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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문학 전문잡지를 통해 본 한국현대수필의 발달사
- 한국현대수필의 발달과 전문수필잡지의 탄생 (4) -
최원현
들어가며
한국수필가협회의 탄생과 <수필문예>
월간 한국수필
월간 <수필문학>과 한국수필문학진흥회, 수필공원과 에세이문학
1980년대의 수필 전문지-월간에세이. 수필문학.
1990년대의 수필전문지-창작수필. 현대수필. 수필과비평. 계간수필. 수필춘추
2000년대의 수필 전문지-수필세계. 에세이21. 수필시대. 에세이스트. 에세이플러스.
6. 1990년대의 수필전문지
- 창작수필·현대수필·수필과비평·계간수필·수필춘추 -
1990년대가 되면서 수필문학은 발전기에 돌입했다 할 수 있다. 기존의 수필전문지인 「한국수필」「수필공원」「월간에세이」「수필문학」이 건실하게 발간되면서 좋은 신인 수필가를 배출해 냈고,「현대문학」「월간문학」「동양문학」「문학예술」「문학공간」「장르」 등 종합문예지들도 신인수필가를 배출하고 수필 게재 영역을 넓혀갔다.《서울 뻐꾸기》(윤모촌) 《그대 피어나라 하시기에》(반숙자) 《인간속의 흔적》(허세욱) 《내 마음의 오솔길》(김학래) 《봄이 열리는 길목에서》(한석근) 같은 수필가들의 수필집이 출간되어 독자층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거기다 인터넷의 확대로 정보 검색이 용이해 지면서 다양한 지식이 수필 속에도 접목되는 현상을 낳았다. 말하자면 1980년대의 감성위주 수필들이 지적 수필의 경향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뿐 아니라 수필창작에 대한 이론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면서 수필잡지의 특집이나 세미나의 주제로 수필작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주제의 전달방법>(공덕용) <주제의 설정 방향>(정재호) <주제와 문학성>(이정림) (이상「수필문학」1990년 3월호)등 주제에 대한 내용과 <수필의 멋>(조용만) <수필의 필수와 한계>(정규복) <수필문장의 사상성>(김병규), <수필문장의 표기>(이응백) <수필과 미문>(이정림) <수필 문장 考>(고임순)(이상「수필공원」1990년 가을호) 등 수필작법에 대한 내용들이 특집으로 다루어졌다. 그런가 하면 제9회 한국수필가협회 세미나(1990.6.23.-24.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는 <21세기의 사회 변동과 그 주제적 전망>(이유식) <내가 다루는 수필>(윤모촌) <내가 쓰고 싶은 수필의 주제>(김영배) 등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수필문학이 보다 지경을 넓혀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수필전문지들의 추가 창간으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1) 創作隨筆(창작수필)
수필이 사실의 기록인가 창작인가에 대한 논란은 허구 수용의 문제가 될 수 있다. 1980년대부터 수필에서의 허구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져 왔지만 창작이란 말이 수필에 붙어「창작수필」이란 제호로 수필지가 창간이 되면서 수필에서의 창작에 대한 논의로 자연스럽게 부상된다.
계간「창작수필」은 1991년 가을호(1991. 10. 1)로 창간되었다. 편집·발행인 오창익, 주간 문형동으로 출범하였다. 제자(題字)는 송성용(宋成鏞), 표지 그림은 박소영, 248쪽에 값은 3,000원이었다. 발행인 오창익은 <題號 ‘創作隨筆’에 부쳐>란 창간사를 통해
문학에 있어서‘雜文性’이나‘創作性’문제는 비단 수필 장르에만 국한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시나 소설에도 시답지 않은 시, 소설답지 않은, 잡문 같은 작품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의 문단 현실은 잡문하면 으레 수필을 들먹이고, 잡문성 하면 신변사나 세상사를 두루 제재화 하는 수필의 그 산만성만을 건드린다. 평자에 따라서는 그게 마치 수필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이거나 본질처럼 여겨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착각이다. 잘못된 생각이다. 굳이 그렇게 된 원인을 밝히려 들자면, 70년대 이후 대폭 확장된 발표 지면이나 엄청나게 양산된 작품 수에도 이유는 있다 하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수필 나름의 장르적 특성, 즉 형식의 자율성이나 내용의 무제한성 등을 전혀 고려치 않은 데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정한 형식이 없다는 散漫性, 아니 형식이 보다 자유롭다는 無制限性 즉 형식적 자율성이 곧 문학으로의 수필의 성격이자 본질임을 망각한 편협성에 있다고 보겠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은 내용 없이 존재하는‘形式’은 우상처럼 무조건 받들려 하나, 형식 없이 존재하는‘內容‘은 아무리 알뜰해도 전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상한 습성이다. 예술 분야, 특히나 문학 풍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개탄할 일이다. 유수한 수필지가 있고, 또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또 하나의 전문지를 창간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가 하고 묻는 이가 없지 않겠지만 대답은 간단하다. 단 한 마디다. 바로 그‘雜文性’즉 수필의 형식적 자율성을 보다 확실하게 체질화하고, 스스로 그 ‘答’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당위성 그 때문이다.
