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곤충사회 - 최재천/호모 심비우스/인문
【저자소개】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냈고 현재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평생 자연을 관찰해온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명에 대한 지식과 사랑을 널리 나누고 실천해왔다. 2019년에는 세계 동물행동학자 500여 명을 이끌고 총괄 편집장으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을 편찬했다. <다윈의 사도들> <다윈 지능>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 <최재천의 공부> <통섭의 식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저를 출간했다.
【책 내용 소개】
목차
협력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식물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 sebastian_unrau, 출처 Unsplash
과연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는 누구일까? 지구상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존재 말이다. 코끼리? 아니면 고래? 정답은 바로 식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의 무게에 비하면 동물의 무게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반면 숫자로 가장 성공한 집단은 곤충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지구상에서 무게와 숫자로 가장 번성한 이 두 집단이 단순한 경쟁을 통해 서로를 죽이며 성장한 것이 아니라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즉 서로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번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두 종이 협력했다면, 우리도 협력하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협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 carolineveronez, 출처 Unsplash
실제 최근 들어 기업에서는 이런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항공사들끼리 '스타얼라이언스'라는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인데, 이를 통해 각 회사의 마일리를 공유할 수 있고, 항로도 나눠쓰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 서로 경쟁하는 회사들이지만 이따금 손을 잡음으로써 다른 경쟁사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미국 MIT의 우디 플라워스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마 20세기의 전문인들은 다른 사람을 짓밟으며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21세기는 그런 사람들보다 함께 가면서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성공할 것이다. 애덤 그런트의 <기브 앤 테이크>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직장 내 혹은 사업의 세계에서 남들을 챙기고 자신의 것을 흔쾌히 나눠주려는 사람들이 크게 성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이나 SNS의 기술의 발전으로 그들의 평판이 더 널리, 빨리 퍼질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업이라는 것이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기적으로 군다면 아무도 그와 일하고 싶지 않을테고, 결국 가치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워진다. 즉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협력은 필수인 시대가 된 것이다.
식물과 곤충의 동맹이 생물학적 번성을 이끌어냈듯이, 우리 인간도 서로 협력한다면 더 좋은 결과,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호모 심비우스의 마음으로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는 진짜 현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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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을 학명으로 부를 때는 '호모 사피엔스'라고 한다. 앞에 나오는 호모란 우리가 속해 있는 갈래이고, 뒤에 사피엔스는 우리 종의 이름이다. 이 세상의 많은 생물이 한 속에서 여러 종으로 나뉘듯, '호모'라는 속에도 여러 종이 있었다. 살면서 한 두 번 정도는 들어봤을 법한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호모 속은 우리 사피엔스 밖에 없다. 우리는 매우 배타적인 종이기에 주변에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존재를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와 같은 속의 종들을 모두 제거하고 혼자 살아남은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사피엔스', 즉 '현명한 인간'이라고 부른다.
과연 우리는 현명한가?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는 우리가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인류의 두뇌는 탁월함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기후를 파괴하고 우리가 사는 터전을 별생각 없이 파괴하고 있다. 스스로를 덫에 가두고 있는 꼴이다. 이는 현명함과 거리가 멀다.
사피엔스가 아닌 심비우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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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호모 심비우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호모 심비우스란 '자연계의 다른 생물과 공생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인류가 발전한다고 한들 이 지구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자연재해를 이겨낼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의해 더 빈번하게, 더 강하게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앉아서 두고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죽고 사는 문제에 부딪혔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심비우스로써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을 지녀야한다. 헛똑똑이가 아닌 공생을 마음에 두고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이다.
【소감】
<최재천의 곤충사회>를 읽으며, 교수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자연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졌고, 그 시선을 통해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향해야할 태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특히 인간이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라 부르며 지혜로움을 자화자찬하는 것을 꼬집으며 과연 인간이 지혜로운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부분은 통쾌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뛰어난 지능으로 많은 발전을 이룩해왔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을 아주 빠르게 파괴하고 있다. 똑똑함과 지혜로움은 다른 것이다.
많이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현명하게 사용하느냐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인간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기후와 생태계를 지켜나가야 한다. 아무리 인간이 똑똑하다고 한들, 지구적 재난에서는 벗어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지혜롭다고 자만하기보다는, 우리 인간 또한 자연의 한 일부분의 불과하며 다른 존재들과 손잡고 공생해나가려는 마음가짐을 지니는 것이 지구의 모든 존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