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생 시간
N중학교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수업시간표에 의하여 45분 동안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6차시가 시행이 되었다. 그중 수요일은 5차시까지 진행이 되었고, 금요일은 동아리 활동으로 7차시까지 진행이 되면 4시 반이 넘어도 아직 종례중인 학급이 있곤했다.
2014학년도 하반기 전년도 인권상담부에서 받은 흡연생 명단중 2학년 학생중 3학년에 진급한 흡연생을 찾아가 금연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는데 아이들은 망설였고 무엇보다 새로운 3학년 담임선생님이 흡연사실을 알기를 원치 않아서 겁을 내었다. 2명의 몸에서는 명백하게 흡연냄새가 절어있었다.
"선생님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 담임선생님은 모르지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 아이들은 나의 시선을 피했다.
담배피는 아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어깨가 움츠러들고 죄지은 사람 마냥 가능하면 부모님, 교사, 학생들 앞에서 스스로를 격리하며 몸을 돌리고 서서 벽을 치는 모습말이다.)
이 글을 적으려다 보니 또 마음이 아려온다.
제 잘못이 아닌데, 담배핀게 뭐 어떻다고 스스로를 이미 ‘낙인’‘방어’‘회피’'소외'의 전략을 구사하는지 이 아이들의 마음을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도 너무나 바쁘고 의뢰된 2학년과 고군부투하기가 벅찼었기에 안타까웠지만 어쩔수 없이 오다가다 '내가 너를 안다'고 눈인사만을 주고 받을 뿐이었다. 프로그램을 함께 하거나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하고 그저 안타까워서 동동댈 뿐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졸업해서도 찾아오거나 시내에서 횡단보도에서 서있을 적에 멀리서도 알아보고 뛰어와 반갑게 인사하러 오곤했다.
흡연에 절어있어도 서울아이들과 달리 겉모습만 덩치크고 거칠어보이지만 마음이 따듯한 아이들이었다.
흡연청소년을 만나면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
'담배 피운다고, 담배 못 끊는다고, 나쁜 사람아니다. 전혀!
그냥 금연을 시도하다보면 어느사이 떠나보낼 것이다. 애쓰지 마라. 괜찮다. 얘들아'
그런데 2015학년도 가을 도교육청에 신청한 금연캠프에 참석했을 때 사회를 보던 강사가 이 아이들의 마음을 잘알고 있었다.
그때 자기소개 시간에도 소외된 아이들의 마음을 잘아는 경험많은 베테랑 강사구나 싶었다.
언제 부터인가 학교 밖에도 청소년을 돕는청소년 전문가의 실력과 경력이 짱짱해서 놀랍고 의지할 만한 분들이 많아졌다.
어쩌면 학교 외부에서 청소년 돕는 전문가들은 상황이 학교정규교사보다 열악하실터인데 말이다.
“여러분 괜찮으니깐 그냥 나와서 자기소개 해도 되요.
어깨펴도 되요. 여긴 괜찮아요. 여긴 여러분 돕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닌깐요“
처음 만나서 자기소개를 시켰는데 한결같이 마이크를 잡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나서기 싫어해서 인솔교사가 분위기를 띄워서 같이 데리가 나가서 ‘이름’까지 소개해주는 경우도 대부분이었다.
2015학년도 가을 보건중등모임 '금연지도' 연수에 오전에 흡연학교인 옆 고등학교를 방문하고 오후 우리들에게 오셔서 박00강사님도 신기한듯이 기쁘고 즐거움에 찬 눈빛으로 그러한 이야기를 하셨다.
"아니 여기 아이들은 어쩌면 담배를 그렇게 안 피워요?
아니 여기 아이들은 어쩌면 인사를 그렇게 잘해요?
여기 아이들은 왜 이렇게 잘 웃어요?"
나 혼자 생각해 본것이다. 서울에서보다 N시 지역 아이들이 담배를 엄청 피우는 것은 고교에서 흡연시 서울은 엄격한 학칙을 적용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하철과 버스만 타면 인근 고등학교로 전근을 가면 되니깐 엄격하게 적용하는데 반해, N시 지역에서 학칙대로 했다간 어디로 전학갈만한 데가 없고, 전학가면 이사를 가야할 만큼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아이들만큼이나 학교선생님들도 유순해서 먼 곳으로 통학시 이사를 해야하니 징계나 적발 절차에 느슨하게 적용하는 면이 있어서 그런가? 생각했다.
2. 교사 시간
2016학년도 올해도 수요일은 5교시로 진행하기가 하면서 연구부장은 그 날 어떻게 교사들이 시간을 보낼것인지, 교육청에 보고해야한다며, 전체 메신저가 날아왔다. 그 수요일 오후 1시간 남짓을 교사들이 뭐 딴짓이라도 할까봐 그 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고하란다니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상한 공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답신을 주었다.
" 매년 수요일이 5교시여도 무엇을 계획하기가 어려웠어요. 다들 바빠서 보건실에서 해야만 하는 연수시간도 연수물로 대체하곤 했지요. 연수참여 독촉, 교내 독서연구동아리 모임' '미루어진 업무 처리하다보면' 그날도 다들 얼굴보기 어렵고, 작년도 보건실에서 교사 자살예방 연수, 성매매 연수, 성폭력 예방 2시간 이수, 심폐소생술 연수, 등 꼭 해야 할 연수도 눈치가 보여서 거의 못했답니다.. 학교현장이 이렇게 바쁜데 선생님이 그대로 보고하면 어떨까요? 교육청이(교사들이 놀까봐) 걱정할 일이 아닌듯싶습니다."
학교내 청소년 흡연이 나의 업무로 받아들여지고 부터는 어떻게 하든 열심히 하고 있다.