수필의 성격이자 운명이기도 한 형식의 자율성으로 인해 부수되는 그 잡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문학일반의 창작성, 즉 문예성을 강조하는 길 밖에는 달리 왕도가 있을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더구나, 수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산문을 대표하는 미래문학으로의 격상을 서두르는 지금이 아닌가.
전문지 창간에 앞서 주변에서는 고무하는 사람도 만류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책의 제호만은「創作隨筆」이어야 한다는 내 주장에는 달리 이견들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계간 전문지의 이름을「創作隨筆」이라 명명을 했다. 1930년대에 이미“못되면 잡문에까지, 잘 되었으면 창작으로의 문학에까지 그 상하의 단계가 지어질 것이라”고 한 怡山의 교훈을 귀하게 되새기면서.
학문엔 이론과 실제가 공존하지만, 문학엔 오직 작품만이 존재함을 우리는 안다. 작품으로서만 말을 하고, 작품화함으로써만 인간과 삶을 이해시킬 수 있음을 우리는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래서 본지는 제재의 자기화나 주체의식의 상상화, 또는 표현의 개성화 등 본격수필이 요구하는 필수적인 주문들을 생명시하여, 이를 착실하게 수행할 것이다. 또한 미래문학으로의 위상이나 장르 의식도 오로지 작품, 작품을 통해서만 정립하고 구체화할 것이다.
문학이 아니면 수필일 수 없다는, 그래서 목숨처럼 그를 사랑한다는 수필가족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 그리고 아낌없는 충고와 격려를 바라마지 않는다. 라고 결의를 보였다.
「創作隨筆」은 수필이 문학이어야 한다는 대 명제를 큰 소리로 강조하고 나섰다.‘수필의 형식적 자율성을 보다 확실하게 체질화하고, 스스로 그‘答’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당위성 그 때문이다‘가 바로 그것이다. 해서 창작된 수필과 수필이론 외에는 어떤 것도 게재하지 않겠다는 발행인의 의도가 담겨있는 잡지다. 발행인 오창익 교수는 수필가요 수필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수필이론가로「수필문학」(발행인 강석호)의 창간과 함께 주간으로 참여했었다. 그러나 잡지를 발간함에 있어 발행인과 주간의 목표가 같은 것은 아니다. 경제성도 생각해야 하는 발행인과 좋은 잡지를 만들어야만 한다는 주간과는 이견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오창익 교수는 수필문학의 주간을 그만 두고 독자적으로 수필전문잡지「創作隨筆」을 발행케 된다.「수필문학」창간호가 나온 지 3년이 되었을 때「創作隨筆」창간호도 나왔다.「創作隨筆」창간호에는 이현복의 수필론, 다시 보는 그 작품과 평론으로 이태준의 <신록>과 권희관의 <윤오영의 수필연구(1)>가 실렸다.<윤오영의 수필연구>는 권희관의 1985년 석사학위 논문이다.‘윤오영에 대한 연구는 몇 몇 사람에 의한 단평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없었다’는 것만큼 의미있는 평론이다. 다시 보는 등단작품 순례로 염정임의 <꽈리>, 연재수필로 이광수의 <인생의 향기(1)>와 원종린의 <양복 考(1)> 그리고 창작수필 66편이 실렸다. 장르의식 구체화를 위한 전문지로 수필문학의 창작성 고양과 수필가들의 의욕적인 창작활동을 돕는 수필전문지를 표방한「創作隨筆」의 창간호 필진도 화려했다. 서정범 송규호 정진권 이정림 강석호 정재호 유두영 고임순 박연구 유경환 유병근 반숙자 김규련 심영구 유혜자 윤모촌 김시헌 김영배 김구봉 고동주 지연희 최원현 장돈식 하길남 한동희 문형동 등 66명이 참여했다. 특히 장편수필이라 할 수 있는 연재수필의 시도도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創作隨筆」은 2015년 가을호로 통권 97호를 내고 있다. 수필창작기법인 발행인의 논단이 연재되고 있고, 매 호 2명 내외의 신인을 배출하고 있으며, 장편수필 4편이 기획 연재되고 있다. 출신 작가로 구성된 창작수필문인회가 결성되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고 매해 동인문학상으로 창작수필문학상도 시상하고 있다. 발행인 오창익·주간 김경자 체제로 현재 300페이지가 넘는 지면을 순수 창작수필만으로 채우는 저력이 창간 25주년(2016년 가을호)도 바로 앞에 두고 있다.
2) 계간「현대수필」
윤재천은 명실 공히 한국현대수필 발전에 큰 몫을 한 이다. 윤재천은 상명여대 교수로 학과장을 맡게 되었을 때 수필을 정규 과정으로 신설했다. 대학에서 수필이 정식 커리큐럼으로 인정된 것이다. 1969년에는 현대수필동인회를 주관하여 동인지를 발간했고 수필의 날을 제정해 매년 행사를 해오다 지금은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로 이관하여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계간 「현대수필」은 1992.4.10. 1992년 봄호(300쪽. 값4,000원)로 태어났다. 유근조 시인의 창간 축시처럼‘새벽에 일어나 신선한 바람에/통속적인 생활을 씻고/사랑과 지성으로/오래 버려두어 막힌/나와 우리네 이웃간의/소중한 창을 닦자’고 창간했다.
