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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서파-수원산-죽엽산-축석령 (2004.4.4)
코스: 명덕3거리(06:10)-수원산(06:50)-국사봉(08:55)-큰넓고개(09:55)-죽엽산(12:15)-비득재(13:20)-노고산(14:35)-다름고개(15:56)-축석령(16:55) 계10시간45분(휴식포함)
누구와: 마눌과 나
돈: 점심:14,000원, 버스: 축석령-도봉산역 3,000원(2인)
선답자들의 기록을 검토한 결과 명덕3거리-축석령을 9시간30분 정도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리본이 많지 않은 동네 야산을 헤메다 보니 우왕좌왕 하게 되고, 도로를 많이 건느므로 인한 정신적 해이와 피로감으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산행중 진수성찬으로 식사를 한 후 다시 산을 오르는게 여간 힘들지 않았다. 역시 산꾼은 간소하게 식사를 해야 하나 보다. 차를 가져가면 택시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아들에게 부탁, 집을 출발하여 명덕 3거리 까지 1시간 남짓 걸려 도착했고, 곧바로 산행을 출발한다.
명덕3거리-47번국도 퇴계원에서 일동방향으로 가다 OB베어스 스키장 지나 현리/포천 방향 진출 IC로 나가 좌회전 하여 500m지점 명덕탄산천 입간판 있는 3거리
수원산 모든 물의 시발점이라..뜻은 좋은데, 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해서 정상을 밟지는 못한다. 그러니 근방 모든 물은 군부대 오물과 개오줌으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06:10 명덕3거리 “멧돼지 사육장” 조그만 간판이 서있는 언덕으로 올라 산으로 든다. 날은 훤해지기 시작해서 온갖 새들이 지져대고, 등로에는 이제 막 흙은 뚫고 나오는 원추리와 야생화가 “좋은아침” 인사를 한다. 출발점부터 계속 오르막인데, 06:30이 되자 동쪽 애기봉으로 부터 아침 해가 눈부시게 떠오른다. 그러나 사방은 가스가 차 있어 조망은 시원스럽지 못하다.
06:50 작은 봉에 이어 정상의 부대를 피해 밑으로 우회하는데, 길은 그곳에서 조금 산만하다. 풀과 쓰레기들을 헤집고 부대 왼쪽 능선으로 오르는데, 부대안의 경비견은 일요일이라 그런가, 정맥꾼인줄 알아보고 그런가 ? 짖다가 만다.
07:03 평평한 안부에 왔는데, 유격장 훈련장처럼 시설을 해 놓아 유심히 보니 개 훈련장이다. 절개지 사면의 노출된 나무뿌리에는 봄기운을 품은 물이 나무로 오르다 흘러내려 고드름으로 변했다. 날씨가 조금은 쌀쌀하고 흙은 얼어 단단하다. 바람이 차게 분다.
07:12 암릉을 지나 다음 봉을 지나고 산뜻한 헬기장에서 보는 조망은 9시 방향에 주금산, 서리산과 베어스타운 스키장이 뿌연 가스를 뚫고 내다보인다.
07:18 봉에서 리본이 많이 매인 왼쪽 길로 접어든다. 조금 가니 산전수전 다 겪었음직한 늙은 소나무 하나 고고하게 서서 정맥꾼을 맞이해 준다. 이후 길은 평평해서 좋다. 마눌은 나 몰래 집에서 뭘 해 먹었는지 기운이 펄펄 나서 내달리고 그걸 쫒는 난 가랑이 찢어질것만 같다.
07:30 두 번째 헬기장인데, 주변 나무를 제거 하는 바람에 리본들이 보이질 않는다. 길은 1시방향이고, 떨어진 리본을 주어 다시 매어 놓는다. 3번째 헬기장에서는 직진을 하고 이어 나오는 벙커에서는 양쪽에 리본이 매어 있지만 우린 왼쪽으로 간다. 20여분간 리본이 보이질 않다가 08:00 벙커가 있는 봉에서 고압선과 만난다. 2개의 작은 봉을 넘어 08:14 3째봉에 올랐다. 바위로 뾰죽한 이봉을 국사봉으로 착각을 했다. 이곳에서 지나온 수원산, 운악산이 잘 내다보이고 양쪽 도로에서는 자동차와 공사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온다. 이후 길은 고압선 철주를 따라 간다. 배가 출출해 오므로 아침대용으로 딱딱하게 굳은 떡을 먹는다. 3번째 고압철주에서 1시 방향으로 급하게 내려섰다. 여기서 앞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이 훤하게 내다보이면서 길은 평탄하게 진행되고, 고압선과 헤어지면서 작은 봉을 넘고 또 넘는다.