주위 동료들은 왜 그렇게 바쁜데 그 일을 하느냐고 하면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내가 안하면 누가 하실건가요? 아이들이 옆에만 있어주면 금연을 해요. 그것도 쉽게.
그러니 어떻게 바쁘다고 안할 수가 있겠어요. (후~~)
정말 흡연청소년을 감당하는 것은 한 학급을 맡는 것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중등 보건교사 발령 자체가 이미 500~600명 정도 이상으로 웬만큼 규모가 되어야 발령이 나는 판이니 이 일을 생각하면 꼭 이 기억이 떠오른다.
간호학생 시절 수술실 실습에 들어가서 수술부위를 보기 위해서 피부를 절개하고 수술집게로 그 피부 사이를 벌려서 틈새를 만들어 내던 기억이다. 학교에서 흡연생을 지도할 시간은 결코 없다. 어떻하든 틈새를 확보해내서 하지않으면!
"교원의 잡부 경감 대책은 정책 차원에서 부터 일선 현장의 경영자 및 교사에 이르기까지 의식을 전환하고 벗어나야만 교수 학습의 질을 향상시킬 뿐더러 전인교육에 이바지하고 청소년 함양 등에도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성인제(1987), 학교경영조직에 관한 일연구, 단국대학교대학원 석사논문, 76쪽>
성인제의 글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잡무는 1980년대도 잡무는 많았나보다. 현장에서는 컴퓨터로 NEIS화 되면 행정업무가 경감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식과 정보가 넘치면서, 한 업무를 위한 계획서도 책 한 권 수준이 되었다. 예전에 수기로 할 땐 4~5장 정도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또 보고하라는 공문, 위와같이 수요일 한 시간 일찍 학교에 아이들이 없으면 어떻게 할거냐는 쓸데없는 공문까지 말이다.
"일천한 교직 경험으로 교재 연구와 학급경영에 고민을 쏟을 시간도 부족한데, 아이들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각종 전시용 행사와 교육 실적물을 양산해 내는데 미력한 자기 역량의 대부분을 소진해야 하는 현실이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요? 공사판도 아니고 어떻게 신성한 교육의 장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그것도 '전문직'을 자임하는 지성인들에 의해 빚어지는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죠.<이성우(2015), 교사가 교사에게, 우리교육, 47쪽>
"그렇다면, 그런 쓸데 없는 짓거리는 얼렁뚱당 해치우는 게 최선입니다. 거짓말 적당히 섞어서 대충 처리하는 요령을 빨리 터득하시기 바랍니다<위와 같은 책, 34쪽)>
1994년도에 첫 발령받아 공문을 어떻게 하는지 선생님들께 자문을 구하면, 선생님들이 들려준 그때도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실제 당하면 그렇게 기록에 남는 공문을 그렇게 처리할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리 학교 하나 빠지면 교육청 통계가 빠지게 되고, 나이 어린 어쩌면 배부른 임신부로서 위에다 또 보고공문을 올려야 하는 말단 그곳 직원의 처지까지도 연상이 되어서 미룰 수도 없다. 출근하면 공문부터 보기를 그동안 평생동안 했다. 항상 3시간여의 시간이 그 일로 무의미하게 지난다. 미친짓이다. 찾아오는 아이들 대충대충 쫓아보내면서 컴퓨터에 코박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참으로 이 웬일인가 싶고, 도무지 믿어지지 않지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다.
3. 지역사회 시간태
N시는 남녀노소 불문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닌다.
우리 학교에도 거치대를 마련해주는데 100여명이 자전거 등하교를 하고 있다.
N시는 여름철이면 오후 7시, 겨울철이면 5시면 거리가 한산하고, 골목길은 나같이 서울거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사람도 없고 어두워 겁난다. 아이들이 잠을 잘자서 그런지 피부들이 뽀송뽀송하고 인사도 잘하고 해맑다.
N시는 점심식사 끝나면 3시부터 5시까지 식당들이 밥을 주지 않는다.
쉬는 시간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모르고 몇 날이나 늦게 나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다가 헛탕을 친 뒤에 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N시로 온지 3년 째, 화장한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15학년도 작년 겨울방학식을 끝내고 교직원 연수를 가는데 어느 사이 학교 담벼락에 2장의 프랑카드가 걸려있었다. 멋진 외모를 위한, 체육학원과 미용실에서 세일한다는 선전용 프랑카드였다. 어린 청소년들의 자본에 포획되는 몸과 그 용돈을 다 마련하기 위한 부모. 혹은 보호자 들의 노고로 마음이 무거웠다.
N시 지역은 당연히 자전거 사고가 예상된다. 실제로 보건실에서 보면 많이 다친 경우는 자전거 사고이다. 3월 학기초 2명이 병원에 입원하였다. 미등을 달거나 헬멧을 쓰지 않는다. 안전교육이 있기나 한지, 작년 여름방학내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이 안전대핵을 마련하고자 생태계 최적인 자전거 문화와 문화컨텐츠로 살려내자고 호소문을 띄웠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듯해서 시청과 지원청 홈피에 올렸는데 시청은 당장 반응을 보였다. 생전 안하던 짓이었다. 뭐가 두려워랴, 죽기도 하는데, 그리고 2016학년도 학교는, 지역사회의 아이들은 올해 아무런 변화는 없다.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한다. 운전을 경험한 보행자와 운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횡당보도를 건너는 방법은 다르다. 운전을 경험한 자는 자신이 얼마나 부주의한지 체험하지만, 운전을 안해본 사람들은 자동차가 그냥 비껴주는 줄 안다. 그러니 어린 아이들 전두엽이 이제 막 공사중인 아이들에게 자전거안전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