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내가 처음으로 진로를 정한 나이였다.어릴 적부터 과학을 좋아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실험 도구를 갖고 노는 것이 재미있었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 즐거웠다. 과학은 언제나 나의 관심사 정 중앙에 있었고, 그렇게 막연하게 꿈꿔온 ‘과학자’는 오랫동안 내 꿈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과학자’라는 말이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선택해야 하는지,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물리학’과 ‘생명과학’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겪었다. 물리는 과거부터 흥미를 느껴왔고, 취업률도 좋은 편이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거리감이 느껴졌다. 반면 생명과학은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였고 성적도 상대적으로 더 잘 나왔다. 결국 생명과학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단순히 흥미와 점수만을 기준으로 결정한 선택이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들었다. 고3이 된 지금, 나는 진로뿐 아니라 입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고2까지는 ‘인서울’이라는 막연한 목표만 있었고, 내가 어느 대학을 갈지, 대학을 가면 그 다음은 어떨지 아직 실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내 한계와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특히 국어 성적은 늘 내 발목을 잡았다. 다른 과목에 비해 유독 낮은 점수는 전체 등급을 끌어내렸고, 그로 인해 내가 원하던 대학과 학과는 점점 멀어져 갔다.
처음에는 ‘그래도 이정도면 인서울 상위 10위권정도의 대학은 운 좋으면 붙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고1, 고2 때는 그 정도 대학을 목표로 공부했고, 어느정도 현실성도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내신도 모의고사도 성적은 점점 불안정해졌고, 그로 인해 목표는 한 단계씩 낮아졌다. 그렇게 나는 처음 가졌던 꿈에서 멀어졌고, 더이상 다가갈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누군가는 지금 내 성적과 상황에 대해 “그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냐”고 말 할 수 있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이 정도를 목표로 했다면 덜 속상했을 것이다. 높은 곳을 바라보며 올라가다가 중간에 내려와야 했기에 더 아프고, 그럼에도 현실과 타협하는 내 자신에 대해 더 자괴감이 들었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입시에 있어 많은 부정적인 상황을 접했지만, 나는 다르리라 생각했고,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현실은 나도 다를바가 없었다. 사실 나는 늘 ‘이번에는 정말 달라지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겠다는 말 만 하고 스스로 안심했던 것 같다. 목표와 결과는 노력을 대가로 바쳐야 얻어지는 것인데 성급한 마음에 노력없이 결과만을 추구했다. 내가 진실로 좋아하는 길이라면 어려움을 알고 견뎌야 하고, 충분히 노력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계획만 세우고, 다짐만 반복할 뿐 실제로는 그에 걸맞은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의 내 꿈은 점점 희미해졌고, 내가 가야 할 길도 모호해졌다.
또한 진로 자체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곂쳐서 더욱 더 고민되었다. 생명공학과는 다른 공대 계열인 기계공학이나 컴퓨터공학에 비해 취업이 어렵고, 급여 면에서도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주변 어른들은 ‘안정적인 진로’를 이야기하며 다른 공학 계열로 눈을 돌리라고 조언했다. 그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애써 현실을 외면하며 낙천적인 태도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학교 화법과 작문 시간에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하나의 영상이 나를 흔들었다. 그 영상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람과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람이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완전히 내 상황과 같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말들이 내 태도를 변하게 한 것 같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는가? 혹시, 좋아한다고 착각만 한 건 아닐까? 좋아하는 마음에 기대어 노력은 소홀히 하진 않았는가? 그 질문은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했다. 결국, 나는 과거의 나를 후회하면서도 여전히 행동보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나는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는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과거의 나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자격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 내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는 내 자신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떳떳할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다. 비록 그 노력으로도 내 꿈을 완전히 이룰 수는 없을지라도,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고 최소한 후회 없는 선택과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 나는 이 고민과 경험들을 발판 삼아,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내 꿈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생명과학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아직 변함이 없다. 다만, 그 길을 가기 위해 내가 짊어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다 잘 알았다. 이제는 내 생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해서 그 분야에서 내가 설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