1992년 봄호로 창간한 계간 「현대수필」은 윤재천 교수가 수필의 꿈을 펼쳐 보일 수필나무였다. 몸통만 있던 나목에 움이 트고 가지가 자라고 잎이 피게 된 그 일련의 과정은 수필에 쏟는 남다른 열정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현대수필」창간에 부쳐 발행인 겸 편집인인 윤재천은 권두언에서 그것을‘도도히 흐르는 진실의 맥’이라 피력했다.
(권두언) 도도히 흐르는 진실의 脈 - 「현대수필」 창간에 부쳐
한 시대가 지닌 방향은 면면히 흐르는 맥(脈)이 존재하고, 그 맥에 의해 참다운 가치는 보다 싱그러운 빛깔과 향기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수필>은 그 도도한 흐름의 한 틀을 형성하고자 길을 여는 것이며, 많은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수필문학의 새로운 지평(地坪)을 형성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그 터전을 마련한다.
우리는 연고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성향에도 담을 쌓지 않으며 이름뿐인 허상으로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진정한 가치를 지닌 문학은 인간의 내면에 깊이 뿌리 내리고 그 안에서 참다운 의미를 지닐 수 있을 때 구현이 가능하다고 본다.
문자로 표현된 모든 것은 주체와 객체를 연결하는 선명한 선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 선이 혼미한 상태에서는 목표의 어디에도 다다를 수 없음을 알기에 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문학적 심미안(審美眼)으로 여과의 과정을 거친 작품만을 게재하려 노력할 것이며, 그것은 수필에 대한 애정의 발로이기도 하다.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다. 그러나 쓰여진 모든 것이 다 수필이라고 할 수 없어 그에 대한 선별과 객관적 평가를 현대수필이 담당하고자 한다. 우리의 안목이 그 모든 것을 담당할 수는 없기에 끝없는 모색과 탐구, 참신한 신진작가의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가 서야 할 위치와 지향성을 멈추지 않고, 진지한 자세로 일할 것을 약속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쭐대거나 남을 매도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일할 것을 약속한다.
우리의 시작을 이제까지 존재했던 많은 것들과 악연의 잔줄기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희구하는 커다란 줄기로 남을 수 있도록 애정과 격려를 바란다.
<현대수필>은 기존에 대하여 반기를 들지 않을 것이며, 수필의 발전을 위해서 언제나 모색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수필이 궁극적으로 실현해야할 바가 무엇이며, 그를 위래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늘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수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길을 열어가는 안내자며 동반자가 되어줄 것을 굳게 믿는다.
끝으로 <현대수필>이 잠시의 열망으로 불타오르다 쉽게 식어버리는 부질없는 존재로 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창간 인사를 대신 하고자 한다. 윤재천.
「현대수필」은 수필의 창작과 수필 이론을 함께 발전시켜 가고자 하는 뜻을 폈다.‘수필의 발전을 위해서 언제나 모색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했다. 창간호에는 76편의 국내수필가의 신작수필과 1편의 외국수필에 3편의 논단을 싣고 있다. 논단은 <자기 탐구의 문학>(하길남), <한국근대수필 연구>(유금상), <조경희의 수필세계>(윤재천)인데 특히 서유견문을 중심으로 한 한국 근대수필의 연구와 이상의 수필세계를 조명한 자기탐구의 문학은 수필비평의 시야를 넓혔다고 할 수 있겠다.
「현대수필」은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도약을 추구하며 실험을 쉬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수화수필, 아포리즘 수필이다. 보다 함축된 언어로 수필을 만들어내는 실험, 그림과 수필의 어우러짐 그리고 다양한 실험들을 쉬지 않았다. 한국수필학회(1993년 창립)와 한국수필학연구소(1994년 창립)를 만들고 사비로「隨筆學」(1994년 창간)을 제작 배포하는가 하면 구름카페문학상을 제정(2005년) 상에 대한 개념을 바꾸려는 노력도 쉬지 않았다. 현대수필문학회가 결성되어 그 활동 또한 야무지다. 2015년 가을호로 통권 95호를 낸「현대수필」은 한국수필문단에 가장 다양하고 거센 실험의 바람을 일으켜 발전을 추구하는 잡지가 아닐까 싶다. 2015년 가을호(통권 95호)를 보면 무려 5개의 기획특집을 하고 있다. 아포리즘수필, 실험수필, 그림속의 수필, 시사수필, 문화클릭이다. 그런가 하면 그림이 있는 글, 연재수필, 명수필 감상에 2개의 특집 BOOK카페와 작품평까지 최대한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아포리즘수필은「현대수필」이 내놓은 문학상품 중 하나다. 편집후기에서‘1917-1919년에 쓴 카프카의『죄.고통.희망 그리고 진실된 길에 대한 관찰』에 실린 아포리즘을 보며 아포리즘수필의 역사를 새삼 느낀다’고 했지만 짧은 수필에 대한 현 시대인의 선호가 잘 맞아 떨어진 기획이 아닐까 싶다.
