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철저하게 개별적이고 개성적이다. 이런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를 미시적으로 관찰하고 집요하게 분석해서 마침내 삶의 진실을 보여주는 예술, 그것이 소설이다. 우리가 좋은 소설을 만나면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받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에 응모한 소설 한 편 한 편을 소중한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읽고서 다음의 5편을 본선에 올렸다. "모슬포에는 Book펜션이 있다", "별의 바다에서, 우리는", "흰 소의 희망 노래", "박수기정 노을", "섶섬이 보이는 서귀포 풍경"이 그 작품이다.
"모슬포에는 Book펜션이 있다"는 타향에서 전력을 다한 분투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좌절을 겪은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와 재기를 꿈꾸는 이야기다. 소박한 문장으로 담담하게 스토리를 이끌었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구성도 자연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에 사기를 당하는 일련의 전개가 작위적으로 느껴져 아쉬웠다. 독자의 동의가 있으려면 개연성을 염두에 둔 좀 더 치밀한 소설적 장치가 필요하다.
"별의 바다에서, 우리는"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한 소방관의 기일 풍경을 그리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적확한 문장, 스토리를 선도하는 묘사력, 아픔을 다독이는 적절한 위트와 유머, 잘 계산된 대화를 통해 슬픔과 그리움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냈다. 아쉬움이 있다면, 작품에 ‘칠십리공원’ 외에 제주적인 요소가 없다는 것.
천재 화가 이중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흰 소의 희망 노래"는 그의 미술관이 서귀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절로 관심이 갔다. 그가 피란민으로 서귀포에 밀려와 보낸 가난과 궁핍의 시간들, 그 안에서 꿈틀거렸을 예술혼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품과 공력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나 정작 그런 노력이 작품의 완성도로 연결되지 않아 아쉬웠다. 시종 작가의 목소리가 도드라져 주인공 중섭의 존재가 묻혀버린 느낌이었다.
"박수기정 노을"은 악성 아토피피부염으로 시작된 고통으로 인해 우울증과 공황장애, 대인기피증을 앓던 주인공이 삶을 마감하기 위해 찾은 서귀포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 기적 같은 치유를 경험한다. 부러 멋을 부리지 않은 담백한 문장, 인과관계로 단단하게 무장된 플롯, 거기에 스토리를 조곤조곤 풀어내는 작가 특유의 입심, 현실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감성적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장점을 덮을 만한 흠결은 아니었다.
"섶섬이 보이는 서귀포 풍경"은 작가의 글쓰기 내공이 상당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섬세하면서도 안정된 문장,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진척시키는 능력이 탁월했고 작품 곳곳에 오랜 탁마의 흔적이 엿보였다. 게다가 결말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재미있는 결말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복선으로 깔린 모자의 변비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시했는데, 결국 가벼운 콩트처럼 마무리된 것이다. 이는 주제의 진정성과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여서 아쉬움이 컸다.
『서귀포문학작품 전국공모』는 작품의 완성도만으로 수작을 가리는 여타 문학상과 달리 주제에 제한을 두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서귀포시가 정한 응모기준까지를 염두에 두고 최종심에 임한 결과, ‘치유의 섬 제주’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박수기정 노을"을 당선작에 올렸다.
영광의 당선자에게는 아낌없는 축하를, 선에 들지 못한 분들에게는 위로와 함께 분발을 당부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심사위원: 오을식(소설가) 강준(소설가,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