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시도 모도, 섬 트레킹
1. 일자: 2023. 2. 8 (수)
2. 산: 구봉산 (180m)
3. 행로와 시간
[삼목항(09:00) ~ (배) ~ 신도선착장(09:10~30) ~ (버스) ~ 모도 소공원(09:47) ~ 배미꾸미 조각공원(10:02~30) ~ Modo 갯벌체험장(10:44) ~ (해당화꽃길) ~ 다리(11:15) ~ (공동묘지/마을) ~ 수기해변(12:00~30) ~ (해당화꽃길) → 다리(13:02) ~ 구봉산(13:42) → 구봉정(13:58) ~ (임도) ~ 신도선착장(14:37) / 15.2km ]
< 신도 시도 모도 트레킹을 준비하며 >
섬 산행을 간다. 옹진군에 위치한 신도 시도 모도다. 신도는 산이 좋고, 시도는 해변이 좋고, 모도는 조각품이 좋다 한다. 신도는 세 섬 중 가장 크고 구봉산이 있고, 시도는 수기해변이 멋지고, 구경거리로는 모도 배미꾸미해변 조각공원을 으뜸으로 꼽는다..
신도 구봉산은 기슭을 한 바퀴 도는 임도가 있고 숲이 풍성해 산책하며 걷는 맛이 있다. 구봉정에서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걸 볼 수 있다.
세 개의 섬을 연결하는 시도는 고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수기해수욕장과 일몰이 장관인 해변이 멋지다. 완만한 산과 바다가 잘 어울러져 있으며, 강화도 마니산 봉우리를 눈앞에서 보는 즐거움 또한 만끽할 수 있다.
모도의 배미꾸미는 초현실적인 조각품이 있는 해변으로, 조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색적인 명소다.
< 희망사항 >
배 타기, 수기해변에서 바라보는 강화도의 마니산, 정족산, 동막해변 조망, 갯벌과 바다, 섬마을 풍경 등이 기대된다
< 영종도 가는 길에 >
사당에서 1시간 만에 영종도 삼목항에 도착했다. 신도는 영종도의 북서쪽에 위치한다. 선착장에 서 있는 커다란 영종도 안내 지도를 한참 바라보며 가야 할 곳의 상대적 위치를 살핀다.
인천 옹진군에는 유인도가 25개, 무인도가 75개로 100개의 섬이 있다, 그 중 세 개의 섬을 걷는다. 신도와 장봉도 가는 배는 9시에 삼목항을 출발했다.
< 신도 >
세 섬을 도는 버스를 타고 종점인 모도소공원에 내린다. 배에서 싸늘하게 느껴지던 날씨는 햇살 덕에 포근해진다. 일행을 따라 배미꾸미 해변으로 이동한다. 예전엔 입장료를 받았나 보다. 이 겨울 이 외진 곳에 누가 있으랴 했는데 의외로 사진 작가들이 많이 와 있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조각품 때문인가 보다. 외설적이고 기괴한 조각품이 많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보니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해안 바위 위에 설치한 잎이 길게 늘어진 나무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조각품도 좋았지만 해변 자체가 명품이다. 고운 모래해변과 함께 검은 바위들이 산재해 있는 바다 풍경은 아스라히 옛 기억을 불러오고, 햇살에 반사된 바다는 몽환적인 기분에 젓게 한다. 기대 이상이다. 해변 위 언덕에는 개장을 앞둔 근사한 숙박시설도 있다. 앞으로 이곳은 지금보다 더 유명세를 탈 것 같다.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잃고 헤매다 다시 해변으로 내려선다. 모래사장을 한참 걷고 나니 언덕으로 오르는 데크가 보인다. 제대로 된 등로를 찾았다. 야산에 올라 솔 숲을 걷고 내려서니 정자가 놓인 쉼터가 있다. 출발 전 사진으로 본 모도를 알리는 붉은 간판이 인상적이던 곳이다. 갯벌 체험장인가 보다. 여름에는 사람들로 북적일 곳에 고요만이 깃든다. 정자에 앉아 바다를 보며 늦은 아침을 먹는다. 바다 풍경이 아득하다.
해당화꽃길이라고 명명된 방죽 길을 걷는다. 처음엔 길이 맞나 싶었는데 중간에 벤치가 있어 제대로 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엷은 갯벌 내음이 느껴진다.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넌다. 모도와는 이별이다. 풍경이 꽤 근사한 섬이었다.