「현대수필」초기 윤재천·이옥자의 편집체제가 지금은 윤재천·조재은·오차숙의 체재로 튼튼한 자리매김을 하고 내외부의 좋은 필진을 두루 잡지 안으로 끌어들여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잡지의 생명력인 질적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3. 격월간 『수필과 비평』
대다수의 문예지가 서울 중심인 문단에 지방에서 새바람을 일으킨 주역이「수필과 비평」이다.
「수필과 비평」은 격월간으로 나오기 전 1987년 여름호로 무크지가 먼저 창간되었다. 무크지「수필과 비평」은 발행인 서정일, 편집인 겸 주간에‘한국에세이문학회 대표 전규태’로 하여 1987. 8. 1일 발간된 잡지다. 그 무크지에서 주간 전규태는‘에세이문학의 고급화를 위하여’란 권두언을 통해‘에세이문학을 고급화하고 질적으로 향상시킴으로서 문학의 당당한 장르로 정립하고자’창간한다고 했다.
『隨筆과 批評』무크지 창간호 권두언 - 에세이 文學의 高級化를 위하여
수필이란 자유롭게 쓰이는 문장이므로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餘技로도 쓸 수 있고 학자·종교인·교육자·음악가·미술가·정치인 등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다. 그래서 흔히 수필은‘만인의 문학 이라고도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두서없이 아무렇게나 내갈긴 잡문 따위를 수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무렇게나 쓴 글 같지만 거기에는 무엇인가 적극적인 삶에 관한 문제가 제시되어 있어야만 한다. 생활의 묘사가 토대로 되어 거기에서 느껴지는 각자의 감동이 독자의 생활 태도 위에도 무엇인가 문제를 던져 주어야만 한다.
수필에는 서정시적 정서나 감정은 물론이고 소설적인 구성, 희곡적인 대화 또는 비평적인 판단 작용까지도 모두 자유롭게 이용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수필이란 무형식의 글이면서도 일정하지 않은 다기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그러므로 어쩌면 쓸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수필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수필’이라고 하면 문자 그대로 그저 붓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쓰는 감상문으로 여기는 이도 없지 않다. 매달 잡지와 신문을 통해 수많은 수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수필다운 수필은 그다지 흔하지 않다. 신문이나 잡지의 편집자들도 수필을 구색으로. 여백을 메꾸는 잡문으로 밖에 대우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필은 흔히 어엿한 문학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수필가는 잡문가로 전락되어 가고 있다.
문학 평론은 이와는 좀 다르기는 하지만 문학의 한 장르로서 든든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자칫 문학작품에 종속된 존재로서 여기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와 같은 저간의 사정에 비추어 에세이 문학을 고급화하고 질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문학의 당당한 장르로서 정립하고자 본지를 창간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무크誌 로 첫출발은 하지만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계간지로 발돋움하려고 한다. 강호제현의 아낌없는 성원과 질정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1987년 여름. 한국에세이문학회 대표 전규태
무크지에는 특집으로‘사랑은 전인적인 행위다. 믿음이며 종교와도 같은 거다. 사랑은 넉넉하고 맑고 지고한 것이다. 사랑은 극적인 코미트먼트요, 소리나는 결정이요, 선택이요 의지이다. 그리고 사랑은 나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며 <사랑의 에세이·편지>를 실었다. 필진은 박승훈 박정희 임헌도 신동춘 김남석 문도채 김기경 고원곤 홍윤숙 구혜영 강계순 김여정 김양식 이향아 안옥희 등이다. 또한 10편의 평론을 실었으며, 자료로 1895년 유길준의 <서유견문>으로부터 1970년까지의 <한국근대수필집 목록>도 실어 수필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했다.
그렇게 무크지로 출발한「수필과 비평」은 5년 후인 1992년 계간지도 아닌 격월간지로 창간되었다.
격월간「수필과 비평」은 1992. 9. 1일, 342쪽, 값4,500원으로 창간호를 내었는데 발행인 서정일(서정환)·편집인 겸 주간 이철호·부주간 정주환 체제로 출발했다. 1992년 9.10월호로 창간된「수필과 비평」의 창간사에서 이철호 편집인 겸 주간은 수필의 위상을 높일 것을 공언했다.
隨筆의 位相을 높일터 - 李喆鎬(편집인 및 주간)
수필은 시와 함께 긴 역사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총애를 받으면서 성장하여 오늘과 같은 문학의 한자리를 튼튼하게 차지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심혼을 대변해 주었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주는 글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생활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우리 문학계에서 서자 취급 받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는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는 분명 시정되지 않으면 안 될 중대사항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입니다만 지금 대한민국문학상에 있어서도 유일하게 수필분과만이 수상대상자에서 제외되었다는 것 자체가 솔직히 수필계의 창피스러운 일이요 홀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수필은 알게 모르게 찬밥 신세가 되어왔고, 그것도 文學인가 하는 눈흘김을 받아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따라서「隨筆과 批評」지에서는 이러한 모순점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검토하여 하나하나 시정하고 풀어가는데 앞장설 것이며 본격 장르로서 수필의 질과 위상을 격상시키는 것은 물론 한국수필의 세계화에 기여하겠습니다.