국사봉(547m) 08:55 헬기장이 나오고 그 뒤에 삼각점이 있는 봉이 있는데, 이곳이 국사봉이다. 썬 산악회에서 헬기장에 국사봉 팻말을 매달아 놓았다. 국사봉에서 약간 우측으로 급한 경사를 내리면서 우측으로 채석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보기엔 채석장을 우측으로 끼고 진행되나 했는데, 막상 다가가 보니 왼쪽으로 끼고 능선을 가게 되어 있다. 싸리나무 군락을 지나고, 소나무 군락의 내리막을 내려오니 2시 방향에 가산 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앞으로 지나게 될 넓고개 부근에는 파란 지붕의 공장들이 무수히 많이 들어차 있다. 내리막은 계속되고 주변에 진달래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왼쪽의 수 십 미터 절벽 밑으로 채석장이 내려다보이는 등산로는 밤중에는 대단히 위험 하겠다. 매 한 마리 절벽 돌출부에 앉아 졸고 있다가 우리가 지나자 훨 날아 자리를 옮기고 또 졸고 있다. 한참을 내려갔다.
넓고개
09:42 육사생도 기념비가 나온다. 이 기념비를 나서면 바로 구도로가 나오고, 구도로의 우측으로 “가산면” 입간판과 장승이 서있는데, 더 가면 왼편에“부천수지”공장과 그 앞의 폐수를 모아둔 못이 있고, 그 못 앞으로 연녹색 철책이 있는데, 왼쪽으로 철책을 따라 우마차길을 간다. 좌우에 밭이고, 우측 밭 건너는 묘와 송림이 있는 작은 언덕이다. 정맥길은 그 송림으로 이어질 것이나 그 후는 신도로 절개지 이므로, 우마차길이 신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무단횡단 한 후, 우측의 절개지 위쪽으로 올라간다.
한식 성묘 나온 사람들이 묘정비를 하다 우릴 이상하게 쳐다보는데, 고향 아버님 묘지를 돌보러 가지 않은 죄책감에, 평일 날 시간을 내서라도 갔다 오마 속으로 다짐한다.
능선에 오른 후 길은 왼쪽으로(리본 있음) 약간 내려가야 한다. 우측으로 올라가면 길이 없어진다. 그런 후 몇 십 미터 다음에 나오는 묘지에서 2시 방향으로 간다. 국사봉 이후 길은 북쪽으로 휘어져 넓고개의 구,신도로를 지난 후 얕은 봉에서 다시 남쪽으로 휘어지는 “ㄷ” 형이 된다. 멀리 보이는 죽엽산
몇 개의 묘를 지난 후 나오는 갈림길에선 우측으로, 동네 야산 같은 길을 간다. 배가 고파 다시 간식을 먹었다.
10:30 삼색의 천을 감은 서낭당 같은 나무 우로 내려오니 작은 넓고개(비포장 농로)이고 우측엔 자그마한 집 한 채 서 있는데, 길은 바로 소로를 건너 위로 타이어 계단을 올려챈다. 올려채는 경사면에 피리 만드는 버들이 오동통 하게 꽃을 피웠다. 능선에 오르니 우측으로 포천의 아파트 들이 잘 보인다.
죽엽산 길은 약간 경사지게 오르는데, 우측으론 대간길에서 많이 보았던 두줄 철사줄로 펜스가 있는 목장이다. 좀 더 가니 개소리 요란하고 오물 냄새가 나는 개공장?이 나오는데, 목장처럼 생긴 사육장 안에 개들이 사파리의 사자처럼 앉아 있다. 무섭다, 저놈들이 만약 우리를 뚫고 돌진해 한꺼번에 공격 해 온다면 당할 재간이 없을 것이다. 개들이 짖어 댈까봐 살금살금 잽싸게 지나간다.
