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비용 “1층 가구도 똑같이 부담 안돼”
허진무 기자입력 : 2020.01.12 14:10 수정 : 2020.01.12 22:04
법원, 장기수선충당금 인상분 ‘균등 부과’ 제동
아파트 단지에서 노후 승강기 교체로 관리비가 인상되자 1층 주민이 다른 가구와 똑같은 금액을 부담할 수 없다며 소송을 내 승소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7단독 이광열 판사는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1층 주민 조모씨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낸 장기수선충당금 균등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1994년 아파트 준공 당시 설치된 낡은 승강기를 교체하기 위해 주민 299가구가 부담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5년간 인상해 비용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들은 전 주민을 대상으로 승강기를 별로 이용하지 않는 1·2층 주민에게도 똑같은 인상분을 부과해야 할지 설문조사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262가구 중 과반인 142가구가 똑같이 돈을 내야 한다는 ‘균등 부과’ 의견이었다. 120가구는 1·2층 주민을 장기수선충당금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적어도 인상률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차등 부과’ 의견을 냈다. 이 아파트 단지의 3층 이상 주민이 251가구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수가 ‘차등 부과’ 안에 동의한 것이다. 해당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도 없어, 1·2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이용할 일은 거의 없었다.
입주자회의는 ‘균등 부과’가 과반으로 나온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지난해 5월부터 1·2층 주민에게도 다른 주민과 똑같이 2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된 장기수선충당금을 부과했다. 반발한 원고 조씨가 소송을 내자 1·2층 주민 43가구도 소송 취지에 동의한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승강기가 공용인 점을 고려해도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으니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며 “입주자 대표로서 1·2층 입주자의 입장, 균등·차등 부과의 장단점, 다른 아파트 사례 등을 입주자에게 충분히 알린 후 합리적으로 결정했어야 하지만 추가 의견 수렴 없이 설문 결과를 토대로 균등 부과를 결정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