특히 수필은 이제까지 비평부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분야에 냉담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론도 아직 체계가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본지는 앞으로 수필의 이론과 방향을 제시하는데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도 그렇습니다만, 앞으로 돌아오는 미래는 더욱 수필이 다른 어떠한 문학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리라 믿습니다. 그것은 그만치 수필이 편히 읽을 수 있고 정감이 가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수필문단을 이끌어가는 수필전문지의 책임은 더 크고 막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본지는 수필을 수호하고 그 영역을 확고히 하는 파수꾼으로서 그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사실 나는 그동안 우리 수필문단의 활력소가 되기 위한 잡지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오래 전부터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미루던 차에 이번에 결단하게 된 것은 수필계를 보다 융화 시키고 폭넓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본지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본지는 역량 있는 작가를 배출하고 수많은 작가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 수필이 뿌리를 더욱 튼튼히 내리고 줄기를 더 무성히 하여 미래의 문학에 하자 없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수필가 여러분! 그리고 수필을 사랑하는 애호가 여러분!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수필문단을 키워나가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수필과 비평」의 장래를 위해 모두 동참하여 주시고 성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필과 비평」은 비평부재의 수필계에 수필의 이론과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수필전문지의 책임인 수필을 수호하고 그 영역을 확고히 하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했다. 그래선지 창간호의 한국 문단 대표들 축사도 그런「수필과 비평」에 거는 기대를 말해주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황명 이사장은 <순탄하게 발전하기를>이란 축사에서‘우리 문단에 등록된 수필가의 수가 4백 명이 넘는데 수필의 질을 저하시키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런 현실적 숙제와 과업을 안고 수필의 이론과 역사 및 이애 대한 체계적 연구도 함께 곁들이는 수필지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제펜한국본부 문덕수 회장도 <수필문단의 새 불씨>란 축사를 통해‘본격적 수필이 바로 ’수필과 비평‘지를 통해 뿌리박고 아름답게 꽃피기를 바란다’고 했고, 한국수필가협회 조경희 회장도 <수필문학의 꽃을 활짝 피우도록>이란 축사를 통해‘수필문학의 이론을 확립하고 나아가서 격조 높은 잡지가 되어 수필문학을 선도해 가는 잡지로 자리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수필과 비평」은 창간 20주년을 맞으며 2011년 1월호로 월간으로 전환을 하여 2015년 10월호로 통권 168호를 내고 있다. 창간사에서 밝힌 대로 비평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수필과비평작가회가 구성되고 여러 시상제도 두고 있다. 황의순문학상이 10회째, 수필과비평문학상이 15회째, 신곡문학상이 20회째 시상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이들의 수고가 있었다. 특히 라대곤(1940-2013.4.15.) 회장의 큰 수고가 있었다.
또 하나「수필과비평」은 수필가에 대한 대우를 가장 잘 해 준 잡지가 아닐까싶다. 특히 작고 수필가에 대해서 다른 잡지가 생각도 못할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추모특집을 해 준 일이다. 정봉구(2002년 9.10월호) 교수의 추모특집으로부터 목성균(2004년 7.8월호), 조경희(2005년 9.10월호)를 위시하여 2009년에는 김태길·장영희(7.8월호), 서정범(9.10월호), 장백일(11.12월호)과 2010년에는 법정(3.4월호), 이응백(5.6월호), 허세욱(7.8월호)의 추모특집을 했으며, 2012년엔 변해명(6월호), 2013년의 라대곤(5월호), 김열규(12월호)에 이르기까지 40-50쪽에 달하는 추모특집은 한 수필가가 이 땅을 떠나면서 받은 최고의 호사이기도 하겠지만 수필 전문잡지가 수필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이기도 했다.
「수필과 비평」은 수필의 역사나 이론 그리고 비평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한상렬 교수의 <한국수필문학사> 기획연재, 안성수 교수의 <한국현대수필비평> 기획연재에 이어 오양호 교수의 <수필의 전범을 찾아서>가 26회째 연재되고 있고, 새로운 시도로 위대한 작품을 둘러싼 문학의 조건들을 문윤정을 통해 <작가와의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도 시도하고 있다. <다시 읽는 이 달의 문제작>과 <월평>을 통해 작품을 보는 눈을 높여줌으로써 비평의 책임을 하고 있으며, 환경에세이(정연희), 寤寐(오매)수필(유병근) 연재 등 좋은 연재도 하고 있다.
4.『계간 隨筆』
한국수필문학진흥회가「수필공원」에서「에세이문학」으로 발전해 가는 동안 수필문우회는 발표 지면을 두고 많은 고심을 해야 했다. 수필문우회의 회원들은 한국수필문학진흥회의 초기 회원들이다. 월간「수필문학」(발행인 김승우)의 폐간으로 창간했던「수필공원」이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두꺼운 잡지로 변하면서 생긴 갈등은 그 원래의 의도를 살릴 수 있는 잡지의 필요성으로 대두되었다. 해서 수필문우회는「계간수필」을 창간케 되었다. 1995년 8월 15일 가을호 창간호는 발행인 김태길. 편집인 허세욱. 편집위원 김태길 윤모촌 박재식 허세욱 김영만, 발행처 수필문우회로 128쪽 값2,500원으로 발간되었다.