11:00 앞에서 인기척이 나는데, 얼룩무늬 군복에 잠바를 걸친 코쟁이다. 작은 돌을 주었다 버렸다 하며 서부영화의 금 찾아다니는 사람 같아 말을 걸어보니 나보다도 영어를 못하는게 좀 이상하다. 죽엽산에서 내려왔고, 국사봉을 간단다. 길은 계속 오르기만 하는데 점점 넓게 보이는 사방은 파란색 공장 지붕이다.
11:43 정상같이 생긴 “협조점” 나무팻말이 서 있는 봉에 올랐다. 다시 만나는 고압선과 약간 내려서는 등로, 그리고 오르는 길에서 우연히 뒤를 보니 등산객과 진돗개, 난 깜짝 놀랬다. 몇 해 전 여름 민주지산을 오를 때 두 마리의 진돗개를 늑대로 오인하고 떤 생각이 났다. 그는 우릴 앞질러 뺏고 개는 순한지 우릴 지나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12:04 신주로 만들어 박은 “소삼각점”을 지난다. 여기도 정상은 아니다. 등산객들이 반대편에서 온다.
12:15 죽엽산 정상(600.6m)에 왔다. 아까 그 등산객은 컵에 물을 딸아 개에게 물을 먹이고, 우린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간식을 먹는다. 등산객들이 반대쪽에서(광릉방향) 계속 올라온다. 정상에서 200여m 지난 후 정맥길은 우측으로 내려선다.(직진하면 광릉방향) 그곳에 리본이 없어 내 리본을 하나 매었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길은 능선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는 것 같다. 능선에도 리본이 있어, 나도 그쪽으로 가면서 내 리본하나 더 매었다. 그런데 좀 더 가니 절개지가 되면서 임도와 만났다. 임도에 내려서서 마눌은 왼쪽으로, 난 우측으로 길을 찾아 나섰는데, 왼쪽으로 몇10m 간 마눌이 소리친다. 길을 찾았다고, 그곳에 리본들이 매어있다. 아까 왼편으로 내려서는 그 길이 맞는 길이다 (고압선 철주가 우측과 좌측에 서 있는데, 좌측 철주 밑을 지나야 한다). 죽엽산-죽도록 지쳐 나뭇잎새 처럼 녹녹하게 만드는 산 ?? 높지는 않으나 무척 긴 산이다. 또 성묘객과 만났다. “이 길이 등산로 입니까 ?” 조금은 불만스레 말을 거는 그분에게 대간과 정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정맥상에 산소를 쓰셨으니 운이 따르겠습니다“ 하니 “이분들 뜻 깊은 일을 하시는 분들이네” 감탄해 한다.
비득재 13:15 소로를 넘어 잔디가 잘 살은 묘지(가족묘?)와 만났는데, 그곳에 사람이 서 있다. 나-“아저씨. 비득재가 멈니까?” 아저씨-“여기가 비득재 인데요, 어디서 오십니까 ? 나-“서파에서 왔고 축석고개 까지 갑니다. 아니, 아저씨 산불감시원이네요 ?”
아저씨-“네” 여기서 이렇게 지키고 있는데...위성에서 다 보고 있는데...광릉에서 다 보고 있는데... 자기도 어쩔수가 없다는둥... 이런저런 그분의 고충을 많이 듣고, “아저씨 수고 하세요” 깎듯이 인사하고 헤어졌다.
13:20 비득재에 있는 식당 건물 뒤, 조경용 돌을 쌓은 곳으로 내려섰다. 산오름님이 식사를 했다는 칼국수집을 두리번거리고 찾았으나, 고개를 줄지어 다니는 자동차들에 넋이 빠져 정신을 못 차리겠다. 우측으로 가니 식당들이 길가에 넓게 차지하고들 있고, 자동차가 줄지어 들어가는 집을 지나 우측 산기슭에 보니 칼국수 집은 있는데, 문을 열지는 않았나 보다. 다른 식당들 밖에 써 붙인 메뉴들을 보는 마눌, 너무 비싸다고 그냥 가잔다. 점심을 안 하면 너무 지쳐 못 갈텐데...
