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보약" 돈나물(돌나물)
쓸쓸히 비어 있던 나뭇가지에
샛노란 산수유 꽃망울이 아우성치듯 터져나오더니
보도블록 틈새로 연초록 민들레며 꽃다지가 기운차게 비집고 올라온다.
따스한 봄기운에 온세상이 출렁이는 것 같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봄을 "발진(發陳)"의 계절이라 한다.
발진이란 묵은 것을 떨쳐버리고 힘차게 솟아난다는 뜻이니 영어의 스프링(spring,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다)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자연만물이 통통 튀고 솟아오르는 것과 달리 유독 사람만은 봄철이면
추욱 늘어져서 나른하다고 하소연한다. 대체 왜 그럴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인체가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만큼 체내 신진대사가 빨라지면서
각종 영양소가 마구 소모된다. 비타민은 겨울철에 비해 3배에서 무려 10배가 필요하다.
또 체온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혈관이 확장되고,
이때 피부 쪽으로 혈액이 몰리면서 허열이 나고 내장 기능이 약해져 입맛도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봄철에는 무엇보다 입맛을 돋워 체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허열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상큼 쌉싸름한 봄나물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봄나물은 대개 약한 쓴맛을 지닌 어린 싹을 이용하는데,
이 쓴맛은 사화(瀉火, 허 열을 내려줌)와 조습(燥濕, 몸이 무겁고 나른한 것을 없앰)
그리고 개위(開胃, 입맛을 돋워줌) 작용을 한다.
특히 새순을 따서 먹는 돈나물은 칼슘과 비타민C, 인산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여 건강식품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 흔히들
"돈나물"이라고 하는데 원래 이름은 "돌나물"로,
석상채(石上采) 또는 불갑초(佛甲草)라 부르기도 한다.
아삭아삭 경쾌하게 씹히면서 살살 녹아내리는 맛이 남다른 돈나물은
조선시대 문헌인 [산림경제]에 "석채"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어 있을 만큼
식용한 역사가 길다. 새콤달콤한 돈나물초무침이나 칼칼하고
시원한 돈나물물김치는 봄기운을 한껏 만끽하게 해주는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또 약용으로도 많이 쓰였다.
한방에서는 돈나물 말린 것을 경천초 또는 석지갑이라 해서
해열, 해독작용이 뛰어나다고 보았다.
돈나물 생즙은 간경변에도 효과적이고 피로를 풀어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일하다 손을 베였을 때 생즙을 찧어 상처 부위에 바르면 부기가 가라앉는다.
감염으로 인한 종양이나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를 때에도
생잎을 찧어 바르면 화농을 예방할 수 있다. 이는 피를 맑게 하고
살균과 소염 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간염, 간경화증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생즙을 마시기도 하며,
항암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간암치료제로도 이용된다.
북한의 [본초학]에서는 싱싱한 돈나물의 즙을 내
오래 먹으면 전염성 간염에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돈나물은 풋내가 많이 나므로 싱싱한 것을 골라서 깨끗하게 다듬은 후
으깨지지 않게 살살 다루어야 한다.
초무침이나 물김치 외에도 샐러드드레싱을 곁들이면 젊은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한의학박사-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