발행인 김태길 교수는 창간사에서 그 취지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1981년에 발족했을 당시의 수필문우회(隨筆文友會 )는‘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수필 이야기를 나누자’는 취지의 작은 모임이었다.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회원 수도 50명 가까이 늘었고. 1991년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적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을 계기로, 이 모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수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분위기가 회원들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수필문우회가 주체가 되어 새로운 수필 잡지를 내자는 의견이 회원들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그러나 나 개인으로는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사서 고생을 자초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다는 느낌이 앞섰고. 나의 본령인 철학에 관한 잡지를 이미 발행하고 있는 처지에서, 개인적으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으리라는 예측이 뚜렷했던 것이다.
잡지를 발간하자는 의견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모임이 활기를 얻기 위해서 새로운 구심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한국 수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하여 작더라도 탄탄하고 개성이 뚜렷한 잡지를 발행함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이유의 타당성을 부인할 까닭이 없었다. 문제는 탄탄하고 개성이 뚜렷한 수필 잡지를 발행한다는 일이 뜻대로 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에 있었다. 새로운 시도가 실패할 염려가 없다고 아예 포기할 까닭은 더욱 없었다. 순수한 동기를 견지하고 헌신적으로 노력만 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한자 문화권에서 수필 내지 산문은 일찍부터 문인들의 삶과 깊은 관계를 맺어 왔고, 현대인을 위해서도 좋은 수필을 아는 사람들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수필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크게 불안스러운 상태이다. 수필의 저변 인구가 많음에 비하여 그 질적 수준은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고, 문단 또는 언론으로부터 받는 관심 내지 대접도 따라서 미미한 편이다. 자비 출판의 길이 열려서 많은 수필집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그것은 읽어주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 수필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것이 수필을 아는 사람들의 일반적 상식이다. 그리고 수필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용이 충실한 수필 잡지가 여럿 나와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수필 잡지를 시도하자는 사람들의 주장이요 명분이다.
반대의 목소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정 어린 반대도 있었고 오해로 인한 비난도 있었다. 많은 말이 오고 간 끝에 결국 새 잡지를 만드는 쪽으로 결정 났고, 여기 이렇게 창간호를 선보이게 되었다.
창간호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좋은 잡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여러 차례의 편집위원회를 열었다. 더러는 제출된 원고에 대하여 변경 내지 수정을 간청하는 무례를 범하기도 하였다. 편집위원 5명의 원고 가운데 세 편에 대해서도 변경 내지 수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나도 그 의견을 받아들여서 원고를 다시 썼다.
좋은 잡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으나 결과는 그리 만족스러운 편이 아니다. 한 편의 좋은 작품을 얻기도 어려운 것이 수필이다. 주옥같은 글만으로 창간호를 채우고 싶었던 것은 한갓 욕심이었고, 대체로 쓸 만한 작품이 상당수 있다는 평가만 내려져도 만족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국의 필자와 독자 여러분의 조언과 성원을 얻어서 점차 향상의 길을 걷고자 한다.
끝으로 이 창간호의 발행을 위하여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여러분께 마음속 깊은 감사를 드린다. 창간 취지에 찬성하여 기꺼이 옥고를 보내 주신 필자 여러분, 제자(題字)를 써 달라는 염치없는 부탁을 웃고 승낙하신 여초 김응현(如初 金膺顯) 선생, 이해와 득실을 떠나서 이 잡지의 제작과 보급을 맡아 주신 김양일(金良一) 원장, 그 밖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여러분을 오래오래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995년 8월. 수필문우회 회장 김태길
「계간 수필」창간호는 작은 잡지이면서 알찬 잡지로 수필의 깊고 넓은 영역을 용해하기를 표방하며 출발 했다. 수필문우회가 수필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1981년 발족한 후 달마다 합평을 통해 수필을 연마해 오면서 더욱 마당을 넓혀 수필의 문학성과 수필의 문단적 위상을 높이고 수필이 거리에서 읽히고 젊은 세대들의 손에 들려지게 하려 창간한 잡지이다.
창간호에는 27편의 수필이 실렸다. 김태길 윤모촌 김시헌 김규련 정진구너 김영만 김수현 유강호 박규환 송규호 허세욱 유경환 김소경 변해명 유동림 김애자 정목일 김채윤 이응백 유두영 정규복 김병권 고임순 유혜자 김진식 구양근 최숙희가 필진이다.
매월 합평하던 합평작도 책에 실리게 되었는데 창간호에는 이상의 <단지(斷脂)한 처녀>가 21명 회원의 합평내용으로 실렸다. 평론으로 <수필의 문학성과 문체적 특성>(박재식)이 실렸고 수필문단 동정에선 한양대사범대학장인 수필가 유병석 교수가 95년 7월 2일 별세한 슬픈 소식과 7월 28. 29일 중국 북경에서 한중수필가협회 공동 주최 수필세미나에서 조경희·허세욱의 주제발표 소식과 「월간에세이」(발행인 원종성)가 8월호로 지령 100호를 맞게 된 소식도 전하고 있다.
「계간수필」의 창간호 편집후기에서는 창간에 관한 사정과 포부도 엿볼 수 있다.