길을 보니 우측 포천쪽으로 몇10m가서 산으로 올라야 겠기에 그 부근에 있는 교외 카페 같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거지탕이나 먹자“ 작은 맥주 한 병 주문하고 앉았는데 테블에 하나 가득 반찬들+우거지탕+김치찌개+삼치구이를 내온다. 배고픈 김에 김치찌개 절반만 빼고는 모두 먹어 치웠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개업한지 얼마 안 됐다고 김 한 자루를 준다. 마누라 좋아서 입 찢어졌다.
노고산 14:00 다시 정맥길 출발이다. 배불리 식사 후 경사진 길을 오르니 힘이 너무 든다. 어기적 어기적 코끼리 걸음으로 산을 오른다. 고압선 철주 밑을 지났다.
14:35 산 정상에 올랐는데, 정상에는 이동통신 중계소가 있고, 고모리 산성 안내판이 하나 서있다. 길은 서서히 내려서고, 이후 동네 야산을 걷는 기분이다.
14:51 임도를 가로 질렀다, 그리고 15분후 소로를 가로 지르고...다시 15분후 봉을 오른 후 왼쪽으로...천도교 묘지 동네로 들어섰다. 많은 성묘객들이 묘지를 정비하느라 여기저기 소풍 나온 것 같은 풍경 속을 거렁뱅이 같이 어기적 어기적 헤쳐 나갔다. 묘지 가운데 능선을 따라 가끔 서있는 나무엔 어김없이 리본들이 매어있고, 묘지동네 중간에서 왼쪽으로 조금 꺾여 직방으로 나간다. 길은 내려서게 되고 군 철망을 우측에 끼고 철망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군부대 문에 사병 2명이 앉아 있다 “성함이..?” 묻는다, 맡아둔 신분증을 돌려주려고... “아~ 등산객이시군요..” 우린 다시 철망을 끼고 언덕을 오른다. 계속 이어지는 철망 옆길...지루하게 철망을 끼고 걷는다.
15:56 차가 꼬리를 무는 86번 도로가 나왔다. 이 도로를 간신히 건넌 후 우측으로 100여m 가서 산으로 들었다. 들머리가 꽤 가파르고(10여m) 어렵다. 능선에 붙은 후 길은 평탄하게 진행되고, 약간 내려서서 다시 임도와 만나고 우측의 건물을 끼고 임도를 따라가다 우측으로 꺾어져 다시 산으로 들었다. 우측은 다시 군부대 철망이 나온다. 작은 삽살개 2마리중 하나 끈이 풀어졌는지, 철망 밑 틈새로 뛰어 나오며 죽어라 짖어대고 마눌을 물을려고 덤벼든다. 우린 스틱으로 방어를 하며 이 위험지대? 를 무사히 통과하였다. 그곳을 벗어나니 급경자 잘록하게 내려꽂히는 V형 지형...
축석고개 16:35 임도를 건넜다. 우측은 집 한 채, 마눌은 왼편 봉으로 오르고 난 봉아래 우회하는 둑을 걸었는데, 작은 봉위에서 우측으로 꺾여져야 한다. 다시 나오는 좁은 포장도로(민락동으로 가는도로). 이 도로에도 차가 줄을 잇는다. 도로를 건너 얕은 언덕으로 들어가니 방갈로 같은 식당 시설들... 도로와 나란히 걷는다. 묘지와 모텔들...마눌 뭐라고 시부렁대는데...“죽은자의 모텔과 산자의 모텔..”
16:55 43번 도로와 만났다. 해태가 서있고, 우측엔 도로위로 군 시설물, 그 아래 검문소. 우린 왼쪽으로 내려가서 수많은 차량으로 메워진 도로를 건느고 다시 43번도를 건너 검문소앞 버스 정거장에서 “철원-상봉동“ 좌석 버스를 탔다.
도봉산역에 내리니 16:50. 전철로 집으로 가니 20:30. 무릎 뒤가 땡긴다. 낼 새벽 산행을 출발 하려면 빨리 나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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