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부르다 죽으면 좋지 - 탤런트 강석우
거룩한 주일예배가 진행되고 있는 대예배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목소리로 찬송을 부르고 있을 때 그 중에서도 한 옥타브 높여서 유난히 큰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는 남자가 있다. 그거도 어쩌다 한 번 그렇게 큰 목소리의 찬송이 들리는 것이 아니라 매주일이면 어김없이 빠지지도 않고 튀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 얼마나 그 목소리가 크던지 그 커다란 대예배실의 전체 성도들이 찬송을 부르다 말고 ‘도대체 누가 저렇게 혼자 잘난 척 하는 거야? 하면서 고개를 돌려 기웃거릴 정도니까 어느 정도의 큰 목소리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담임목사가 강대상에서 찬송을 부르다가 그 큰 목소리의 기세에 눌려 주춤거렸을까. 그런데 바로 그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미남탤런트 강석우 집사라는 사실을 안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겠지. 그래서 강석우 집사의 아내를 비롯한 모든 식구들이 하루는 그에게 하소연을 했다.
부 인 : 여보, 제발 조용히 좀 부를 수 없어요? 우리 모든 식구들이 당신하고 함께 예배드리기가 창피해 죽겠단 말예요. 우린 찬송 부르는 시간이 기쁨의 시간이 아니라 고문의 시간이라구요.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잖아요.
강석우 : 무슨 소리를 하는 거22야? 내가 찬송을 크게 부르겠 다는데 누가 뭐래? 뭐라고 그러는 사람 있으면 나오라고 그래.
부 인 : 누가 뭐라는 게 아니라 좀 작게 부르자는 거죠.
강석우 : 이것 봐, 찬송은 힘 있게 부르는 거야. 지금 내가 부르는 것도 사실은 소리가 작아. 주일날 아침은 평소보다 밥을 더 많이 먹고 힘을 내서 더 큰 소리로 찬송을 불러야 한다구.
부 인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혼자 예배드리는 것도 아니고 여러사람이 함께 드리는 예배인데...
강석우: 내가 잘못하는 게 아니라 작게 부르는 다른 사람이 잘못된 거래두.
부 인 : 참 너무 하시네.
강석우 : 회사에서 야유회다 친목회다 해서 놀러 갈 때는 고속버스 안에서 목이 터지라고 가요 불러 대고, 그 다음날이면 목이 쉬어서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잖아. 그러면서 예배드릴 때는 며칠동안 밥도 못 먹은 사람처럼 축 쳐져서 부르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구?
부 인 : 그래도 그렇죠. 너무 크잖아요. 당신이 교회서 찬송 부르는것을 옆에서 보면 겁이나요. 목에 핏대를 잔뜩 세우고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서 금방이라도 혈압으로 쓰러질 것 같단 말예요.
강석우 : 찬송 부르다 죽으면 좋지 뭐. 여러 소리 말고 당신도 나처럼 크게 불러. 잔말말구.
부드럽고 따스한 이미지의 남자, 언젠가 침대광고에서 보여주었던 푸근하고 그윽한 커피향이 묻어나올 것만 같은 남자 강석우 집사는 자신의 연기 이미지처럼 가정적인 면에서나 대인관계에서도 역시 부드럽고 자상하기로 얘기하자면 단연 챔피언 감이다. 평소에는 절대로 화를 내23거나 딱딱한 투로 말을 하는 적이 없지만 신앙적인 면에선 부드러운 것하고는 정반대이다. 강석우 집사 앞에서는 히틀러조차도 독재자라는 명함을 내밀었다가는 망신을 당할정도로 거의 신앙의 독재자와 같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이니까. “여러 소리 말고 큰소리로 찬송하라면 해!” 이렇게 힘주어 말하면 그 다음엔 아무도 그의 말을 거역하지 못한다. 그것은 강석우 집사의 아내 나연신 씨가 결혼을 앞두고 당한(?) 일에서 이미 낌새를 차리고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원래가 나연신 씨는 천주교 신자였지만, 믿음 좋은 강석우 집사가 가만 놔둘 리가 있겠는가? 언젠가는 반드시 신앙 통일 문제를 짚고 넘어가려고 맘을 먹고 있다가 결혼을 며칠 앞두고 강석우 집사가 느닷없이 물었다.
강석우 : 나하고 결혼하고 싶지?