우리 수필문우회가 창립(1981)한지 14년 만에 「계간수필」을 창간키로 의결하고 그 준비를 서둔지 반년 남짓「계간수필」은 우리 회원과 전국 수필가들의 사랑방이요 작은 뜨락이다. 거기서 청아한 담소와 방향의 초목이 자랄 것을 믿는다.
본지의 뜨락은 철저하게 공동 편집키로 했다. 혼자서 갈면 빠를지언정 기울기 쉽고 여럿이 가꾸면 더딜지언정 오순도순하다.
광복 50주년, 바로 그 날에 창간한 것은 우리도 겨레의 기쁜 날에 북을 치려는 것이다. 앞으로 네 철, 정한 날에 고박꼬박 출간할 것을 다짐한다. 원고료 지불이나 신인 추천도 우리의 계획 사업이다. 그래서 먼저 튼튼한 얼굴과 살림을 꾸밀 터이다. 그러한 사랑방을 꾸미기 위해 독자 여러분, 먼저 정기구독에 참여 바란다. (편집자)
이제 「계간 수필」(발행 편집인 고봉진)은 2015년 가을호로 통권 81호를 내고 있다. 2회의 추천완료제로 신인등단도 까다롭지만 출신 작가도 수필과 평론 두 분야에서 상당수에 이른다. 2014년부터는 김태길수필문학상을 제정하여 2회까지 시상하였다. 내용에서도 ‘집중조명’이 81회(김규련의 <거룩한 본능>)째로 이어지고 있고, ‘세계의 명산문’, ‘예술가의 수필’, ‘이 계절의 음악’ 등 다양한 내용을 싣고 있다.
5. 계간「수필춘추」
「계간 수필」이 창간(1995.8)된지 3년 후인 1998년 3월 봄호로 계간「수필춘추」가 창간되었다. 1990년대 들어 다섯 번째 창간된 수필잡지이다.「수필춘추」는 표지의 판형을 새로 길이의 차별화로 이목을 끌었다. 표지 제자는 한·일·중 서예문화교류협회 회장인 이상우(李祥雨) 서예가의 글씨이고, 표지화는 오세영 화가의 작품이다.
계간「수필춘추」는 발행인 최낙성, 편집주간 이현복, 편집장 임정원 체제로 1998. 3. 2. 1998년 봄호. 264쪽. 값6,000원으로 창간되었다.
발행인 최낙성은 창간사에서‘글 쓰는 분의 고충을 덜어주는 문학지 될 터’라고 했다.
글을 쓰게 되는 경우를 다섯 가지로 나누어 봅니다. 어린이가 글을 깨우치기 위해서 쓰는 경우가 그 첫째요. 글자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서도가 그 둘째요. 글로써 지식을 전하기 위함이 그 셋째요. 글을 써서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 그 넷째요. 문학작품을 창조하기 위함이 그 다섯 번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다섯 가지 가운데 처음의 경우엔 호기심으로 들떠 어려움보다는 재미가 더 컸습니다. 두 번째인 서도를 공부하여 더러 상을 받기도 하였으나 갈수록 태산임을 느껴 지금도 어려워만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인 좋은 기록을 남길만한 입장은 못 되지만 마지막인 문학작품은 열심히만 하면 못할 것도 없다싶어 덤비고는 있으나 문학의 장르 중에서 수필이 시나 소설보다 어렵다는 주위의 만류를 건성으로 듣고 이 길을 택한 것을 이제 후회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곁눈질해 본 일부 수필계의 병폐를 바로잡아 보겠다며「수필춘추」를 발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만 뜻을 이루느냐는 수준 높은 작가와 질 높은 독자들의 관심에 달려 있다는 말씀을 감히 드려 봅니다.
「수필춘추」의 지향점을 문학성 제고에 둘 것입니다.
문학작품은“창작”이라는 면에서 일반 세속작품이나 소비물품과 다릅니다. 문학은 고귀한 창조성이 존재하기에 우수한 작가는 언습이나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수필계도 알게 모르게 진부한 인습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어 작가와 독자가 소외되어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수필문학계에 신선한 바람 일으키기에 일조가 되었으면 합니다.
책을 내는 일의 어려움을 알고는 있습니다만 겁 없이 뛰어든 일이 만용이 아니기를 자신에게 비는 마음 간걸합니다. 호를 거듭할수록 더욱 알찬 문예지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글 쓰시는 분의 고충을 덜어주는 문학지로 성장하겠다는 약속을, 나중은 심히 창대할 것을 다짐하는 미약한 출발의 변으로 가름합니다. 1997. 11. <1998. 봄호>
또한 이현복 편집주간은 ‘창간에 즈음하여’란 글에서
수필춘추는 이제 긴 항로의 출발점에서 닻을 올렸습니다. 수필춘추는 원로 중견 신예작가는 물론 실험이식을 지닌, 수필을 좋아하고 수필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는 의욕있는 우리 모두의 광장입니다. 요즈음 수필은 가장 환영받는 문학의 장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주변문학으로 맴돌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 수필계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 필요한 시점은 이미 지나버렸습니다. 수많은 잠재적 수필독자들이 이미 등을 돌린 이유는 그 글이 그 글이고 그 주제가 그 주제로 알게 모르게 규격화된 고정관념에 길들여져 있는 수필작품에 식상했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변함은 사고의 변함이요, 사고의 변함은 의식의 변함이며, 의식의 변함은 삶의 변함입니다. 타문학 장르는 시대사조를 주도하고 문학의 새 지평을 엶에 지난한 몸짓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필문단은 어떠했는지 준엄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필의 현대화! 그것은 관념의 현대화요, 예술형식과 기교의 현대화입니다. 이는 이론이 아니며 작품을 통한 실현입니다.
