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에게 물었다
-열여덟 살의 가을-
2학년 2반 3번 김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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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난 교사가 되는 것이 정말로 싫었다. 교사란 말만 하여도 온 몸에 치가 떨릴 정도로 싫었다. 어려서부터 ‘넌 교사가 돼야해!’, ‘넌 딱 초등학교 교사가 너 제격이야!’ 라는 말을 수 없이 많이 듣고 자랐다. 난 어린마음에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딜 봐서 어울린다는 건지, 내가 하고 싶다는 일은 왜 존경해주지 않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미어터질 만큼이나 답답하고 아무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 다는 속상함에 몰래 닭똥 같은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다.
“요리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고 제과제빵은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라는 말은 국제이탈리아 요리학교 ALMA의 사무총장인 리까르도 까렐 리가 한 말이다. 그렇다. 제과제빵은 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되고 싶었던 꿈은 일명 Pastry chef, 즉 쉽게 말해서 제과제빵사라고 일컷는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꿈은 빛처럼 반짝 했다가 금방 사라지는 그런 꿈이 아니였다. 어렸을 때 꿈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간절하고 진지했던 나였다. 용돈을 모아서,생일 선물 대신으로 여러 가지 제과도구와 관련서적을 사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제과실습을 정말 많이 해나갔다. 겨우 12살짜리 꼬마가 무엇을 했겠느냐 할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적어도 빵을 만들때면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찼다.
중학교에 올라와서도 나의 꿈을 놓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 냉정한 현실 속에서 그 소중한 꿈은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케이크를 만드는 게 즐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절대 훌륭한 파티쉐가 될 수 없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이가 먹어갈수록 현실을 알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난 진실한 노력에 대한 보상과 명예는 그것 또한 나만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어린 날의 추억이기 때문에 더 이상 후회는 없다. 손에 꼭 쥐고 만 있던 그 꿈들은 이제 가슴속에 넣어둘 차례다.
그러다 내가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무언인지를 오랫동안 고민 해 보았다. 답은 단 하나, 유치원 교사였다. 내가 슬퍼하고 울고 있을 때면 선생님께서 다가와 나를 즐겁게 해주셨고, 어린 내가 보았어도 나에게 진심으로 대해주는 마음이 느껴졌었다. 또한 우리가 평소에 쓰는 거의 모든 행동들은 모두 유치원때 배웠던 것이고 나는 어린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한다.
남들이 내게 이런 말을 한다. 수학선생님도 있고 초등학교 교사도 있는데 왜 굳이 유치원 교사냐고.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아이들이 너무 좋으니까. 하고 싶어하는 일에 많은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하고 싶어 하는 것 뿐이다.
요즘 들어 그 일을 하는 것이 정말로 옳은 선택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임용고시 합격 못하고 방황하면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서 어쩔까 하는 불안감에 숨통이 막힐 심정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참 바보같은 짓. 어린시절 순수했던 그 때처럼 그냥 밀고 나아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그순간 나는 내 자신에게 스스로 묻고 대답했다. 꿈은 포기하고 좌절하는 순간 없어지는 것임을 어렸을 때 이미 깨달았다. 난 여전히 지금 유치원 교사라는 길을 밟고 가는 중이다.
첫댓글 너 자신에게 말한다. 세상엔 실패하지 않는길은 없다고. 넌 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