나연신 : 그야 당연하죠. 날짜까지 잡아놨는데...
강석우 : 아무리 날짜를 잡아놨어도 결혼 못하는 사람 여럿 봤어.
나연신 : 어머, 협박이셔.
강석우 : 그래, 협박이다.
나연신 : 도대체 뭘 갖고 그러시는 거예요?
강석우 : 성당에는 그만 다니고, 나하고 같이 교회에 나가 는 거야. 다음주부터...싫으면 결혼이고 뭐고 그만두고...
나연신 : 어쩜 그렇게 독단적이세요?
강석우 : 이건 타협해서 될 문제가 아니니까. 한 집안에 두 종교를 갖고 있다는 건 말도 안되고.
나연신 : 그래도 어떻게 십여 년을 다니던 성당을 하루아침에...
강석우 : 다른 건 몰라도 그런 문제는 화끈한 게 좋다구. 하지만 다른건 다 내가 사랑으로 감싸 줄 테니까 걱정말라구.
나연신 : 약속하시죠? 지금 그 말?
강석우 : 나중에 당신 묘비명에 이렇게 적힐 거야. 여기 이 세상에서 남편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감격에 겨워 살다간 죽은 여인이 잠들다. 어때?
참,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이렇게 얘기를 살살 녹게 하는데 안 넘어가는 여자가 어디 있을까? 나연신 씨는 정말 결혼한 후 그 다음주부터 당장 강석우 집사와 함께 교회를 나가게 되어 크리스천이 되었는데... 아무리 십여 년 성당에 다녔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강석우 집사의 신앙태도 중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또 부딪히게 되었다.
부 인 : 봉투에 넣는 게 뮈예요?
강석우 : 뭐긴 뭐야? 헌금이지?
부 인 : 무슨 헌금을 그렇게 많이 내요?
강석우 : 이 사람이 왜 헌금 갖고 말이 많아?
부 인 : 당신도 좀 정신 차리세요? 당신이 지금이나 강석우지. 나이 먹고 희머리 성성해져도 강석우인 줄 아세요? 돈벌 때 모아놓을 생각을 해야지, 그렇게 돈을 펑펑...
강석우 : 당신 그런 소리하면 못써. 이건 십일조야, 십일조는 성도의 의무라구.
부 인 : 난 도저히 십일조 같은 것 못 내겠어요. 당신이 얼마나 고생해서 벌어온 돈인데 십분의 일씩이나 떼어서 갖다 바쳐요? 난 못해요.
그 당시만 해도 나연신 씨는 믿음이 깊지 않았던 때였기에 그런 생각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겠지만 강석우 집사는 한 마디로 딱 부러지게 잘라 말해 버렸다.“이건 명령이야. 십일조 떼라면 떼!!” 이제까지 연애해오면서, 그리고 결혼생활 해오면서 단 한 번도 그렇게 25딱딱하게 얘기해 본적이 없는 남편에게서 명령의 말을 들었을 때 나연신 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강석우 집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대사를 많이 외우고 있는 남자 중에 하나다. 그리고 아내에게 어떤 포즈로,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대사를 해야 가장 행복해 할 것인지를 가장 정확히 아는 남자가 바로 강석우 집사이다. 하지만 자신의 신앙과 가족의 신앙에 대해서만은 한치의 양보나 부드러움을 허용치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강석우 집사의 외적인 이미지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단호한 모습과 격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주일날 전화를 걸어 약속을 하면 된다.
감 독 : 강석우 씨, 이번 주일날 지방촬영 있는데 가야겠어.
강석우 : 안됩니다. 주일엔 교회가야 합니다.
감 독 : 에이 그러지 말고 시간좀 내. 교회는 다음주일에 가도 되잖아.
강석우 : 그런 소리하실 거면 전화 끊습니다. 딸깍!
이런 대쪽같은 믿음을 가진 남편이기에 이제 부인 나연신 씨는 누가 뭐래도 십일조 하나만큼은 아주 철저하게 바치고 있다. 물론 단 한 마디의 명령이 있은 뒤에 부인의 귓가에 소곤대며 부드럽게 설명해준 대사가 더욱 포근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여보, 우리가 번 것 중에 일부를 떼어서 바친다고 생각지 말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십분의 아홉을 얻었다고 생각해 봐. 그럼 십일조가 아깝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