수필춘추는 머뭇거림이 없이 수필의 자유로움을 지향하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 수필춘추는 청탁보다도 투고에 역점을 두어 현대인의 다양한 문화적·사상적·정서적인 내면세계를 드러냈으면 합니다. 그 바탕에서 우주와 인생을 올곧게 바라보고 국민의 정조와 의지와 삶의 질 승화에 이바지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광장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많이 투고하시어 격랑 속에서도 순항이 있도록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 수필지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현복
이에 대하여 윤병로 교수(문학평론가. 성균관대 교수)는 <전문적인 수필가가 쓴 수필이라야>란‘창간에 부쳐’의 글에서‘사이비 수필의 범람은 참다운 수필문학의 본령을 몸씨 위태롭게 하고 있다’면서‘문학가들은 경험의 제한성을 능히 극복하고 독자로 하여금 역시 전문적인 수필인이 쓴 수필이라야 읽을 가치가 있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했고, 황필호(수필평론가) 교수는‘앞으로는 시·수필·소설 등의 문학 장르의 경계선이 사라질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문학과 철학과 예술의 경계선가지 파괴할 것이다. 이른바 지성의 합종연횡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필춘추는 ’또 하나‘의 수필지가 되지 말고 ’또 다른‘ 수필지가 되기를 바란다’며 수필의 춘추전국시대에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되라고 했다.
「수필춘추」창간호의 편집 특성을 보면 수필을 성향이 같은 것끼리 모아 편집을 했다. 사회적수필·서사적수필·풍자적 수필·명상적 수필·학리적 수필·생활서정수필 등으로 분류한 것이다. 또한‘수필 감상’의 장을 별도로 두었고, 수필문학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논단도 실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권말에 수필춘추 실천사항을 싣고 있다.
수필춘추는 등단을 이유로 돈을 받지 않습니다.
수필춘추는 글 싣는 이유로 책을 팔지 않습니다.
수필춘추는 틀린 글을 싣지 않습니다.
수필춘추는 글 값을 드립니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들이겠으나 당시의 현실이 바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등단을 이유로 돈을 받는 잡지, 글을 실어주고 책을 파는 잡지, 되는대로 글을 실으며 원고료도 주지 않는 잡지, 그런 현실에서「수필춘추」는 벗어나겠다고 이 네 가지의 문제를 정면에서 반박하고 실천하겠다 나선 것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우리 문단 현실이 그런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음이 심히 안타깝다.
「수필춘추」는 2015년 가을호로 통권 71호를 맞는다. 2015년 여름호(통권 70호)에는 이정부(전 kbs아나운서)•홍태식(유라시아문화포럼 이사장)의 초대수필을 비롯「수필춘추」추천작가들의 신작과 글향기문학회 회원 특집 및 67회 등단 추천작 3편 등을 싣고 있다. 초기부터 유지해 온 정동화 발행인, 이현복 편집주간, 임정원 편집장 체제가 정동화 명예발행인, 발행인 이현복, 편집장 임정원으로 조금 변화했으면서도 꾸준히‘살험의식의 수필전문지’를 지향하고 있다.
1990년대는 이렇게 창작수필, 현대수필, 계간수필, 수필춘추의 계간지와 격월간 수필과 비평의 창간으로 가장 풍요로운 수필의 시대를 이룩한 때요 그만큼 수필문학의 양적 질적 큰 성장을 이룬 때였다.
참고 문헌
《創作隨筆》1991 가을호(창간호), 창작수필사. 1991.10.1.
《현대수필》1991.봄호(창간호), 현대수필사. 1992. 4. 10.
《퓨전수필을 말하다》윤재천. 소소리. 2011. 8. 10. 2판1쇄.
《현대수필》2015. 가을호(통권 제95호). 현대수필사. 2015. 9. 10.
《隨筆과 批評》1987. 여름(창간호). 신아출판사. 1987. 8. 1.
《隨筆과 批評》1992. 9.10월호(창간호) 수필과비평사. 1992. 9. 1.
《계간 隨筆》1995. 가을호(창간호). 수필문우회. 1995. 8. 15.
《수필춘추》1998. 봄호(창간호). 수필춘추사. 1998. 3. 2.
최원현 www.essaykorea.net
수필가·문학평론가. 한국수필창작문예원장. 강남문인협회 회장. 사)한국문인협회 이사. 사)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사)한국수필가협회 감사. 한국수필문학상·동포문학상대상·현대수필문학상·구름카페문학상 수상, 수필집《날마다 좋은 날》《오렌지색 모자를 쓴 도시》등 13권. 중학교 교과서《국어1》《도덕2》 고등학교 《국어1》《문학 상》 등에 작품이 실려 있다.