃이자 교우로 친교를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레지오 마리애나 빈첸시오회 같은 본당 단체 가입을 권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즘 많은 본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중미사 후 차, 떡, 음식 나눔도 아직 모든 게 어색한 신영세자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신자들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전교 기획 (하) 거리 선교와 방문 선교 성공비결
상대방 배려하며 자연스럽게 천주교 알려
- 서울 공항동본당은 지속적 거리 선교로 주민들에게 공항동본당과 천주교를 알렸다. 신자들은 주민들이 천주교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지난 전교주일(10월 23일자) 특집 '내가 천주교에 입교한 이유' 취재 중 만난 한 신자는 "현관에 '천주교 교우의 집'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놨는데도 아침저녁으로 문을 두드리며 '(개신)교회 다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귀찮아서 나중에는 화를 냈다"고 말했다.
다른 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와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구호가 먼저 떠오르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거리 선교 방식과 강압적 방문 선교 방식에 대해 한결같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많은 신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거리 선교와 방문 선교를 '좋지 않은 선교 방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거리 선교와 방문 선교로 많은 이들을 성당으로 이끈 본당, 단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거리ㆍ방문 선교의 성공 비결은 입교를 강요하는 강압적 선교방식이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며 자연스럽게 천주교를 알리는 친화적 선교방식이었다.
거리 선교는 이렇게
서울대교구 공항동본당(주임 전경표 신부)은 2008년만 해도 복음화율(6.2%)이 교구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복음화율은 수년 째 정체된 상태였다. 그랬던 공항동본당이 올해 복음화율 8%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세례를 받은 새 신자 수는 500명(유아영세자 제외)이 넘는다.
비결은 적극적 거리 선교였다. 2008년 부임한 전경표 주임신부는 신자들에게 선교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설명했고, 2009년 3월부터 700명 입교를 목표로 선교운동을 시작했다.
전 신부와 보좌신부, 수녀는 신자들과 함께 거리선교에 나서며 선교를 두려워하는 신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줬다. 주말이 되면 사람 왕래가 많은 시장, 전철역, 주택가 골목, 학교 주변에는 어김없이 공항동본당 신자들이 나타났다. 거리 선교 열기가 한참 뜨거웠을 때는 동시에 20곳에서 선교에 나서기도 했다.
거리 선교를 나간 신자들은 사람들에게 "성당에 다니라"는 말부터 꺼낸 적은 없다. 늘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안녕하세요! 공항동성당에서 나왔습니다"하고 인사하며 천주교 안내 소책자와 함께 본당 전화번호와 누리방 주소가 적혀있는 볼펜을 나눠줬다.
볼펜을 거부하거나 거리 선교를 하는 신자들을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천주교도 거리 선교를 하냐?"면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가끔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신자들은 절대 말싸움을 하지 않고 언제나 친절하게 응대했다.
거리 선교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3년째 계속된 거리 선교 덕분에 이제는 동네에서 '공항동본당'과 '천주교'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무엇보다 큰 소득은 선교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신자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구역별로 실시한 거리 선교는 지난해 11월 선교단이 출범하면서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단원 18명이 활동하는 선교단은 매달 한 차례 거리 선교를 펼치며 주민들에게 천주교를 알리고 있다.
선교단장 김옥자(안나)씨는 "막연히 성당을 다니라고 말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천주교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를 얻으려 하지 말고 길게 내다보고 선교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에 좋은 이미지 갖도록
1990년 창단돼 현재 대구ㆍ서울ㆍ인천교구에서 활발하게 거리선교를 펼치는 한국천주교가두선교단(담당 이판석 신부)은 21년 동안 800만여 명에게 선교소책자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를 나눠주며 수많은 사람을 성당으로 이끌었다.
단원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차를 권하며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선교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도 "좋은 하루 되세요"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간단한 연락처를 포함한 자기소개서를 써 달라고 부탁한다.
사람으로 붐비는 거리에서 활동을 하지만 확성기를 사용하거나 크게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거리선교로 인해 천주교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늘 시민들을 배려한다.
20여 년 동안 가두선교단 활동을 한 서울본부 김영숙(아녜스) 총무는 "무턱대고 '예수님 믿으세요'하는 강압적 선교방식은 오히려 천주교에 대한 거부감만 커지게 할 수 있다"면서 "거리선교를 할 때 상대방이 나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며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연락처를 남긴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전화를 해 집과 가까운 본당 예비신자 교리반을 안내하며 성당을 꼭 찾아달라고 당부한다. 혼자 성당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선교단원이 함께 예비신자 교리반에 참석하면서 세례를 받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 동천 성바오로본당은 이웃을 방문해 과일잼을 선물하며 자연스럽게 친교를 쌓아가는 '과일잼 선교'로 효과를 얻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과일잼 선물과 함께한 방문 선교
수원교구 동천 성바오로본당 김형준 주임 신부와 신자들은 1년에 서너 차례 제철 과일로 직접 잼을 만들어 이웃에게 선물하는 '과일잼 선교'를 펼치고 있다. 주보나 천주교 안내책자만을 들고 하는 방문 선교는 선교를 하는 신자와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일잼이라는 선물을 들고 가면서 부담은 한결 줄어들었다.
신자들은 자연스럽게 이웃과 거리를 좁혀갔고 성당도 알릴 수 있었다. 과일잼 선교는 새 신자뿐 아니라 수많은 냉담교우를 다시 성당으로 이끌며 선교와 냉담교우 회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과일잼 선교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신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30%를 넘나들던 미사참례율도 40%에 육박하고 있다. 냉담교우 비율은 10% 이하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