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 Theory)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으면 어린아이가 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소수의 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다. 노인들은 자신들을 경륜이 쌓인 ‘지혜 덩어리’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소수의 사람들이 노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노인전체를 무지하게 여기는 것을 대단히 못마땅해 한다. 실제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부단히 도전하고 비젼을 꿈꾸며 그로인해 교육받기를 갈망하고 있다. 실제 연구(2004, 서울관악노인복지관)에 의하면 노인종합복지관의 사회교육프로그램의 욕구가 91.8%에 달하는 것만 봐도 현대의 노인들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
경륜과 지혜를 소유하신 노년세대들은 현대 사회의 지식정보에도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세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들을 수반하게 된다. 차동엽 신부가 얘기듯이 ‘세살버릇 여든에라도 고쳐보자’는 것은 멋진 생각이다. 노년의 변화를 위한 노력들이 중요함에 대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1982)’이라는 논문은 건물 주인이 깨진 유리창과 같은 사소한 피해를 방치하면 절도나 폭력 같은 더 큰 강력범죄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이다. 깨진 유리창을 본 사람들은 건물주가 건물을 포기했다는 인상을 갖게 되고 시간이 가면서 이곳이 점차 ‘무법천지’라는 인식을 굳히게 되기 때문이다. 작은 무질서와 하찮은 범죄를 가볍게 여기면 심각한 범죄로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홍보와 마케팅 전문가인 마이클 레빈은 이 이론을 경영학에 응용해 ‘깨진 유리창’법칙을 고안했다. 기업이 사소한 실수와 미비점을 방치하면 예기치 않은 손실과 치명적인 경영실패를 부른다는 것이다. 칠이 벗겨진 매장 벽, 더러운 화장실, 한 명의 불치절한 직원 등 작은 사소한 실수를 방치하면 결국 거대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범죄학이든 경영학이든 ‘깨진 유리창’은 바로바로 손봐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 메시지의 의미를 노화에 적용하자면, 수정처럼 맑은 상점의 전면유리와 같았던 아름다운 청춘이 외모적으로는, 주름진 피부와 백발, 구부러진 허리와 노화로 인한 신체 각 부분의 결여된 모습 등 신체적 결점들은 깨진 유리창과 비교할 수 있겠다. 또한 정신적으로는 역할상실과 기력상실로 인한 자부심결여, 고독감으로 인한 자신감결여도 깨진 유리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늙음’이라는 깨진 유리창에 더욱 악한 상황이 가속화된다면 주름진 얼굴에 고지식한 언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큰 목소리에 아집과 편견으로 뭉친 고집 센 주장, 신호를 무시하는 무단횡단행위에 젊은 사람들과의 나잇살 시비 붙기, TPO에 맞지 않는 옷차림, 나이를 핑계로 무시하는 공중도덕 등 깨진 유리창 법칙의 결론과 같이 제과점을 폐쇄해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깨진 유리창을 바로바로 교체하지 않으면 그 파급효과는 노인사회 전체에 대한 비난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이란 다 그렇지’라는 생각을 사회전반에 미치게 되는 것이다. 깨진 채 유리창을 방치하고 놔두듯이 노년을 ‘이대로 살다가지, 뭐!’ ‘늙은 나를 거들떠나 보나!’하는 생각은 상점의 깨진 유리창 앞에 더 많은 쓰레기를 던지듯이, 후세대들은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노인네들이 다 그렇지!’라고 하는 말을 던지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어린아이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노인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건물주가 유리창을 깨진 채 두지 않고 전면 유리로 다시 갈아 끼웠다면 가게를 폐쇄하는 막대한 경제손실을 입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그렇듯 노년의 한 시점에서, ‘늙음’이라는 ‘깨진 유리창’의 문제를 만났을 때, 새로운 전면 유리창으로 갈아 끼우듯이 노년의 마인드를 바꾸는 작업은 남은 노년을 ‘깨진 유리창’이 아닌 ‘수정처럼 맑은 유리창’과 같이 빛나게 할 것이다. 또한 노년은 역할상실로 인해 단지 자신의 사회적 지위상실이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에, 후세대에 새로운 지위를 획득하므로 ‘경륜이 쌓인 지혜 덩어리’라는 찬사를 젊은 세대로부터 넘치도록 받게 될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출발을 위해 멋진 생각으로 바꾸어 보시기를 제안합니다.
<배정희 소장, 시니어 라이프디자인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