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빌에서
고경자
당신이 기품있게 아라비카 생두향을 지필 때 바람 손끝을 염탐하며 뿌리발로 디디고 선 울창한 날들 정오의 그림자 길게 누워 흐르고 계곡물에 더위를 식히는 북한산 세 봉우리 웃음소리 청량하다 아라비카 생두맛에 홀린 인수봉 철마다 메니에르병을 앓고 젊은 입술들도 공기의 질감을 어루 만지며 누군가 두고간 달달한 계절을 찻잔에 담는다 달빛 품은 햇빛 씨앗들 차마 꺼내지 못해 남긴 말 꽃등에 매달려 포인트빌은 묵언수행 중이다
사람이 쉬지 않고 일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를 생각할 겨를이 없이 지쳐 쓰러지고 말 것이다." 산다는 건 죽도록 일을 하는 거다 " 라는 말은 살려면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만 휴식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 또한 " 산다는 건 죽기 위한 과정이다" 라는 말도 수긍이 가는 것은 사람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 한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나 현재에 가장 현명한 사람은 열심히 일을 하면서 적당히 휴식을 갖는 사람이다. 쉬지 않고 일을 한다해도 밤이면 잠자는 시간이 있어 주어진 생을 이어간다고 해도 일하는 시간에 휴식을 갖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과다. 그런 휴식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각자의 직업과 지식, 그리고 여유로운 마음가짐에 있다. 그러나 그것을 지혜롭게 터득하고 사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경쟁사회에서 적당히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누구에게나 선택의 여지가 없고 적당히가 통하지 않는다. 고경자 시인이 이 문제를 풀어냈다. 자연을 즐기며 한 때의 여유를 가지면 된다. 아무나 할 수 있으나 아무나 못하는 삶의 지혜다. 포인트빌은 북한산이 한아름으로 안을 수 있는 장소에 세워진 카페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밖을 보면 삼각산의 세 봉우리가 한 눈에 들어와 세상을 한꺼번에 품은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곳에서 여유를 느끼지 못한다면 사람이 아니다. 먼 열사의 땅 아프리카 산의 아라비카 커피를 두고 지구촌의 향기를 전부 맡으며 우리의 자연을 만끽하는 휴식이야 말로 삶의 진정한 가치 찾기다. 공기의 질감을 어루만지는 여유와 달달한 계절을 커피잔에 담는 지혜로운 여유, 이것이 삶의 가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연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자연에게 배푸는 듯한 여유로 우리의 생활을 윤탹하게 한 작품이다.[이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