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부터 스포츠클라이밍 배워
천종원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보라매공원을 지나다 암벽등반을 처음 접하게 됐다. 또래의 아이들처럼 공부보다는 뛰어노는 것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많던 시기. 본격적으로 등반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였다. 물론 스스로 재미를 느꼈던 것이 크다.
“등반을 배우기 시작한 건 2010년 7월이었어요. K2 C&F 암장을 나가고 이창현 선생님을 만나면서 제대로 배웠으니까요.” 이후 한양공고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하여 산악부에 가입해 활동했다. 이영건, 이동건 등의 젊은 클라이머가 그의 선배다. 지금은 단국대학교 국제스포츠학과에 입학해 2학년 생활을 하고 있다. 생일이 빠른 탓에 학교를 일찍 들어가 나이는 20살이다.
따져보면 그가 등반을 시작한 건 불과 5년 밖에 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볼더링 선수를 시작한 것도 2년이 채 안 된다.
“처음에는 리드 선수로 활동을 했었는데 뚜렷한 실적이 없었어요. 리드 연습만 하고 볼더링 대회도 나갔는데, 매번 성적이 좋더라고요. 민현빈 선수가 저에게 볼더링에 적합할 것 같다고 추천해준 이유도 있어요.”
천종원 선수는 2014년부터 리드종목에서 볼더링으로 전향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독일 아디다스 락스타 볼더링 대회 2위, IFSC 중국, 캐나다 월드컵에서 4위를 차지한 것. 20살의 어린 나이기에 더 큰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창현, 손상원, 민현빈 선수의 도움이 커
천종원 선수는 긴 팔과 다리, 마른 몸매로 등반에는 최적화된 몸이다. 종아리나 허벅지가 웬만한 여성보다 가늘다니 할 말이 없다. 스스로 “볼더링에 적합한 몸과 홀드를 잡는 감이 좋다”고 말한 천종원 선수. 그에게도 등반에 큰 도움을 준 3명의 선배가 있다. 바로 이창현, 손상원, 민현빈 선수다.
천종원 선수에게 처음 등반을 가르쳐준 이창현씨는 전주공업대 산악부 출신의 이름난 클라이머.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해외의 많은 대회에 출전했고 원정등반의 경험이 풍부하다. 천종원 선수가 기량이 가장 늘었던 시기는 2012년부터 2013년 손상원 선수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였다. 민현빈 선수는 소속사부터 종목 결정까지 친형같이 챙겨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천종원 선수는 “이런 좋은 선배들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인터뷰 중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라이벌은 일본선수들이다. 작년 사솔 선수와 함께 일본 볼더링 여행을 떠났을 때 본 암장의 모습과 선수들이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선수들의 잠재력이 굉장히 커요. 선수의 폭도 깊고, 그중 스기모토 레이 선수가 라이벌이 아닐까 생각해요. 월드컵에서 우승한 적도 있고, 이번 시즌부터 복귀하니까요.”
사솔과 함께 시너지 효과
“사솔 선수와는 서로 종목이 같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많이 누려요. 해외 대회나 월드컵, 연습을 할 때도 서로 도움이 많이 되죠.”
현재 천종원 선수는 사솔 선수와 교제중이다. 국내 볼더링 최강자라 불리는 남녀의 만남이다. 이들이 만난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천종원 선수는 일주일에 5일 정도를 운동하는데, 대부분 혼자하거나 사솔 선수와 함께 한다고 했다.
연습은 보통 오후 1시경부터 10시까지 이어진다. 요즘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하는데,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연습하다보면 기분이 우울해지기 때문에 조금 산만하게 느낄 정도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태도와 그간 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산만함보다는 침착함이 몸에 배어있는 듯 했다.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도 느껴졌다.
2014년까지 소속사였던 살레와의 관계에 대해 묻자 그는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었지만, 편하게 놔주셨어요”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천종원 선수는 2015년 4월부터 아디다스 코리아와 손을 잡고 4년간 소속선수로 활동하게 됐다. 보통의 선수들은 1~2년 계약이지만 천종원 선수는 그 기간이 길다. 아마 아디다스 코리아도 천종원 선수의 미래와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비블럭, 볼더러들의 영원한 보금자리가 되길
얼마 전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그의 영원한 연습장이 생겼다. 바로 ‘비블럭 클라이밍 짐’.
“암장의 이름은 이동건 선수가 지어줬어요. B는 볼더링의 약자고, 블럭은 프랑스어로 암벽, 바위덩어리라는 말이에요. 볼더링에 특화된 암장이지만 리드 연습도 가능해요.”
2014년 국제대회 첫 시상대에 오른 독일 락스타 볼더링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천종원 선수. 올해는 이 대회와 함께 IFSC 월드컵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5월 말부터 월드컵 시즌이라 캐나다, 중국 대회가 이어져요. 8월에는 독일에서 마지막 월드컵이 있어요. 그리고 8월 말에 월드유스챔피언쉽 볼더링 부분 참가를 위해 이탈리아 아르코로 갈거에요. 또 9월 말에는 작년에 2위를 했던 대회를 치르러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가야죠.”
월드컵 대회 1위 말고도 그는 올해 목표가 한 가지 더 있다. 5월 시즌이 끝나면 미국의 유명한 등반지인 비숍을 방문해 V15까지 성공하는 것이다.
“대학원도 다녀오고 늦게 군대를 갔다 올 생각인데 이후에도 계속 운동을 하고 싶어요. 볼더링은 리드경기와는 다르고 나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은퇴를 하게 되면 그 다음엔 선수를 육성하고 싶어요. 제가 선배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것처럼요.”
산 선배의 가르침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쩌면 그 사람을 그대로 닮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젊음을 산에 바친 선배들처럼 세계대회를 꿈꾸는 클라이머에게, 비블럭이 영원한 보금자리가 되길 바란다. ⓜ
강성구 기자, 사진 신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