< 시도 >
도로를 따라 걷는다. 해변 바위 위에 사람 형상이 있어 자세히 보니 조각상이다. 모도 해변에 있던 조작품과 연결되나 보다. 특이한 풍경에 반해 한참을 바라보았다. 노루메기라는 곳을 지나 이정표 따라 수기해변을 향해 걷는다. 언덕에 올라서니 커다란 공동묘지를 지난다. 이어 마을 길을 돌아 드니 수기해변이 등장한다.
철 지난 겨울 바닷가, 매점은 개점휴업 상태인 것 같다. 해변으로 내려선다. 널찍한 바다 풍경이 근사하다. 놀라운 건 바다 건너가 강화도이고 마니산 줄기가 선명하다는 게다. 마니산의 화강암 암릉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옆으로 정족산이 있고 동막해변도 보인다. 마니산의 전모가 드러난다. 예상치 않은 풍광에 눈이 놀라고 발걸음은 분주해진다. 바다 위에 작은 바위 섬들이 지천이다.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찍기 놀이에 빠져든다. 그 중심에는 강화도를 바라보는 풍경이 있었다.
길을 헤매다 수기전망대는 포기하고 해변을 따라 걷는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해변 모래에 내 발자국을 내며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수기해변은 예상대로 근사했으며 넓고 길었다. 고운 모래와 검은 돌과 바위가 산재한 해변을 정처없이 걷는다. 최고의 해변을 내 것 인 냥 독식한다.
데크 계단을 올라 해변과 이별하고 발 닿는 대로 걷는다. 마을 어귀를 돌아드니 다시 해당화꽃길이 길게 이어진다. 이번 역시 콘크리트 제방으로 연결된다. 거리가 1.4km라 하니 무척 길다. 길 옆으로는 시도염전이 이어진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황량한 풍경이지만 바다가 있고 멀리 마니산이 호위하기에 기분은 최고다. 겨울 햇살이 머리에 내려앉는다.
< 모도 >
다시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넌다. 바라보는 바다에는 암회색 갯벌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작은 배 몇 척이 해변에 묶여 있다. 한가로운 겨울 어촌 풍경을 멀리하고 구봉산 자락으로 들어선다.
4시간 만에 처음으로 산비탈을 오른다. 허벅지가 무쭐하다. 솔 숲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걷는 행위 이외에는 어떤 잡생각도 없다. 산에 오르니 바람이 거세다. 30여분 만에 구봉산 정상에 올라선다. 돌탑이 높다랗게 쌓여 있다. 주변을 살핀다. 산 자체가 곧 섬이다. 육지가 솟아 올랐다가 펑퍼짐하게 내려앉은 게 섬임을 확인하다. 높이 180미터의 등산은 싱겁게 끝이 난다. 내려서는 길, 바위 틈으로 하늘이 열리는 지점이 몇 개 있었지만 조망은 감질났다. 구봉정에 와서야 제대로 트인 풍광과 마주한다. 끝없는 갯벌 넘어 멀리 영종도와 공항이 보인다. 아득하다.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은 임도였다. 잎을 떨구고 휑한 겨울 나무가 호위하는 길의 주인이 되어 홀로 걷는다. 꽤 먼 길을 지루할 틈 없이 걸었다. 바닷가로 내려서고 마을을 지나 멀리 배 떠나는 선착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 에필로그 >
15:30 배를 따고 신도를 떠나온다.
바다와 삼목선착장이 내려다 보이는 음식점 창가에 앉는다. 회덮밥을 주문하고 허겁지겁 먹는다. 음식 맛보다는 바라보는 풍경이 식욕을 돋운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버스가 출발한다. 오후 5시가 지난다. 1명이 탑승하지 않았다. 미리 갈 거면 연락을 주었으면 기다리지 않고 조금 더 일찍 버스가 출발했을 텐데, 그러면 사당 부근에서의 긴 정체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도 시도 모도, 자꾸 되내이니 입에 딱 붙는 말이 되어 버렸다. 평일 3개의 섬 여행은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다. 바다와 갯벌, 섬 그리고 해변이 어우러진 꽤 근사한 여행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감기 몸살이 온 것처럼 몸이 무겁다. 2월 들어 무리하게 여러 곳을 다녀서 인지 몸에 탈이 났나 보다. 쏘다니지 말고 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