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선생이 병석에 있을 때의 일
신미년(1571, 선조4) 12월 21일 〔南冥先生 病時 事蹟 辛未十二月二十一日〕
김우옹(金宇顒)에게 이르기를 “나는 평생 한 가지 장점은 가지고 있는데, 죽어도 구차하게 따르지 않는 것이다. 자네는 아직도 기억하겠지?”라고 하셨다. 또 나와 김우옹, 정구(鄭逑)에게 말하기를 “자네들은 출처에 있어서는 대략 본 바가 있다는 것을 내가 마음으로 인정한다. 사군자(士君子)의 큰 절조는 오직 출처 한 가지에 있을 따름이다.”라고 하셨다.
15일 아침에 나와 김우옹을 불러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오늘 정신이 전과는 다르니, 아마 죽을 것 같다. 다시는 약을 들이지 말라.”라고 하셨다. 손으로 두 눈을 닦아내고 눈을 열어보니, 눈동자에 정기가 있으면서 맑아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또 창문을 열라고 하시면서 “하늘의 해가 이다지도 맑고 밝구나.”라고 하셨다. 또 “벽에 써 둔 ‘경’과 ‘의’ 두 글자는 매우 절실하고 중요하다.…… 배우는 사람은 요컨대 공부가 푹 익도록 하는 데 있다. 공부가 푹 익으면 가슴속에 아무것도 없게 된다. 나는 그런 경지에 이르러 보지 못하고 죽는구나.”라고 하셨다.
이날 선생은 이미 약을 끊었고, 미음도 드시지 않은 채 종일토록 푹 묻혀 누워계셨는데, 정신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내가 나아가 “약을 끊는다는 것은 이미 말씀을 들었습니다. 미음마저도 드시지 않는 것은 자연스런 도리가 아닌 듯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선생께서 이 때문에 조금 드셨다. 저녁때가 되자 조금 기운을 차렸다. 다시 20여 일을 누워계시다가 숨을 거두었다. 선생께서는 심한 병 속에서도 마음을 붙잡아 간직하는 뜻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옛사람이 이른바 ‘숨 한 가닥이라도 남아 있으면 이 뜻을 조금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격이었다.
南冥先生病時事蹟
辛未十二月二十一日
謂宇顒曰。吾平生有一長處。抵死不肯苟從。汝尙識之。又語仁弘及顒,逑曰。汝等於出處。粗有見處。吾心許。士君子大節。惟在出處一事而已。十五日朝。呼仁弘,宇顒曰。吾今日精神異前。殆其死矣。其勿復進藥。以手拭兩眼。開視眸子。精明無異平生。又令開窓日。天日如許淸明也。又曰。書壁敬義二字。極切要云云。學者要在用工熟。熟則無一物在胸中。吾未到這境界以死矣。是日先生旣斷藥物。米飮不入口。終日沈臥了不亂。仁弘進曰。藥之斷。固聞命矣。至於米飮不入口。恐非自然底道理。先生爲進少許。日夕而稍蘇。更留連二十餘日而終。先生雖在甚病之中。未嘗一刻忘操存之意。殆古人所謂一息尙存。此志不容少懈者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